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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주인공들 누가 진짜 니체의 '괴물'인가 - 최백호의 the Night

Shain 2021. 3. 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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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모호한 이동식의 웃음

 

처음에는 '괴물'이라는 제목이 너무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드라마로 연출했으려니 짐작했다. 이제는 온갖 과격한 드라마에서 익숙해진 괴물과 싸우는 장면들을 어떻게 더 다양하게 연출한단 말인가. 그런데 낯선 목소리와 낯선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예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저 무수한 군상들 중 진짜 '괴물'은 누구고 진짜 무고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누군지 몰라도 이 제작자랑 작가 정말이지 감각이 참 탁월하구나.

 

지금까지 4회가 방송되었지만 여전히 진짜 '괴물' - 살인자의 정체는 미스터리다. 이야기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한가지는 이동식(신하균)을 중심으로 이유연(문주연), 고민정(강민아)을 비롯한 여성들이 손가락만 남기고 실종되거나 변사체로 발견된 내용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한주원 경위(여진구)와 그 아버지 한기환(최진호)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정치적, 사회적 잇속을 두고 얽힌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건 마치 '니체의 괴물'을 구별하라는 문제를 푸는 것 같았다. 1. 2회의 이야기는 동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사람좋아 보이는 이동식의 수상한 점을 보여준다. 꼬장꼬장하고 친절한 데다 법을 잘 지키는 동네 순경 같지만 그의 주변에선 여러 여성들이 손가락만 남기고 사라졌다. 덕분에 순경 남상배(천호진)에게 범인으로 오해받았고 여전히 그를 '사람 죽인 놈'이라며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다. 결정적으로 으스스한 갈대밭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그날 이동식은 소름 끼치게 웃었다.

 

반면 차기 경찰총장으로 거론되는, 한기환의 보호 아래 무언가를 덮고 조작하는 한주원도 만만치 않게 수상하다. 이유연이 죽던 그때 한주원의 나이는 고작 7살이었다고 하니 앞선 살인들은 그가 직접적으로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한주원이 주도한 '함정수사'를 위해 누군가가 죽었고 그 뒤로 벌어진 불법체류자들의 죽음은 적어도 한주원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치부를 덮고 싶어 하면서도 문주시에 연쇄 살인 범인이 이동식이길 아주 간절히 바라는 듯하다.

 

 

'감싸는 사람이 누구냐' 한주원의 반격

 

문주시 시의원(길해연)의 아들인 박정제(최대훈)는 어떤가. 그는 이동식의 절친이면서 공범 같기도 한 존재다. 이동식이 범인으로 몰려 범행을 자백하란 압력을 받을 때 그는 자신이 밤새 동식과 함께 있었다며 뒤늦게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20년이 지나 고민정이 죽었을 때도 결국 그는 동식의 알리바이가 되어준다. 우정이라고 하기엔 의심이 너무 깊고 범인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어설픈 그의 태도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돈이라는 목적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박정제를 더욱 의심스럽게 한다.

 

그런가 하면 오랜 시간 범인으로 오해받고 어머니, 아버지도 불행하게 죽어버린 이동식의 과거는 그가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는 한주원의 시나리오를 납득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동식의 주변 인물들은 이동식을 의심하는 동시에 이동식에게 미안해하고 그를 동정하기도 한다. 주변에 얽힌 너무나 많은 오해가 진짜 이동식을 괴물로 만든 것은 아닐까. 광기 어린 그의 웃음은 사건을 뒤쫓는 자의 한이 서린 웃음인가 아니면 알리바이를 확보한 살인자의 '기뻐 날뛰는' 웃음인가.

 

여러모로 배우 신하균은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종종 평범한 드라마에서 그의 연기가 이젠 너무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싶을 때 마다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모호하다'는 행동이나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신하균이 보여준 웃음은 충분히 모호하게 표현되어 한주원은 끝끝내 캐릭터 '이동식'의 진심을 캡처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이동식에게 맞서는 여진구는 이동식에게 끌려다니는 듯하면서도 그 모호한 캐릭터를 상대로 한방을 날린다. 한주원의 '감싸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은 아마도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겠지.

 

요즘 수사 드라마가 나오면 대부분 시청자들은 범인을 금방 맞춘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범인은 알 수 있을 것같지 않다. 드라마 OST 'The Night'의 가사처럼 누군가 자욱한 안개에 갇힌 그림자가 너무 많아서일까. 조금만 더 전체적인 단서가 주어진다면 퍼즐이 풀릴 것 같기도 한데 오래간만에 듣는 최백호의 목소리만큼이나 음울하고 무게 있는 분위기가 드라마의 모호함을 더 잘 살려주는 듯하다. 첫회에서 신하균이 웃는 장면에 흘러나온 OST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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