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광우병, 과학이냐 감성이냐?

Shain 2008. 5. 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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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방송 당시 'MBC 100분토론'을 지켜본 것으로 모자라 오늘 한번 더 '100분토론'을 시청하게 되었다. 방송 시작 전까지도 토론자가 확정되지 않은 치열한 상황임을 알리는 손석희씨. 100분도 훨씬 넘는 200분 토론을 다시 시청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에 이런 코미디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란 점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 - 요즘 농번기가 되니 물꼬를 자기 논쪽으로 튼 논들 때문에 시골에선 물대기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지만 무엇을 위해 말을 주고 받는지 모를 정도로 말다툼이 심각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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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http://www.imbc.com/broad/tv/culture/toron/)


과학을 제시하면 감정으로 댓구하고, 감정을 들이대면 과학으로 대답하니, 실생활에서 이만한 '동문서답(東問西答)'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 물론 과학으로 대답하는 그들의 과학이 정확한 연구보고를 기초로 한 것인지, 경제적인 이익을 따지는 분들이 조정한 수치인지 알 길이 없다는 쪽도 심각한 문제다(주 : 확률, 통계, 수치, 보도자료, 증거 등을 보고 과학이란 용어를 써놓고 보니 제법 민망하다. 일단 감정이나 감성과는 다른 문헌이나 보고서, 기사, 과학적 근거들을 포괄적으로 싸잡아 쓴 것이다). 방송에서 과학, 오해, 감정이란 단어가 남발되는 걸 보며 코웃음쳤다.


광우병, 처음부터 과학과 지식의 문제였을까?

본질적으로 이번 문제의 핵심은 '안전성'이나 '과학'의 문제는 이미 아니다. '안전성 문제'를 아무리 안심시킨다 한들 '국민의 거부'는 기본 권리 문제이고,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서 정치구호를 남발하지 말라고 주의를 내리고 있지만 정치 의사 표현 역시 '국민의 권리'이다. 안전성이나 과학적인 검증을 따져 방송에서 예를 든 '담배'나 '교통사고' 보다 사망율이 낮다고 '과학적인 설명'을 들이대도 '담배'나 '자동차 운전'은 내 스스로 선택하는 '기호'의 문제라는 것. 인간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과 방침에서 이미 설득의 과학은 상실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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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IMBC 100분토론 홈페이지 - '100분 토론' 설문조사 결과


솔직히 광우병에 대한 나의 '과학'은 이미 '기본 욕구' 앞에 의미를 잃었다. '소고기 수입' 자체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믿음직하지 못하지만(단적으로 말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확률 논리와 나와 관계없을 대 미국 비자 면제와 무기 수입같은 경제 논리 뿐이므로) 먹고 싶지도 않은 쇠고기, 그 중에서도 공장식 미국산 쇠고기(백퍼센트 안전하다는 확신을 줘도 공장식 생산임은 틀림없는 고기)를 강제로 한국에 뿌려놓겠다는 것에 대한 반발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성의 영역인 것이다. 100분 토론에서 충분히 보았듯 이런 감성은 정부의 '경제로 점철된' 비과학적 태도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아이러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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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I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 - '100분 토론' 설문조사 성별통계


아무리 내가 농가의 자식이라도 안전한 수입쇠고기를 소량 수입하겠다면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과학'을 받아들일 지 모른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자국 소비량도 모자란 새끼도 낳지 않은 20개월령 소고기를 우리 나라에 수출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수입 정책에서 이미 과학을 상실했거늘 '미국 입장의 안전한 과학'으로 누굴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는 '감성의 비난'을 받을 일만 남겨 두고 있을 뿐이다. '믿는다'는 표현을 매우 좋아하지만 '아무나 믿으라'는 말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거부하고 싶다. '미국'은 여러 경우에 믿을만한 국가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개인적 '믿음'이란 단어를 한 나라를 상대로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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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I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 - '100분 토론' 설문조사 연령별 통계


지식이 아무리 상대적이라고 한들 정부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미국을 믿고 쇠고기 수입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광우병이 치명적인 전염성 질병이란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이 아무리 자세히 이루어진다고 한들 그 자체에 대한 경제 논리와 '과학' 만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계몽과 훈계로는 국민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힘의 논리를 거론하는 것, 정책을 집행할 권리는 가졌을 지 몰라도 과학과 지식에 관해서는 절대 '더 알고 있는 사실' 따위는 없다는 점을. 오히려 현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과 합리는 편집된 과학이란 의혹이 불거졌을 뿐이다.


