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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부동산, 심심풀이로 쫓아본 홍지아의 퇴마의식

Shain 2021. 4. 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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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퇴마록'이라는 소설은 세상에 나타나는 온갖 악령을 퇴마사들이 물리치는 내용이었다. 그 소설에서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퇴마를 한다. 주로 가톨릭에서 '구마(驅魔)' 혹은 '퇴마(退魔)'라고 부르는 그 행위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종교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최근에 방송중단된 '조선구마사'는 가톨릭 신부가 기도를 통해 생시에 깃든 악령들을 몰아내는 내용이라 한다. '퇴마록'에도 가톨릭 신부였던 박신부가 등장하고 주인공 현암은 승려들에게 내공을 전수받은 인물로 주로 검에 깃든 영혼을 이용해 퇴마를 한다. 사실 퇴마록은 한국형 퇴마 판타지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대박부동산의 사장 홍지아. 그녀는 어떻게 악귀들을 처리하나

'대박부동산'은 귀신든 부동산을 거래하는 홍지아(장나라)가 오인범(정용화)이라는 사기꾼 영매와 퇴마를 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그런데 홍지아가 퇴마하는 방법을 흥미롭게 살펴보니 갑자기 퇴마록 이현암이 생각나는 것이다. 일단 종교적 베이스 없이 스스로 체력을 단련하고 결계를 치는 소금탄 총, 칼 역할을 하는 비녀와 목걸이 등을 이용해 귀신을 퇴치하는 점도 그렇고 홍지아는 가톨릭의 구마사가 아닌 일종의 한국형 퇴마사다. 캐릭터 홍지아는 어떤 방식으로 퇴마를 할까.

 

물론 기본적으로 퇴마가 메인이긴 하지만 곁다리로 들어가는 커플 역시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드라마라 이 글은 본편에 들어라기 전 살펴보는 일종의 심심풀이 같은 것이다. 퇴마록이 20년 넘은 소설이고 보면 요즘은 퇴마와 영매에 게임이나 판타지 컨텐츠도 큰 영향을 끼치고 총을 쏘는 퇴마사도 많은 편이다. 퇴마록의 한국형 퇴마사들이 은장도, 성수, 부적을 이용해 퇴마를 했다면 극중 오인범의 대사대로 장나라의 퇴마 장비들은 '비주얼'이 쓸데없이 '고퀄' 이다. 이제는 타카 총으로 결계를 치는 시대다.

 

 

 

 

퇴마의 첫번째 과정 - 영혼을 느끼고 가두기

 

일단 퇴마사는 원귀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서 그 원귀의 종류, 출몰하는 지역, 얼굴, 이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정보 수집이 완료되면 원귀의 이름이 들어간 각종 퇴마 장비를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되면 바닥에 소금으로 영역을 그리고 그 안에 영매를 들어가게 한 후 원귀를 기다린다. 소금이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설정인듯 하다. 이때 영매는 귀신이 자신의 몸에 침입하지 못하게 부적 목걸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원귀가 나타나면 홍지아가 원귀를 한 곳으로 몰아 결계 안에 가둔다.

 

원귀가 되어 대박부동산 2층에 남아 있는 지박령 홍미진(백은혜)의 경우 도망다니는 원귀가 아니라서 결계도 작게 그리고 원 밖으로 나가는 행위 만으로도 금방 영매(오인범) 안에 가두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키포인트는 원귀가 나타나면 잎에서 한숨을 내쉬며 금방 알아챌 수 있는 홍지아의 능력이다. 아마도 몸이 매우 차가워지기 때문에 한기가 든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듯하다. 홍지아는 원귀를 볼 수도 있다. 

 

어머니의 퇴마를 준비하는 홍지아
소금으로 친 방안의 결계
영혼을 부르는 향을 피운다
준비된 각종 퇴마 도구들

 

 

총을 쏘아 원귀를 소금 결계에 가둔다

 

장비가 완전히 준비되고 영매도 준비되어 원귀를 묶을 준비가 되면 도망치는 원귀를 몰아서 결계를 친다. 지박령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고 부유령이라고 해도 집념을 남긴 대상, 예를 들어 조현서(서진원)의 대리화가였던 김병호(임지규)의 경우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 원혼이 소환된다. 평소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는 홍지아는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체력전도 마다하지 않고 원귀를 쫓아 몰아넣고 도망치는 귀신에게 소금탄이 들어있는 타카 총으로 결계를 친다(이건 퇴마 미드에서도 활용되는 설정). 대부분의 원혼은 소금 결계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버둥 친다.

