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한석준 국정원 발언 논란, KBS에 대한 분노가 핵심이다

Shain 2014. 4. 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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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정원 발언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한석준 아나운서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으니 함부로 한석준 아나운서의 성향이나 자질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실수 때문에 맘고생 중인 친구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며 '그 친구의 평소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동료 이광용 아나운서의 트위터 발언을 읽어 보면 이번 일이 생방송 대본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한석준 아나운서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아무 말이나 임기응변식으로 내뱉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부친상을 당한 아나운서 황정민의 'FM 대행진'을 임시로 맡은 아나운서다 보니 오전7시부터 진행되는 생방송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란 뜻입니다.

'평소 생각과 거리가 있다'는 옹호는 분명히 그냥 '말실수'라는 일반적인 옹호와는 다릅니다. 얼마전 KBS 새 노조에 가입한 아나운서 한석준은(관련기사 : 한석준 등 아나운서 12명, 언론노조 KBS본부 가입) '새 노조의 파업이 있었기에 공정보도 장치가 마련되었다'며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트위터 발언을 살펴 봐도 평소 언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방송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광용 아나운서의 트윗은 같은 편 감싸기라기 보다 정말 한석준 아나운서가 '말실수'를 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죠.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데 안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가 밖으로 낱낱이 밝혀지면 그것도 좀 웃기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는 국정원을 지켜줄 필요도 있는데'라는 발언이 예능 프로그램처럼 농담을 하려다 이루어진 것인지 자세한 맥락은 알 수 없으나 옳치 않은 발언임에는 분명히 틀림없죠. 그러나 한석준 아나운서의 평소 성향과 다른 발언을 했다고 해서 본심이 드러났느니 원래부터 그런 인물이었단 식의 평가는 안될 말입니다. 반면 이런 발언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됩니다. 본인이 평소 밝혀온 소신대로 한석준은 언론인이기 때문이죠.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든 것은 곧바로 사과 조치를 취한 한석준 아나운서라기 보다 한석준의 발언을 징계하겠다며 곧바로 대응하지 않은 KBS입니다. 한석준 쪽이 말실수였다면 은연중 본심이 드러난 쪽은 사실 KBS였습니다. 요즘 KBS의 여론은 국정원의 잘못을 파헤치기 보다는 덮어주고 싶은 느낌이 강했으니까요. 정말 KBS가 바른 언론이고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방송이라면 한석준의 성향이나 보도부 성향과는 상관없이 한석준을 하차시키고 꼼꼼하게 조사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공정하게 징계하겠다는 강경대응을 발표했어야 옳습니다.

얼마전 JTBC 손석희 앵커가 중립성 위반 문제로 중징계를 받았듯 검찰 조사 대상인 국정원 사건 발언이 중립성을 훼손했다면 징계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KBS가 논란의 파장을 감추려다 오히려 문제를 키운 셈이죠. KBS는 방송 후에 한석준이 '뉴스 내용만 전달했다'느니 '말실수에 불과'하다며 애써 사건을 축소하려 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대로 '국정원을 감싸줘야한다'는 한석준의 발언이 KBS가 전하고 싶었던 뉴스의 핵심일 수도 있구요. 대중은 KBS야 말로 국정원을 좀 더 감싸주고 싶었는데 한석준 때문에 못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비꼬고 있습니다.






결국 오늘 아침 한석준 아나운서는 임시로 진행하던 'FM 대행진'에서 하차가 결정되었습니다. KBS는 시청자의 반발에 못 이겨 마지 못해 임시 진행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말실수'였고 또 평소의 성향과 전혀 다른 발언이었다는 부분을 십분 이해해도 언론인이 입을 조심하지 못했고 국민들이 분노하는 국가적인 문제를 경솔하게 언급했다는 점은 책임져야 합니다. 최근 KBS가 TV 수신료를 올리려 시도하면서 보여준, 언론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태도를 보며 국민들에 KBS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석준의 발언은 KBS 비난 여론을 더욱 가열시킨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왜 TV 수신료를 인상하면 안되는지 왜 언론이 권력에 종속되어서는 안되는지 똑똑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방송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닌 예능제작사일 뿐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KBS가 언론으로서 비난받는 행동을 일삼지 않는 시기였다면 오히려 실수였다고 너그럽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었겠지요(그렇다고 해도 언론인이 국정원 수사에 대한 발언을 조심해야한다는 면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말입니다).

요즘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우리 나라 언론의 상태는 참담합니다. 시민기자들과 네티즌들의 여론 역할을 하던 블로그나 SNS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옹호 발언 자체가 비난의 중심이지만 그 이면에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국민 언론으로서 신뢰할 수 없는 KBS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논란 당사자인 한석준이 중징계를 받는다고 해서 지금까지 지적받아온 KBS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엉거주춤 눈치만 보고 있는 KBS는 한석준 보다 더 미운게 KBS라는 걸 알기는 아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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