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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칠곡 계모 사건이 떠오른 어른들의 무관심

Shain 2014. 4. 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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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운명' 하면 거부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다른 말로는 '팔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대개는 한 사람의 운수나 삶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의 선물 14일'의 샛별(김유빈)이 사라진 것도 결국 납치되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해석됩니다. 그런데 유기적으로 얽힌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지켜보면 샛별이의 납치는 필연적이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죠. 샛별이가 그런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샛별이 주변에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그들의 강한 의지가 충돌하다 보면 샛별이는 결과적으로 위험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샛별이가 유괴된 것이 운명이라고? 다른 아동범죄들처럼 어른들의 무관심과 욕심에 희생된 것이었다.

 

샛별엄마 김수현(이보영)이 기동찬(조승우)과 함께 미래에서 샛별이가 죽는 걸 봤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김수현이 기를 쓰고 샛별이의 위험을 막으려 했지만 샛별이는 혼자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샛별이가 마주친 사회적인 무관심은 절대로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마주치는 어른들에게 여러 번 도움을 청했지만 샛별이를 적극적으로 경찰서나 보호자에게 데려다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의문의 남자가 방송국에 샛별이가 납치되었다는 협박전화를 겁니다. 녹음된 샛별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은 딸 때문에 협박을 받은 듯한 이모아줌마는 샛별이가 걱정되면서도 한지훈(김태우)의 부탁에 따라 문신남이 시키는대로 샛별이를 데리러 갑니다. 샛별이가 없다며 한지훈에게 전화해서 못 봤다고 거짓 증언까지 합니다. 엄마 김수현도 정신병원에 갇히고 다급했던 샛별이는 테오(노민우)의 차에 숨어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마약에 취한 태오가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걱정되었던 테오의 매니저는 샛별이를 낯선 곳에 버리 고 갑니다. 다시 택시를 타지만 샛별이에게 돈이 천원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택시 운전사는 샛별이에게 내리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사진관 주인은 샛별이에게 사진을 주면서도 왜 그 밤중에 샛별이가 혼자 돌아다니는지 전혀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어린 영규(바로)가 얻어맞으면서 샛별이를 도망치게 돕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경비는 샛별이가 들어온 것도 모릅니다. 물론 그들 나름의 사정은 들어보면 다 납득할 수 있겠죠. 이모 아줌마는 자식을 위해서, 테오 매니저나 택시운전사는 돈벌이가 더 급했을 것입니다. 지능이 낮다는 기동호(정은표)는 길잃은 고아 영규가 짠하다며 데려왔는데 어디 하나 아픈 곳 없는 멀쩡한 어른들은 샛별이에게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돌봐주지도 않은 것입니다.

아동범죄는 대부분 무관심이 사건을 더 키웁니다. 다른 아이의 불행을 모른척하거나 이기심 때문에 아이를 이용하는 어른들이 아동범죄를 저지릅니다. 타임워프 전에도 술집에서 아이를 돌려달라는 김수현의 방송 출연을 보고 '지가 새끼 간수 못해놓고'라며 비난하는 취객들이나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를 상대로 돈을 달라며 사기극을 벌이던 사람들 모두가 샛별이의 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애가 타고나게 너무 나댔다느니 부모가 애 관리를 못했다는 핑계를 대겠죠. 사실 샛별이는 죽을 운명을 타고났다기 보다 아이를 보호하지 않는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기적인 목적과 무관심 때문에 방치되는 아동범죄. 이런 것이 피해 아동의 타고난 운명인가?

 

샛별이와 피한방울 안 섞인 제니(한선화)가 다친 몸으로 샛별엄마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나 사회적으로 냉대받는 영규가 어른에게 얻어맞으면서 필사적으로 샛별이를 지켜주고 피신시키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뭉클했습니다. 그런 작은 도움이나 관심 하나가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칠곡 계모 사건'도 어른의 관심이 필요했던 대표적인 아동 범죄 중 하나입니다. 그 어린아이들이 그렇게 고통받으며 죽어갈 동안 아무도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한 담임 교사의 신고로 '학대 소견'이 나왔지만 묵살되었고 언니가 지구대에 신고했는데도 넘어갔고 해바라기센터에서 경고했음에도 사회는 살인자에게 두 아이를 그냥 맡겨두었습니다. 8살 둘째 아이가 복막염으로 죽자 범죄 사실을 언니에게 뒤집어 씌우고 친아버지까지 언니를 협박했다는데 이건 아이의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방지하지 못한 것에 불과합니다. 타고난 부모는 바꿀 수 없어도 학대 소견이 나왔을 때 얼마든지 친권을 박탈한 후 격리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책임감에 울컥한 것은 아동범죄에 희생된 어떤 아이는 작은 관심으로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기 보다 그 아이의 팔자나 무책임한 부모 탓을 하고 잊어버립니다. 아동범죄가 발생했을 때도 방송에서 요란하게 떠들지만 어디까지나 가십일 뿐 그 결과나 대책에는 관심없습니다. 샛별이는 적어도 다섯 번 이상 구조당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위험인물을 피해 혼자서 어디론가 도망칩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홀로 아동범죄에 맞서고 있습니다. 계모에 대한 처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동에게 어른들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각성하는 일입니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아동 범죄를 예방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충분히 뒤따라야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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