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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다 패밀리,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들의 블랙 코미디

Shain 2015. 1. 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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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바람기의 상징인 지아코모 카사노바(Giacomo Casanova)께서 단한 사람의 사랑을 가졌다는 사실은 조금 뻔하면서도 흥미로운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그 많은 여자들을 사귀면서도 단 한명에게는사랑받지 못한 불쌍한 인생이란 해석도 된다. 바람기를 과다한 남성성 정도로 간주하는 사람도 많지만 알고 보면 여성을 최고로 대접할 줄 알았던 남자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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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시절 횡령으로 감옥살이를 했던 소설작가 오헨리의 단편 중 '재물의 신, 사랑의 신'이라는 게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내일이면 떠나버린다며 부자 아버지에게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게 있다고 했던 아들은 아버지가 마차를 사서 길을 막아버리는 덕에 아들은 마차 안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할 시간을 얻는다. 그 누구도 '사랑의 신'은 못 보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시간을 돈으로 샀던 것이다. 오헨리가 보여준 것처럼 돈의 힘은 운명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돈과 재물은 많은 드라마 작가들의 소재거리가 되었나보다. '떳다 패밀리' 역시 200억 재산을 들고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박원숙)와 그 재산을 어떻게든 차지하고 싶은 가족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다. 퍼스트 클래스에 타고 50년 만에 한국땅으로 돌아온 정끝순 할머니는 한 가족의 삶을 뒤흔들어놓는다.


50년 만에 200억 재산을 물려주겠다며 나타난 정끝순 할머니. 지독하게 매력적인 돈의 유혹이 시작된다.


끝순 할머니가 미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면 끝순 할머니의 가족들은 돈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말라간다. 남편 달수(박준규)가 제자에게 꿔준 돈 때문에 하루아침에 집을 뺐길 처지에 처한 김정숙(이휘향)은 속을 태우고 달수는 집을 나가 노숙자 신세가 된다. 두 사람의 큰딸 동은(안혜경)은 남편 세호(최중훈)이 사업하다 재산을 말아먹자 한밤중에 몰래 달수네 집에 들어와 얹혀 살고 외아들 동석(진이한)은 알아주는 수재였지만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되겠다며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고 지금은 반백수다. 둘째딸 동주(소진)는 한의원 원장에게 시집가 잘 사나 했더니 폭력 휘두르는 남편과 돈돈거리는 시어머니에게 쫓겨 이혼하는 신세다.


끝순 할머니의 남편 최종태(정한헌)는 자식들이 어렵든 말든 연애하고 새장가 가겠다며 집안의 어른 행세를 하더니 끝순 할머니가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선언을 하자 마자 한구석으로 밀린다. 각자의 이유로 돈이 꼭 필요한 가족들의 질서는 순식간에 정끝순 할머니 중심으로 돌아가는 희한한 풍경. 소파 정중앙에 앉는 집안의 어른이 할아버지 최종태에서 할머니 정끝순으로 바뀌어버렸다. 50년 동안 아무 연락없이 죽었다는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위화감이나 반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들은 오랫동안 살부비며 살아온 가족처럼 끝순 할머니에게 넘치는 애정을 표현한다.










그들의 재산싸움에는 끝순할머니가 미국에서 양자로 키웠던 정준아(오상진)과 정준아의 하나뿐인 남매 나준희(이정현)도 가세한다. 미국에서부터 끝순할머니와 동행하며 변호사 행세를 하던 나준희는 아예 유산상속을 돕겠다며 끝순할머니와 함께 달수의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최달수 가족의 모습이나 돈으로 50년 만에 나타나 가족의 중심이 되는 끝순할머니 그리고 그 돈을 상속받기 위해 생전 처음본 할머니를 가족으로 모시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서걱거리면서도 흥미롭다.


빚때문에 하루아침에 집을 떠나고 사채업자에게 절절 매는 모습은 요즘같은 불황엔 흔히 사회면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되니까 아들이 며느리를 때렸는데도 큰소리치는 시어머니는 돈으로 인간관계가 결정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끝순 할머니가 가족들을 경쟁시켜 상속자를 정하겠다는 선언도 따지고 보면 가족 간의 정도 돈으로 사보겠다는 뜻이 아닐까. 과거 박원숙 씨가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연기했던 '처세술개론'의 역할이 떠오른다. 미국에 팔리듯이 시집갔다가 조카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러 찾아온 늙은 이모가 입안의 혀처럼 구는 조카 손주에게 속아 상속인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재산상속 선언으로 순식간에 바뀐 집안의 질서. 할아버지는 옆으로 밀려나고 가족들은 모두 끝순할머니를 구세주로 반긴다.


이미 정준아와 나준희는 할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입양된 양아들 정준아가 빚을 갚아야하는 절박한 처지라도 자신을 거둬준 끝순할머니의 애정을 배신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는 빚은 지고 살아도 그나마 서로 간의 정이 투터웠던 최달수 가족에게 불어닥칠 배신의 바람은 예측이 불가능할 거 같다. 예고편을 보니 달자는 아버지를 부추겨 50년간 한국을 떠나 있었던 끝순 할머니에게 이혼 소송을 하면 위자료 받을 수 있다고 바람을 넣고 있고 최동석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재산상속 경쟁이 결국 할머니를 속이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더욱 재미있는 건 재산이 부동산이나 채권같은 거라 당장 처분할 수 없다며 아들 달수의 어려움을 딸 달자에게 해결해달라는 끝순 할머니의 태도다. 사채업자에게 당하는 큰딸 부부의 빚을 깎아서 단숨에 갚아버리는 걸 보면 돈이 있는 거 같긴 한데 평소의 짠순이같은 태도나 큰돈을 쉽게 내놓지 않는 끝순 할머니의 처세는 가족들을 아리송하게 한다. 법 하나 제대로 못 외우는 가짜 변호사 나준희의 행동도 끝순 할머니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워줄 것이다. 큰 재산 물려준다니까 경쟁을 하기는 하는데 가족들은 계속 해서 끝순 할머니가 진짜 로또인지 의심하게 될 것같다. 어짜피 돈 때문에 친근하게 굴었으니 또 돈 때문에 할머니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하겠지. 입양아들을 잘못키웠다고 후회하는 할머니가 또 똑같은 분란을 벌일까 그 부분도 알 수 없다.


나준희와 최동석 과연 '재물의 신'이냐 '사랑의 신'이냐 - 돈 때문에 벌어질 한 가족 간의 블랙코미디.


빚의 압박에서 벗어나겠다며 빚 좀 갚아서 인간답게 살아보겠다며 시작한 상속 경쟁이 결국 또다른 또다시 돈의 굴레에 얽히는 과정이라니 그 모습이 참 웃기면서도 쌉싸름할 거 같단 말이지. 이 드라마는 아마도 돈 때문에 벌어지는 풍경을 묘사한 블랙코미디가 될 것같다. 또 이 드라마의 메인 커플 - 필요할 때 마다 법조문을 달달 외우는 가짜 변호사 나준희와 웬만한 변호사 보다 법을 더 잘 꿰고 있는 똑똑한 최동석이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어디 오헨리 소설속 재물의 신이 보여준 활활 타오르는 능력 앞에서 사랑의 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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