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콜로디 원작의 소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 마다 코가 자라나는 나무인형 이야기다. 요정의 힘으로 생명을 얻었지만 늑대의 꾀임에 빠지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종종 코가 자라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이 나무 인형을 언론에 빗대고 있다. 언론이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구지만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돈많은 재벌과 권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말로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원작 소설의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요정의 도움으로 거짓말이 나쁘다는 교훈을 깨닫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드라마 '피노키오'의 언론 역시 기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사람' 비슷한 꼴을 갖춘 것으로 마무리된다. 박로사(김해숙) 회장은 방송사 기자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고 송차옥(진경)은 기자를 그만 두고 이팩트를 강조하던 과거완 다른 내용의 특강을 한다.


언론에 대한 한편의 우화로 마무리된 드라마 '피노키오' 언론이란 나무인형은 마침내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피노키오'는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각 에피소드 마다 부제를 달고 있다. 때로는 동화의 제목으로 때로는 소설의 제목으로 표현된 드라마 속 상황은 흥미롭다. 세 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자 기재명(윤균상)이 언론에 의해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어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기도 했고 '빨간 구두' 에피소드에서는 박로사 회장의 부탁을 들어준 이후 마치 빨간 구두를 신고 발목이 잘릴 때까지 영원히 춤춰야 했던 소녀처럼 계속해서 박로사와 손잡는 송차옥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지막회의 '피터팬'은 후크 선장을 물리치고 원드랜드를 지킨 피터팬처럼 찌라시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언론인의 모습이 묘사된다.


이렇게 우리 나라 언론의 문제점을 까발리면서도 동시에 언론의 기본을 지키라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드라마 '피노키오'는 계속해서 우화적인 전개를 선택한다. 언론에 의해 가족을 잃은 최달포(이종석)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피노키오 증후군 최인하(박신혜)의 사랑을 통해 돈과 권력에 휘둘리고 가십에 빠지기 쉬운 방송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런 우화를 이용한 전개는 드라마 '피노키오'의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다. 현실 속의 언론은 피노키오라는 나무인형처럼 간단하지 않다. 언론이 스폰서의 눈치를 보고 대중이 보고 싶은 뉴스만 찾아 움직이는 생리는 피노키오의 '거짓말'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반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힘든 언론의 속성을 우화로 표현하면 보다 쉽게 시청자를 이해시킬 수 있다. 송차옥의 거짓말로 붕괴된 기호상(정인기) 가족의 비극과 그 복수를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기재명의 선택 또 진짜 기자가 되어 송차옥과 박로사의 관계를 폭로하고 언론을 바로잡으려는 기재명의 결심은 마치 한편의 동화처럼 선명한 교훈을 보여준다. 우화라는 한계에서 끝나지 않고 비유를 통해 언론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선명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신입기자로 우왕좌왕하던 네 사람이 진짜 기자가 되어 뉴스를 보도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우화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던 '피노키오'를 현실과 연결시킨 것은 특징있는 등장캐릭터들이다. 겉으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미소짓는 범조백화점 회장 박로사는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우리 나라 재벌들의 특징을 아주 잘 그리고 있다. 서범조(김영광)에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천사같은 어머니지만 언론과 정치인 사이를 오가며 여론 조작을 하고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킨 박로사의 가치관은 도덕성이 결핍된 자본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땅콩회항' 사태가 떠오르는, 법무팀의 지시에 따라 포토라인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나 징역 3년에 왜 집행유예 5년이 붙지 않았냐고 따지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디서 본 모습니다.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잘 표현한 박로사와 송차옥.


또 내부고발을 마음먹을 정도로 강직한 기자였지만 박로사와의 커낵션에 질질 끌려 다니다 어느새 기하명에게 '당신은 기자가 맞냐'는 질문까지 듣게 된 송차옥의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었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도도한, 카리스마있는 방송사 부장이지만 속으로는 박로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송차옥의 캐릭터는 권력에 끌려다니는 피곤한 언론의 모습이다. 또 진정한 언론이 되기 위해 고민하며 후배기자들과 소통하는 황교동(이필모), 김공주(김광규)의 캐릭터는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뉴스와 대중이 꼭 알아야하는 뉴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무튼 드라마 '피노키오'는 최달포와 최인하의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 드라마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였던 둘의 사랑과 거짓말 이야기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던 언론사 이야기에 의미를 불어넣곤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우화를 가장 우화답게 만들어준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뱉은 선의의 거짓말이 후에 두 사람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기재명은 여전히 감옥에 있지만 모두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최공필(변희봉)과 최달평(신정근)의 선택이 보기좋았던 엔딩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이렇게 멜로와 주제의식을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데 있지 않나 싶다.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우화로 풀어낸 드라마.


마지막으로 방송사에 입바른 소리를 하다 해직되고 언론이 자신의 스폰서인 권력에 동조하는 요즘 시대에 나는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보여준 우화가 단순히 우화와 희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한 사건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가십 보다 본질을 봐야한다는 원칙은 현실에서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언론이 거짓말하는 나무인형이 아닌 진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같은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뉴스를 골라내야하는 대중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 기재명, 기하명 형제의 비극을 초래한 당사자는 송차옥과 박로사지만 그 비극에 동조한 사람들은 뉴스를 비판없이 받아들인 대중이었단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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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ksky
    2015.01.16 12:54

    고작 1분짜리 뉴스 하나 때문에 이래야 하냐는 로사의 말처럼 뉴스(말)의 역할을 드라마를 통해 절실히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슈몰이에 휩쓸려 야마없는 거짓에 놀아나는 우매한 대중이 되지 않아야 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