 

각종 장비에 부적을 장착한다
부적을 넣은 홍지아의 머리비녀
결계 안 영매도 부적목걸이를
소금탄을 넣은 타카총
소금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원귀가 도망갈 수 없는 결계

 

 

 

악귀와의 씁쓸하고 슬픈 만남

 

어머니가 악귀가 되고 홍지아는 엄마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20년 넘게 퇴마사를 하고 있지만 악귀와의 만남이 영 기분이 좋진 않다. 홍지아는 퇴마를 하는 동안 악귀의 남은 집념을 보았고 그 후유증 때문에 평소에도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어치운다. 주변의 온갖 배달음식은 다 섭렵한 것 같고(자연스러운 PPL 문제없을 듯) 그것도 모자라 대박부동산 주변 식당 아줌마는 홍지아가 먹어치울 음식 배달하느냐 허리가 휘는 중이다. 그만큼 악귀와의 만남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몹시 춥다. 원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권투를 한다지만 체력단련은 필수다.

 

지아는 각종 영혼들의 기분 나쁜 욕망을 읽고 '이래서 이 일이 싫어'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슬프면 슬픈 사연대로 마음이 아프고 무엇보다 원귀들의 습관이 자기도 몸에 배여 따라 하게 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그렇다고 엄마의 원귀가 지아를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불쑥불쑥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물론 옆에 붙어서 사생활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게 한다. 지박령이라 다행이지 따라다녔으면 홍지아의 인생 자체가 호러물이었을 것 같다. 거기다 엄마와 실수로 접촉이라도 하면 쉽게 홀려 버린다.

 

이렇게 원귀를 보내면 마지막인데...
퇴마후 엄마 원귀에 시달려 더 퀭해진 홍지아

 

이렇게 파란만장한 홍지아 인생에 오인범이란 사기꾼이 나타났는데 이 남자는 수상하게도 이상한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오인범의 삼촌이 그에게 절대 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놀라운 건 나름 날카로운 홍지아가 그 목걸이를 자신이 영매들에게 주던 목걸이와 똑같이 생긴 종류란 걸 못 알아봤다는 점이다. 오인범은 첫회부터 그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고 1회 마지막에 영혼들을 퇴마 하기 전까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홍지아는 잡귀는 피할 수 있을 거라며 똑같은 목걸이를 줬는데 왜 몰랐을까.

 

아무튼 이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두 사람의 미스터리는 이제 시작이다. 아무래도 홍지아의 엄마 홍미진은 퇴마를 하다 죽임을 당한 듯한데 눈치로 봐서는 이 원귀는 오인범이나 오인범의 삼촌이 끌어온 원귀인듯하다. 홍미진은 평소 성격으로 봐서 주변 사람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퇴마를 하다 역으로 당한 것 같다. 홍지아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것도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 원인은 대박부동산을 노리는 건설회사 사장 도학성(안길강)이 개입된듯하다.

 

홍지아가 이 장비를 모두 쓰는 걸 보게될까
이미 1회에서 똑같은 목걸이가 나왔는데

 

오인범은 자신이 영매란 걸 깨닫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아마도 영매로 있을 때의 일을 기억 못 하기 때문인듯하다) 홍지아의 고통을 몰랐지만 한번 겪어보고 난 후엔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냐'며 오랜 시간 퇴마사 일을 했던 홍지아에게 공감을 표시한다. 로코의 기본 조건인 공감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퇴마 일을 마친 홍지아는 체온이 떨어져서 죽을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아의 체온을 상승시키는 모태솔로 오인범과 냉랭한 분위기가 매력인 퇴마사 홍지아는 설정상 꽤 잘 맞는 커플이 될 것이다.

 

평소 장나라를 매우 좋아한다. 이렇게 다양한 드라마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도 매번 다르게 표현하는 걸 보면 타고난 배우다. '고백부부(2017)'에서 밝게 웃는 20대 신부 역할을 본 게 언제라고 어느새 냉정한 얼굴이 잘 어울리는 홈쇼핑 중독 퇴마사 역할로 돌아왔다. 극 중 캐릭터 홍지아는 퇴마를 하고 나면 심신이 지쳐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홈쇼핑 채널을 시청한다. 어린 시절엔 엄마처럼 밝고 남들을 동정할 줄 아는 캐릭터였지만 퇴마 20년 차, 영혼들의 감정에 빙의되어 재미없고 무감각해지고 건조해진 홍지아의 인생을 장나라는 잘 표현하고 있다. 신파물이 되지만 않는다면 꽤 괜찮은 기대작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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