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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크로스, 추리형 복수극 특유의 무게감 어떻게 극복할까

Shain 2014. 4. 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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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두 방송사의 드라마가 비슷한 주제를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SBS '쓰리데이즈'는 대통령과 경호실 요원들이 의기투합하여 거대 재벌과 권력자들의 불순한 음모를 막으려는 내용이고 KBS '골든크로스'는 경제계의 빅브라더로 거대 은행을 사고파는 골든크로스 클럽과 그들의 작전에 휘말려 붕괴되는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개 방향은 다르지만 두 드라마 모두 한 개인 - 심지어 대통령일 지라도 -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권력집단을 다루고 있죠. 한쪽은 주인공이 청와대 경호원이고 한명은 변호사인데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음모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습니다.




전반적으로 긴박하게 전개되는 '골든 크로스'의 전개방식은 합격점을 줄만하더군요. 나름 복잡한 제용어가 시청을 방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자막 없어도 드라마 흐름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수준입니다. 전직 경제부총리와 현직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팍스 코리아 대표, 클럽 골든크로스 대표 등 1회에서 셋팅된 인물들은 주인공 강도윤(김강우)의 가정을 무너트릴 작전을 세웁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어 보입니다. '골든 크로스' 중간중간에 화면을 보며 리모컨을 누르는 인물이 바로 그 권력을 상징하는 거겠죠.

이런 류의 판타지는 재미있게 보다가도 종종 마지막에 허무해집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사람을 죽여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벗어날 수 있는 상위 0.01%의 탐욕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이야기. 현실세계에도 거대 권력은 존재하지만 한 개인이 그 절대권력자들을 상대한다는 내용은 판타지이고 터무니없기에 마지막에 주인공이 모든 음모를 다 파헤치고 악을 응징해도 기분이 개운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이만큼 무서우니 덤빌 생각 하지 말고 조용히 순응하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골든크로스'에는 대조적인 삶을 살아온 두 명의 가장이 등장합니다. 도윤의 아버지 강주완(이대연)은 젊은 시절부터 성실하게 일을 하고 부정한 일을 한 적이 없지만 대출 한번 쉽게 받을 수 없는 한민은행 경영전략팀장입니다. 반면 여주인공 서이레(이시영)의 아버지이자 경제기획부 고위공무원인 서동하(정보석)는 배우를 꿈꾸는 주완의 딸 하윤(서민지)을 살해하고도 그 죄를 강주완에게 뒤집어 씌웁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한민은행을 매수할 '작전'을 진행중인 마이클장(엄기준)과 홍사라(한은정)의 음모가 개입해 있습니다.

배우를 꿈꾸는 한 젊은 여성이 오디션을 보겠다며 홍콩에 갔다가 고위 공무원의 내연녀가 되고 부실하지 않은 은행을 팔아치우기 위해 BIS비율을 낮게 책정하라며 지시받는 일들. 세상의 누군가는 배우가 되기 위해 스폰서를 직접 찾아나서고 누군가는 비리에 야합해 뒷돈을 챙긴다는데 강주완과 하윤은 그런 음모에 적극적으로 휘말리기엔 너무나 나약한 개미병정들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여왕개미에게 먹을 것을 바치기 위한 마음고생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은 알 리가 없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권력을 상대하기는 커녕 큰 그림 조차 알지 못합니다.

한민은행 매각을 위한 시나리오를 짠 두 사람. 윤주완 가족을 희생물로 삼고 그 때문에 하윤이 죽는다.


흥미로운 것은 아직까지 마이클장의 시나리오에서 제외된 인물이자 하루 아침에 여동생을 잃고 가족이 풍비박산나는 주인공 강도윤입니다. 검사 시험에 합격해 성공을 꿈꾸던 강도윤은 주식에 미친 삼촌(조희봉)이 훔쳐간 돈 때문에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현실적인 쓴소리를 합니다(흥미롭게도 삼촌역인 조희봉이나 아버지역의 이대연 모두 '쓰리데이즈' 출연자였더라구요). '쓰리데이즈'에 등장하는 신규진(윤제문) 비서실장이 한때 재벌 김도진(최원영)의 권력에 흔들렸듯 강도윤 역시 복수를 꿈꾸면서도 수단방법가리지 않는 권력지향형 인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억울한 만큼 권력의 매력에 한번쯤 흔들리겠지요.

그러나 여동생의 죽음을 파헤칠수록 골든크로스 멤버들의 부정부패를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고 절대권력자들의 놀음에 농락당한 가족의 슬픔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0.01%의 사람들을 위해 나머지 99.99%의 사람들이 이용당하고 가정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기분은 비참함일까요 아니면 분노일까요?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상대해야 복수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서 비유하는대로 대부분의 개미들은 머리 위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채 묵묵히 바닥을 보며 일을 하다 때로는 밟혀 죽습니다. 거대 권력을 다루는 드라마는 그런 면에서 통쾌하기 보다는 불편함을 각오해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캐릭터의 힘. 설득력있는 악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드라마의 또다른 포인트가 캐릭터 간의 대립이란 점입니다.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딸 보다 어린 여성을 유린하는 악역 서동하의 모습이 나름 충격적이었고 왜 배우 정보석이 '자이언트(2010)'의 조필연 보다 힘든 악역이라고 평가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욕망이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고 출세욕에 눈먼 속물이지만 그래도 장인과 세상의 눈치를 보며 여유를 부리던 서동하가 한민은행을 외국계 펀드에 넘기라는 마이클장의 음모에 빠져 지독한 악역으로 변하는 과정이 묘사될 듯합니다. '미천한' 병정개미가 장기판에 말을 셋팅한 사람 보다 더욱 무서워해야할 존재는 눈에 뵈는 것없는 악당일테니 그 대결이 볼만할 것 같다는 이야기지요. 진지한 이야기의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캐릭터의 힘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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