정부의 편집된 과학을 보여준 100분 토론

정부는 이미 항간에 나도는 '광우병에 대한 담론'을 '괴담'으로 일축한 바 있다. 그리고 촛불문화제 역시 '괴담'과 배후 세력의 조정에 의한 집회로 폄하 발표한 바 있다. 의견에 대한 과학적 반대도 없이 폄하했다는 사실도, 배후세력 존재를 단정한 사실도 국민에 대한 괘씸죄에 속하지만, 100분 토론에 들고 나온 과학적 자료 역시 그 자세에서 일보 전진한 부분이 없었다. 합리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또 광우병 발병 확률이 낮으므로 수입 정책을 강행했다는 정부의 입장, 그리고 미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정책을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이 미국 현지미국의 FDA 관보에 의해 제 일선으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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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MBC 100분토론, 현장을 뜨겁게 달군 영어 해석 문제 - 과연 어느쪽의 과학이 진실인가?


방송 당시 문제가 된 미국 FDA 관보의 오역은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국내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송기호 변호사측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이와 함께 출연 패널들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자료'가 얼마나 정확하지 않고 편중되어 있는 지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cords have been removed."
이 문장을 해석하면 아래와 같다. "30개월 미만(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한(the brains and spinal cords have been remove) 소가 아니라면(unless), 도축 검사를 받지 않아 식용으로 쓰일 수 없는 소는 사료로 금진된다." 의역하자면 이렇다. "30개월 미만 혹은(or) 뇌, 척수를 제거한 소는 주저앉는 소라도 사료로 쓸 수 있다"가 된다. (출처 : 프레시안 - "<100분 토론> 해석 공방…송기호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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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국,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들의 비영리 모임, http://mizville.org, 미국 내에서도 믿지 못하는 식품 기준을 한국에 적응함을 우려한다(이선영씨의 성명서가 발표된 곳은 이 곳은 아닙니다).


두번째 직격탄은 미국 현지 주부에게서 걸려온 전화이다.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로 자신을 설명한 '이선영씨'는 미국 내에서도 풀만 먹여 기른 쇠고기를 사먹는다는 등의 현지 분위기를 설명하며 AMR('육회수공정(AMR : Advanced Meat Recovery)'이란 고기를 발라낸 후 뼈에 남아있는 고기조각들을 회전벨트 등을 이용해 갈아내는 것 - 이번 협상으로 수입 대상이 됐다) 수입을 우려했다.

 한국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수입 고기들의 차이점이 드러난 셈이다. 물론 정부 관계자는 이 부분을 농약 농산물과 비농약 농산물을 가려먹는 취향 문제와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써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해버렸다. 이외에도 '소에서 유래한 혈액 제품'에 관한 토론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누가 비과학적인 접근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가?


논란을 숨기고 싶은 정부 / 논란을 말하고 싶은 국민

확률과 권리를 합리라고 주장하는 정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집단의 권위는 깎아내리기에 바빴던 정부 관보의 오역과 주부의 의견을 반박하는 자세는 누가 보아도 옳치 않았다. '원칙'의 문제를 '취향'의 문제로 깎아내리는 자세로 정확한 정책을 만들 수 없다. 국제적인 경험이 얼마나 있는 공무원인가? 농약을 친 농산물 보다는 유기농 식품을 선호한다(더군다나 국내는 조합 단위로 농산물을 출하하기 때문에 농약을 다량 살포한 농산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 최소한 저농약 농업으로 전환)? 자신들의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 국민의 감성을 비하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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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100분 토론 - 이번에도 '100분 토론'의 스타들이 탄생했다. 논란에 대한 엉뚱한 답변으로 기괴한 스타가 되는 현상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반면 시청자의 호응을 받은 스타도 있다.


안전성의 문제는 과학자가 결정할 문제, 확률 상의 안전을 들어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정부는 그 과학자들의 결론에 의해서 순식간에 권위를 실추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전성의 문제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포괄적이지 않고 편집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소의 임신가능 기간이 생후 20개월 이후인데 무슨 수로 먹을 수 있는 20개월령의 소를 대량 수출 가능하단 말인가. '상식'으로도 국내 수입 쇠고기의 품질은 보장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된단 말은 절대 괴담이 아닐 것이다.

