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일 잘하는 소방방재청 푸대접도 모자라 해체라고?

Shain 2014. 5.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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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46일째. 어제도 민간잠수사 한 명이 절단 작업중에 사망하셨다고 하더군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누군가는 말로만 안전을 떠들며 자기 몸 사리기 바쁘지만 국민이라면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할 기관이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계획할 동안 현장의 사람들은 사람을 구하는 동시에 윗사람의 지시를 따라야한다는 불합리에 애먹고 있음을 말입니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해군, 해경잠수사들과 민간잠수사들은 목숨을 걸고 수색활동을 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나라의 재난대책은 시스템 자체의 힘이 아닌 소방관같은 특정 직업군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장비가 노후되어 있다니 상상도 못해본 소방관들의 현실.




지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을 전격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했을 때 '썩은 물을 새 병에 옮겨담는다'고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안전이나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사고의 기본적인 원인도 파악하지 않은 채 해경을 해체한다는 것은 또다시 결과론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해경 뿐만이 아닌 소방방재청도 이번에 해체되고 국가안전처로 통합된다고 하더군요. 해경은 그렇다고 쳐도 소방방재청은 대체 왜 딸려간 것일까요.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떤 부서가 격상이 되든 격하가 되든 일만 잘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재난관리시스템은 무엇 보다 빠른 결정과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방방재청의 지휘체계는 간소할수록 좋고 그 권한도 현장에 일임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되는데 지위 '격하'라는 것은 지휘 체계의 책임자가 한단계 더 늘었다는 뜻도 됩니다. '격하'는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상으로도 훨씬 불합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다 국가 안전처 소속 '소방본부' 공무원이 되어도 소방관들은 여전히 지방직입니다.







이번에도 소방관에 대한 처우 개선은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소방관들은 우리 나라 공무원 중 가장 일잘하는 직업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꼭 필요한 업무 중 하나면서도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도 바로 소방관입니다. 그런데도 소방장비 지급이 불충분해 사비를 털어 사야하고 중화상을 입어도 알아서 치료해야 한다던가 소방관들의 직업병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기관이 없다는 말은 듣는 사람을 안타깝게 합니다. 순직율이 그 어느 나라 보다 높아 사회적으로 소방방재청에서 단체로 가입한 보험 이외에 상해보험 가입은 사실상 거부된다고 합니다.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근무하면 대접이라도 좋아야하는데 일선 소방관들이 잡무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된 적 있습니다. 화재보험 가입 권유 업무가 하달되기도 하고 대통령 취임식장에 동원되어 제설 작업을 하고 의자를 닦게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열쇠따기나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119 구조대원, 소방관들도 안쓰러운데 그들을 지켜줘야할 국가에서 일선 소방관들을 허드렛일이나 하는 직업군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국민들 다수가 현직 소방관들을 위해 지급되는 세금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들은 어쩐일인지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은평소방서 순직 소방관 추모 부조. 대한민국은 소방관들을 제대로 대접해주는 나라일까?




많은 사람들이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은 탁상공론으로 우왕좌왕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현장지휘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소방방재청의 화재 진화와 현장 수습은 그 어떤 기관 보다 빠른 편으로 5월 중 발생한 여러 화재사고를 신속하게 처리한 영웅들도 바로 현직 소방관들입니다. 그들에게 도움받은 사람들은 그 어떤 공무원들 보다 가장 고마운 공무원이 소방관들이었노라 회상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119구조대원이 있기에 안심할 수 있다며 대한 민국의 재난관리가 총리가 아닌 소방방재청 중심으로 재편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묻힌 감이 있지만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은 몇차례 상정된 적 있습니다. 지난 2013년 2월에는 노회찬 의원이 2014년 3월에는 김윤덕 의원이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 법안 발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노회찬 의원은 업무중 사망한 소방공무원을 위해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도 동시에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들은 몇년전 이슈가 되었던, 고양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소방관이 인명구조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국립묘지 안장을 제한해왔던 문제와 각종 시설 장비 노후 문제를 지적한 내용입니다. 이번 국가안전처 신설로 인해 이런 법안들은 무용지물이 된 것같지만 말입니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재난관리에 특화된 집단. 오히려 분리해서 그 업무를 지원해야하는 것 아닐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해체되어야 하나? 무능이 지적된 해경과 싸압아 처리된 소방방재청. 정부에서는 국가안전처 신설이 기능 축소가 아니라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현장을 중심으로 개편되어야할 재난관리시스템이 정부 중심인 것도 사실이고 부처가 통합된다고 해서 일선 119구조대원들이나 소방관들의 전폭적인 처우 개선이 약속된 것도 아닙니다. 이번 개편은 각종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목숨걸고 근무하는 현장인력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방방재청을 분리해서 재난업무를 더욱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국민들이 바라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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