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지금은 전국민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Shain 2014. 4. 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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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가 일어나면 담당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사고 소식을 전하는 언론은 사실 만을 전달할 것이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선의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위로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국가에는 당연히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튼튼한 시스템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최선의 선택도 시스템을 믿는 것입니다. 현장에 있는 책임자 보다 더 잘 알고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믿고 의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사고가 났을 때 가족들은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대책반의 조치를 지켜보자고 침착하게 말할 수 있고 못된 사람들이 조작한 정보에 쉽게 휩쓸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4월 16일 사고가 발생하고, 진도 팽목항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지켜보며 여전히 많은 실종자 가족이 속을 태우고 있는데 세월호는 점점 가라앉아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3일 동안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고 자극적인 소식에만 관심있는 기자들은 국민의 적이 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처신을 잘못해 물병을 맞고 현장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을 돌보는 많은 의료진과 추운 물속으로 뛰어드는 해경과 민간잠수부, 생업도 포기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어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고생하는데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현장에 가지 못하고 안타깝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언론을 불신합니다. 언론이 무차별적으로 뱉어내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실종자 가족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실종자 가족의 인터뷰를 편집하지도 말고 장례식장이나 병실에 알권리 운운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고 차라리 아무 말 말고 현장을 생중계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비통한 사고 소식 외에도 대한빙상협회가 피겨퀸 김연아를 위한 제소를 했고 '백년의 고독' 작가가 사망했으며 일본의 아베가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했는데 국민들은 그쪽으로 관심을 돌릴 여력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언론이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하는 세상이 아니라 언론의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사실을 직접 확인해야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침몰한 배에 접근하지 못하는 해경 보다 뻔뻔한 언론이 원망스럽습니다. 사고 보다 더욱 비참한 것은 간간이 흘러나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입니다. 어렵게 구조되신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이 목숨을 끊었다는 말엔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 조차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지금 세월호 침몰 사고와 무관한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하고 사고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이 배를 버린 선장에게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작게 크게 사고에 기여했다는 죄의식, 오랫동안 키워온 부정부패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잠자는 것도 밥먹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게 합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최대 주주는 87년 오대양사건의 관련자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이미 오래 사용한 배였고 배가 기울어질 때 구명보트가 자동으로 펴지지 않았는데 세월호는 객실 증설과 안전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정치적 이유로 폐기되었습니다.

작년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은 해병대캠프는 버젓이 영업중이며 수학여행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 좋은 기자가 없는 것은 그동안 좋은 기자들이 퇴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수많은 인명사고들이 떠오르며 '이 정도는 괜찮다'며 용납한 어른들이 저 어린 학생들을 위험에 빠트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미안해 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사고 당사자가 아닌데도 실종자 가족의 화풀이 대상이 될 것을 알면서 단상 위로 올라가 무릎꿇은 교사들의 심정이 지금 TV를 통해 사고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심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울함을 호소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월호 뉴스를 보다가 두통이 오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더군요. 직장에서도 뉴스를 지켜보느냐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 - 언론과 해경을 믿지 못해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는 그분들이 행여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은 허술한 위기관리시스템이 아니라 이런 따뜻한 마음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빠진 대한민국 - 슬퍼하고 있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 뿐만이 아닙니다.

세월호 침몰 뉴스를 안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들고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서 괴롭다는 어떤 분들은 차라리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있는 공중파에서 그냥 드라마를 방송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웃고 떠드는 것은 미안해서 못하겠지만 잠깐이라도 마음을 추스려야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소식에 눈물이 나고 우울한사람들은 인터넷과 TV를 멀리하고 휴식을 취하라 조언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현장을 도울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차라리 그런 기분을 이기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실종자 가족을 돕겠다고 나서는 분도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위기 관리 능력은 늘 부실했는지 모르지만 그 위기를 이겨내는 국민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지금 인터넷 여기저기에서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텐트 식량들을 준비해 팽목항에 자원봉사를 떠나는 사람도 있고(진도군청에서 접수중, 연락해보고 상황파악하고 떠나라는군요) 많은 기업에서 구호물품과 식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모자란 것은 없는지 문의하고 있습니다. 포털의 유명 카페 하나는 성금을 모았는데 밤사이 벌써 오천만원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구조 담당자들을 위해 세월호의 모형을 손수 만들어 현장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을 쉽게 쓰곤 하는데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의 상처, 지켜보는 국민들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것입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치료하는 방법은 안전 담당자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어떤 사고가 나도 우왕좌왕 하지 않을 재난사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재난 관리 시스템과 진짜 언론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우울해도 실종자 가족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어제 현장에서 탈지면과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글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생필품이 부족하다고 하는군요. 애써 따뜻한 음악을 듣고, 오늘도 어떤 언론 뉴스가 거짓이고 사실인지 구분하느냐 하루가 초조하겠지만 힘을 내서 함께 이겨내야겠지요.


http://www.jindo.go.kr/sub.php?pid=JI03020200&wr_id=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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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진도군청, 반드시 보내기전 상황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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