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JTBC 손석희라도 열 번의 에네스 카야는 못 당한다

Shain 2014. 12.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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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거들떠 보지 않던 제가 JTBC를 시청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손석희 앵커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대로 종편은 태생부터 불안했고 시청률도 낮았습니다. 지금도 어떤 종편은 하루 종일 북한 방송 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없으면 종편은 먹고 살 수 없다'는 말 JTBC '5시 정치부회의'에서 나온 말이죠. 그러나 JTBC는 손석희 앵커가 사장으로 영입된 후 다른 종편들과는 많은 부분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각종 이슈에서 믿을만한 언론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잠시나마 공중파 방송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손석희 앵커의 '뉴스9'이 '뉴스룸'으로 개편되고는 팩트체크, 앵커 브리핑 등으로 한층 더 발전한 뉴스쇼를 선보이게 됐죠.


기미가요에 이어 '비정상회담'에 불거진 또다른 논란. 에네스 카야의 사생활이라기엔 JTBC '비정상회담'의 타격이 크다.


손석희 앵커로 인한 JTBC의 도약과는 별개로 방송사 JTBC는 위태로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JTBC 간판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나 '히든싱어'는 종편치고는 꽤 높은 시청률을 보이기는 합니다만 인기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부분 2퍼센트 부근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운경 작가의 '유나의 거리'처럼 시청률이 낮아도 완성도나 작품성 면에서 높이쳐줄 수 있는 드라마도 있고 또 다른 종편에 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편이지만 드라마, 예능, 뉴스가 함께 하는 채널로서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 기미가요와 에네스 카야로 논란을 일으킨 '비정상회담'은 JTBC의 또다른 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정상회담'은 기획 자체가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흔한 외국인 예능을 G11회담 형식 아이디어로 차별화시켰고 비교적 낮은 제작비를 들이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뽑아냈습니다. 한국말에 능숙하면서도 이국적 매력이 넘치는 외국인 패널들과 각 나라의 문화, 차이를 팽팽하게 토론하는 형식은 한마디로 탁월했습니다. JTBC는 '비정상회담'을 통해 간판 프로그램을 얻었고 안 그래도 출연자 부족에 시달리던 다른 예능에 에네스, 줄리안을 비롯한 여러 외국인 패널을 출연시키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종편 프로그램의 인기가 공중파에도 영향을 끼쳐 MBC를 비롯한 다른 채널에서도 외국인 예능 붐이 일었죠.












JTBC를 비롯한 종편은 돈없고 경험없는 신생 방송사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곤 합니다. 2014년 한해 동안 '유나의 거리'와 손석희 앵커로 인해 몇달 동안 JTBC를 자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올해로 3주년이 된 JTBC의 장단점을 한눈에 파악하게 되었는데 JTBC는 재방송이 많아도 많아도 정말 많더군요. 다른 공중파같으면 광고 황금시간대라고 할 시간에 어제 방송된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걸 여러 번 볼 수 있었습니다. 굳이 다시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방송시간이 빌 때는 프로그램을 10분씩 잘라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주일 내내 켜놓고 있으면 '비정상회담'이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은 최소 2-3번 이상 시청하게 됩니다.


거기다 JTBC 내부사정인지 아니면 연예인들과의 계약 때문인지 몰라도 늘 비슷비슷한 멤버가 출연합니다. 대표적으로 전현무, 김성주, 박지윤, 성시경, 유세윤, 강용석 등은 JTBC에서 최소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비정상회담' 출연진들을 비롯한 예능 출연자들은 다수의 JTBC 예능에 출연합니다. 같은 출연자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연속적으로 나올 땐 마치 예능 하나 찍고 기다렸다가 그 자리에서 다른 예능을 찍는 것처럼 보일 정도죠. 그나마 다른 공중파에서는 보기 힘든 장위안, 에네스 카야, 강남같은 출연자들이 JTBC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었고 개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달전쯤 JTBC를 시청하다가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라는 프로그램에서 얼핏 JTBC의 VOD 시청률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정치부회의'는 JTBC 정치부 기자 버전의 '속사정쌀롱'이고 '뉴스룸'의 메인뉴스를 선정하는 실무회의 성격을 가진, 독특한 프로그램입니다. 가끔 정치권 상황을 드라마나 영화에 빗대어 설명하는 웃긴 프로그램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그때 보고된 내용에 의하면 종편 중에서 JTBC가 VOD 시청률이 1위라고 합니다. JTBC는 인기 프로그램이 많지만 채널A나 조선TV같은 다른 종편에 비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정치부회의'는 VOD 시청률도 반영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더군요.


JTBC는 손석희 앵커 브랜드로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고 예능, 드라마 등 종합편성채널로 도약할 수 있었다.


