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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서혜림은 이미지 정치인이다

Shain 2010. 12. 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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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피납자 미망인이었던 서혜림(고현정)이 드디어 강태산(차인표)와 대등한 당대표로 거듭났습니다. 그녀는 이제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으로 다른 당대표들과 함께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습니다. 혜림이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중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자 백성민 대통령(이순재)은 강태산의 민우당을 탈당합니다.

비리가 폭로되어 자신이 만든 혁신당에서도 출당당한 조배호(박근형)은 강태산을 향한 마지막 발목잡기를 시도합니다. 하도야(권상우)는 산호그룹 김명환(최일화) 회장을 소환조사하며 정치권의 비자금 문제를 수사하려 합니다. 당원이 한명도 남아 있지 않던 당의 당대표에서 대통령 후보로 단숨에 뛰어오르는 일이 가능해진 건 서혜림이 소말리아에 피납된 선원들을 구출하러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혁신당 대권 후보로 선거 캠프를 꾸린 서혜림


소말리아에서 더욱 깊이 깨닫게 된 절실함으로 서혜림은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투병중인 피납 선원 한명이 사망하자 모두를 구해오지 못했다며 눈물로 자책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재벌이 직원들을 야구 방망이로 두들켜 패는 나라에서 이 보다 더 좋은 대통령의 자질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혜림의 주장은 강태산의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해야한다는 주장 보다 빛나 보입니다.



서혜림은 이미지 정치인이다

'정치 드라마'를 방영할 때 마다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 '이미지 정치'의 문제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드라마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마치 자신의 이미지인 것처럼 활용해 덕을 보려 합니다. 정책으로 승부를 보지 않는 비겁한 방법이기도 하고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이기도 하죠.

미셀 오바마를 비롯한 정치인 부인들이 패션감각을 추구하는 건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서이듯(누구처럼 비싼 옷 입으려는게 아니구요) 최근 정치인들은 만들어진 이미지를 활용해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곤 합니다.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디지털 세대의 특징을 활용하자면 이런 이미지를 활용하는 걸 아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극중 왕준기(장영남)이 이미지 메이킹으로 서혜림을 도왔던 것처럼 대부분의 정치인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도 아닌데도 이미지가 곧 정책인줄 아는 정치인들은 아주 많습니다.'깨끗한 이미지'에 홀렸다간 '더러운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서민정책'을 펼치는 건 아니지요. 재벌위주 정책을 펴는 인물이 그런 행동을 보여주면 오히려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대권 후보로 나서 '부도남(부드러운 도시 남자)' 이미지를 연출하는 강태산


극중 서혜림은 눈물로 호소해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소말리아 피납선원들을 구출해 국민을 감동시키는 등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극중 설정대로라면 국민을 위해 진정한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 후보입니다. 그러나 '정치 드라마'의 특징상 그녀는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 만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피납선원을 구조하는 과정이 그녀를 대통으로 만들 만큼 대단한 이슈인 건 사실이지만 실제 납치된 사람들이 있는 한 드라마는 그들의 협상과정이나 구조 과정을 정확히 묘사할 수 없습니다. 돈으로 협상했다, 압력을 행사했다 등 어느 쪽을 선택하든 민감한 사안이 되고 '정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과의 관련성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죠.

초등학생 무상 급식도 그렇고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지만 현상에 대한 대안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못합니다. 정치 드라마가 현실에서 소재를 끌고 올 때 생기기 쉬운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죠. 덕분에 서혜림은 정책으로 승부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미지 정치인'이란 한계를 가지게 되버렸네요.



재벌의 압수수색 싱겁게 끝나다

하도야가 위풍당당하게 산호그룹 정문으로 걸어들어가 압수수색을 합니다. 회장 김명환을 소환해 조배호와 대질 심문을 벌이기도 합니다. 각종 불법 자금을 대기업에서 주었다는 문제를 수사할 때 마다 '압수수색'을 할 것이냐를 두고 한참 설왕설래하곤 합니다. 기존 재벌 대상 수사는 주로 '기습공격'이 아니라 자료가 다 사라졌을 때 쯤 방문해주는 형식적인 성격의 것들이 많았죠.

재벌 총수를 검찰로 불러들이는 일은 정치인 소환 보다 힘든 일이라 혐의를 밝히고 싶어도 '의전'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렵게 조사가 진행되면 재벌은 '저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증언하고 정치인 혹은 검사는 '받은 적 없다'라고 잡아떼기 일수죠.


재벌 총수가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들, 대규모 변호인단을 한무리 이끌고 나타나는 장면은 확실히 웃겼습니다. 정치인들 만큼이나 처벌하기 힘든 사람들이 바로 그 재벌들인데 하도야 검사는 조배호와 김명환을 동시에 저격하고도 아직 무사하군요. 역시 제비족 출신의 저력답습니다.

서혜림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하도야 역시 거침없이 검사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판타지 속에 위기의 남자, 공공의 적 강태산은 언제쯤 무너질 지 모르는 권력을 향해 오늘도 질주하고 있네요. 다음주부터는 KBS '프레지던트'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우리 나라엔 정치 드라마가 아직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를 화면에 담음에도 가치관의 충돌 때문에 많은 저항을 받듯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드라마로 만들 땐 반응이 극과 극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혜림이 이미지 정치인이 되고 하도야가 폼만 잡는 검사가 되는 건 더 이상 신랄한 비판이 불가능해서일까요? 종료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은 처음부터 드라마가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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