현정부의 태도는 광우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검토, 해명하지 않고 미국의 입장 만을 설명하는 정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고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촛불집회의 정치적 발언 금지 방침 역시 논란을 해명하기 보다는 논란을 억압하고 싶은 정부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말 떳떳하다면 논란을 누르기 보단 논란을 해명하고 논란을 키우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다시 질문하자, 광우병 과학이냐 감성이냐?

미흡한 정부 조치, 그 증거는 이미 들어났다. 믿을 수 있으며 공신력있다고 정부가 인용한 미국 정부의 입장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편리대로 인용하는 증거, 원하는대로 수집하는 자료, 과학이란 용어는 그 자세 앞에서 신용을 잃었다. 이제 남은 것은 0.1%의 위험이라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국민들의 '감성'일 뿐이다. 담배나 찹살떡, 농약과 같은 기호식품과 '광우병 쇠고기'는 이미 비교 대상이 아니다. 촛불집회 등으로 자신의 감성을 알리는 국민들 앞에 정부는 이 '감정적 조치'에 어떤 대답을 보여줄 것인가. 기껏 나온 대답이 '오해'와 '배후세력'이라면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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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프레시안 - "아이들 먼저 든 촛불, 어른들이 이어 받다"


원칙적인 방향을 이야기해보자, 광우병 소 수입에 관해 유리한 지식 만을 수집하는게 아니라 광우병에 대한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고 그 정확성을 따지는 행위는 과학이다. 그 이후에 따지는 확률은 '의미있다'. 그러나 전수검사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량의 검사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주장'하는 과학은 이미 과학으로서의 의미는 잃었다고 본다. 차라리 '그 확률'을 무시해서 '경제적 이익'을 본다는 주장이 오히려 타당해보일 지경이다. 현정부는 과학을 적용할 부분엔 감성을 적용했고 '국민의 건강을 우선해야한다'는 감성을 적용할 부분엔 확률이라는 과학을 적용하고 있다. '오해'로 점철된 정부의 해명을 보며 생각해보자. 정부는 정말 '광우병' 수입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지 출처 :
http://club.limeusa.com/mizworld/
http://www.imbc.com/broad/tv/culture/t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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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뷰스앤뉴스 - [강기갑 의원이 폭로한 정부 문건(1)]
다음 세계일보 - 美한인주부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못 믿어"(성명서 전문 수록)
다음 동아일보 - 정부 ‘광우병 10문10답’에 시민단체 반박
다음 한겨례 - 미 한인주부 이선영씨 “재미동포들도 광우병 무서워 골라먹는다”
다음 한겨례 - 쇠고기 개방확대 ‘치명적 실수’ 드러나
다음 오마이뉴스 - 미국이 거부한 '가장 위험한 고기', 한국 온다
다음 머니투데이 - '100분토론' 美한인주부 "교포도 광우병 두려워"
다음 한겨례 - 미 한인주부 이선영씨 “재미동포들도 광우병 무서워 골라먹는다”
유투브 이선영 주부 현지인터뷰 - http://www.youtube.com/watch?v=ei6npt-Bp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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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madmen/


ps. 몇가지 괴담(괴담이라고 쓰고 진실이라고 부를 부분이 더 많은 외국의 보고 사례들)이 정부 보다 더 신용을 받는 이유는 정부가 신용을 잃은 까닭이라고 본다. 쇠고기에 환장한 국민이 몇이나 된다고 '미국 쇠고기를 국민을 위하여'를 남발하는 지 잘 모르겠다. 안 먹고 위험한 일이 없는 쪽이 낫다는게 대세 아닐까?

드라마 Mad Men(자막 자료 참고)의 첫부분은 럭키스트라이크 담배 소송에 할애되고 있다. 60년대에 이미 과학적으로 위해성이 알려진 담배, 그 담배 광고를 교묘하게 허용하며 미국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미국 정부와 담배 생산업체들. 그 담배 연기로 가득찬 드라마를 살펴보며 과연 '미국 정부'와 '기업을 믿을 수 있는가'란 질문을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100분 토론에서 '미국을 믿는다'는 감성적인 표현이 제법 많이 나왔다는 건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그것도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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