JTBC '정치부회의'에서 굳이 VOD 시청률 1위를 내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종편 JTBC의 실적과 존폐 문제 때문이겠죠. 굳이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줄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종편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공중파에 비해 효과가 좋지 못하고 다른 종편에 비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니 JTBC로서는 '비정상회담'같은 간판 프로그램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미생'같은 인기 드라마라도 하나 제작한다면 모를까 드라마 부분은 특히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JTBC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편은 보도 프로그램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한때 TV조선은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40퍼센트 넘게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적이 있고 JTBC 역시 보도 프로그램이 20퍼센트 넘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다른 종편과 다르게 JTBC 예능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엄청났습니다. 처음에는 공중파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듯했지만 '비정상회담'는 역으로 공중파에 외국인 예능 붐을 일으켰고 MIB의 강남은 종편을 통해 공중파 프로그램의 떠오르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썰전', '마녀사냥', '히든싱어' 등은 팬층이 꽤 두터운 편입니다. 공중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고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는 티가 많이 나지만 아이템 자체는 꽤 신선했죠.


JTBC의 슬로건은 '다채로운 즐거움'입니다. JTBC 방송 중간중간 김윤아가 부르는 '다채로운 즐거움'이란 브랜드송을 듣게 됩니다. 보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선보이는 노래인데 일주일 정도 집중해서 JTBC만 지켜본 시청자로서는 뉴스 프로그램 말고는 큰 재미가 없습니다. JTBC에서 입소문을 타지 못한 여러 예능이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방송되다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최근 새로 제작된 '냉장고를 부탁해'같은 프로그램은 방송 3회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프로그램 포맷을 변경중입니다. JTBC 뉴스프로그램의 신뢰도가 1위인 것에 비해 예능, 드라마는 영 실적이 좋지 않은 것입니다.


장점이 많은 '비정상회담'에 계속 논란이 불거진 것은 제작진의 미숙함과 경험 부족 탓이 크다.


JTBC 방송사를 유지하는 힘은 누가 뭐래도 손석희입니다. 저처럼 손석희 앵커 때문에 JTBC에 채널 고정한 시청자도 제법 많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김희애, 유아인의 '밀회'와 좋은 서민드라마라는 평을 받은 유나의 거리'가 JTBC의 체면을 살렸고 '비정상회담'이나 '히든싱어'가 공중파도 무서워하는 예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비정상회담'에서 흘러나온 기미가요는 타격이 꽤 컸습니다. 여전히 '비정상회담'을 '기미방송'이라 부르며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손석희 앵커로 약진했던 JTBC가 예능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한마디로 방송사가 보여준 일년 동안의 종합 성적을 기미가요가 다 '말아먹은' 셈입니다.


JTBC '비정상회담'의 최근 논란은 어디까지나 미숙한 제작능력 탓이 크다고 봅니다. '기미가요' 파문에서 제작진의 무지와 무신경이 부각되었죠. 물론 에네스 카야가 왜 이번 논란을 일으켰는지 또 제작진이 에네스 카야의 인성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갑작스런 음주운전이나 다른 사고와는 달리 에네스 카야의 문제는 눈치채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프로그램 속 보수적 이미지와 달리 유부남임에도 클럽에서 즐긴다는 등 증언이 있었죠). 최대한 빨리 출연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용히 퇴출시킬 기회도 있었을텐데 에네스 카야의 인기와 간판 프로그램이 되버린 '비정상회담' 때문에 주저했던 것은 아닌가요?


에네스 카야 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결론짓기엔 그동안 '비정상회담'엔 비자, 기미가요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물론 일부 네티즌들의 옹호 대로 '비정상회담' 출연자들은 이미지 관리하는 전문 연예인들도 아니고 제작진이 그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해야하는 것도 아니지만 TV라는 매체는 출연진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큰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공중파에서 검증된 예능 출연진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몇몇 패널 들의 비자 문제나 기미가요로 비난받았으면 최소한 더 이상 문제가 불거질 부분은 없는지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죠. 기미가요 논란이 있었을 때 사과와 PD 교체를 통해 넘어갈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문제점을 되짚어 대대적인 개편을 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한 개인의 문제가 프로그램 존폐논란을 키울 수 있음을 정말 몰랐던걸까요?


JTBC는 이번 문제를 에네스 카야의 하차로 재빨리 수습하려하는 듯하지만 '비정상회담'은 이번 파문으로 더 큰 치명타를 입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기미가요 논란 이후로 '비정상회담'을 보지 않는 시청자 중 하나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를 기용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였지만 논란을 사전에 미리 막을 수 있는 능력도 동시에 필요합니다. 손석희라는 브랜드는 JTBC의 신뢰도와 인기를 높여주었지만 에네스 카야 같은 일이 열번 이상 반복되면 제 아무리 손석희라도 JTBC의 타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고정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공중파와 달리 JTBC는 전체적으로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방송사 탄생 3년쯤 됐으면 더 이상 신선함 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할 때죠. 에네스 카야 논란이 JTBC가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을 갖추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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