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의미있는 KBS 문창극 특종, JTBC 출연한 보람있네

Shain 2014. 6. 12. 11:58
728x90
반응형
어제 KBS '9시 뉴스'와 JTBC '뉴스9'에서는 주목할만한 두 가지 특종이 보도되었습니다. JTBC에서는 세월호 침몰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에게 해경이 각서를 받아왔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KBS는 신임 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후보의 과거 망언을 보도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신 잠수사 이민섭씨 문제로 '각서'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민간잠수사 신동호씨의 JTBC 인터뷰 내용을 보니 민간잠수사들이 현장에서 작성한 '각서'는 통상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해경의 무능, 이해관계' 때문에 작성한 것이 맞는 듯 합니다. 범대본은 처음에는 각서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나중에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고 합니다.

KBS에서 이런 뉴스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문창극 총리 후보의 망언 보도.




세월호 침몰 58일째. 애초에 해경이 세월호에 침몰 현장에서 인명구조 보다 인양에 집중했다는 여러 정황이 국민들에게 드러나는데는 JTBC를 비롯한 대안언론의 공이 컸습니다. 민간잠수사들이 '인터뷰 내지는 발설할 때는 5년 동안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를 작성한 것은 해경의 움직임과 현장상황같은 정보를 실종자 가족에게 차단하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JTBC의 이런 취재 활동은 300여명이 사망했음에도 의문으로 묻힐 뻔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바꿔야한다'는 국민의 뜻을 뭉치게 한 계기가 되었죠.

JTBC 손석희 앵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반면 많은 언론들이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았고 그 중에는 KBS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똑같은 정부의 입장만 되풀이해 보도하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이 국민적 비난에 대한 '반성'의 뜻을 비친 것도 따지고 보면 손석희 앵커의 '뉴스9'을 비롯한 대안언론의 역할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세월호 망언을 계기로 유가족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그 과정에서 해임된 김시곤 보도국장의 증언으로 KBS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함께 파업을 결정한 과정은 드라마틱했습니다.

JTBC '뉴스9'에 전격출연한 KBS 권오훈 위원장. KBS 파업은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정부 입장만 대변하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했지만 수신료 납부 거부 이외에 국민들이 KBS에 대항할 방법은 전무했습니다. KBS 양대 노조 역시 길환영 사장 퇴임을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지만 그들을 응원해줄 언론이 없었죠. 그 과정에서 새노조 권오훈 위원장이 JTBC '뉴스9'에 전격 출연합니다(5월 21일 방송). 이사회와 대통령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KBS인 만큼 국민적 지지 없이는 변화가 어렵습니다. 권오훈 위원장의 JTBC 출연은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지지를 최대한 끌어낸 동시에 파업의 정당성을 설득하는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국영방송으로 출발해 공영방송으로 변신하여 몸집을 키운 KBS. 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언론사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KBS가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냐고 반신반의하던 국민들은 권오훈 위원장의 JTBC 인터뷰를 기점으로 양대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KBS 노조는 '중립성'을 의무로 하는 공영방송 노조인 만큼 국가에서도 쉽게 손대기 어려운 조직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공정 방송에 목말라 있던 국민의 지지와 호응은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을 결정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문창극 망언 보도, 파업한 KBS 바뀌긴 바뀌었나

개인적으로 이번 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이란 인물은 평소에 잘 몰랐던 사람입니다. 전직 언론인이자 방송인이란 짧은 프로필 만으로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없었고 도대체 왜 대통령이 이런 인물을 골랐는지 의문스럽기도 했습니다. 해경의 무능에서도 드러났듯 우리 나라 행정에는 실무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문창극 후보는 뭔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깜짝' 발탁된 인물이 아닌가 짐작했을 뿐이죠. 어제 KBS 특종을 시작으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니 역사관이나 국정치관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인물이란 증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총리로 지명되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망언이 폭로된 후보는 드물다.




일부 댓글 중에는 KBS가 여러 강연 내용중에서 문제있는 발언만 골라서 편집해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료 화면이 워낙 여러개 인데다 문창극 총리후보는 10여년 넘게 중앙일보에 컬럼을 써왔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하긴 했어도 어제 KBS 뉴스로 문제가 된 발언 내용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인물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KBS 9시 뉴스의 보도로 국민들은 꼭 알아야할 문창극 총리 후보의 적나라한 얼굴을 보게 된 셈입니다. 신문상에는 점잖게 컬럼을 썼지만 교회에 가서는 역사와 민중에 대해 어떤 발언을 쏟아냈는지 말입니다.

더불어 이번 문창극 망언 보도로 KBS에 대한 불신이 희망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 언론의 특성상 변화가 느린 KBS의 특징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으나 최소한 국민이 알아야할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얻는 것. 그것이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킨 KBS의 가장 어려운 숙제였고 이번 보도로 그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직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KBS의 운명이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만 보직사퇴를 감수하며 노조 파업에 동참한 그들의 노력이 헛되이 끝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에 대한 KBS 단독 보도. 그들은 국민의 격려를 받을 준비가 된 듯하다.


모든 언론인이 손석희 앵커같은 외모를 같긴 힘들겠지만 그와 같은 신뢰를 얻는 일은 생각 보다 간단합니다. 국민이 꼭 알아야하는 것 그리고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자세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만 제대로 해도 국민은 그 언론을 신뢰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KBS 뉴스를 통해 국민들은 이번에도 청와대의 인사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김기춘 비서실장의 문제일까요). 정부는 이번 뉴스를 통해 국민들이 저런 역사관을 가진 총리 후보를 거부한다는 걸 똑바로 알게 되길 바랍니다. 이 정도 발언이면 '창극이 아니라 참극'이라며 청문회 과정도 거치지 않길 바라는 민심을 청와대가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