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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모윤희 편을 들고 싶다

Shain 2010. 12. 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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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보실 분이라면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명성재단 이사장이던 성은필(김갑수)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단순히 성은필의 못된 성격 때문에 미쳐버린 줄 알았던 빨간 원피스, 성은필의 죽음에도 깔깔거리며 웃어제끼던 조수민(최수린)은 정당한 명성학원의 후계자였던 모양입니다. 품위를 자랑하던 성씨 집안은 수민의 부모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가짜 귀족이었던거죠. 지성인인 척하는 교수 탁경환(정원중)이 부정한 교수이고 똑똑해 보이는 정신과의사 김진서(김혜수)가 헛똑똑이인 것처럼요.

아내 밖에 모르고 늘 빨간색을 선물하던 은필의 사랑은 반쯤은 죄책감이었을 거고 반쯤은 진짜 애정이었을 겁니다. 아내를 고아로 만들면서까지 차지한 명성재단은 재물과 권력을 주었지만 증오와 비웃음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누나 성은숙(윤여정)에 비해 예민하고 여린 부분이 있었던 은필은 호두알을 굴리며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을 숨겨왔을 겁니다.

성은숙은 이사장을 결정하는 자리에 나타난 조수민을 보고 얼어붙습니다. 성씨 집안의 비밀이 들킬까봐 모윤희(황신혜)의 이사장 승계를 승인해버립니다. 그런 모윤희를 공격한 건 다름 아닌 강신우(이상윤)를 대동하고 나타난 김진서였죠. 성은필의 혈흔이 묻은 와인병을 발견한 것입니다. 과연 진서와 윤희 둘 중 누가 승자(?)가 될까요.

늘 약자를 돕고 싶어하는 이상현(신성우)의 삶은 남들에게 휘말리고 이용당하기 쉽습니다. 아버지 모준하(이호재)에게 얻어맞은 모윤희를 업고 뛰던 이상현에겐 윤희가 가엽기만한 어릴 적 친구였던 거 같습니다. 남편 은필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의 인생을 돕고 싶었을 겁니다. 그의 선량함은 날이 갈수록 자신을 오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만 합니다.



모윤희, 김진서 이길 수 있을까

그들 세 사람이 어렸을 때 진서는 윤희를 언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세 살이나 많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를 늦게 간 윤희에게 끊임없이 동급생들 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일깨운 존재가 진서입니다. 착한 척 윤희를 위하는 듯하던진서가 언니라는 대접을 포기한 건 이상현의 불륜녀 한소리를 진서의 환자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진서는 늘 올바른 존재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윤희를 모욕하고 훈계하고 응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윤희가 진서에게 느끼는 감정을 질투나 시기심으로 단정하기도 합니다. 윤희가 '진서는 비열한 방법으로 상현을 빼았아갔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입니다. 자세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진서는 윤희에게는 어리석고 가증스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한때 상현에게 의혹을 가졌던 진서는 윤희가 은필을 죽였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신이 만난 은필이 수줍은 소년같은 사람이었기에 모윤희를 절대악이자 범죄자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아니 무엇 보다 윤희이기 때문에 그녀가 '범인이어야 한다'고 믿는 거 같습니다. 정신과의사지만 비합리적으로 모윤희의 페이스에 휘말렸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자란 진서는 상현의 컴플렉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가 교수가 되려하는 속물스런 마음의 반도 모릅니다. 그런 그녀가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란건 일종의 오만인지도 모르겠네요. 윤희는 다 가졌기에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진서를 증오합니다. 진서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 이사장 자리에 오르려는 마음을 알 리 없죠.


명성재단은 누구에게

성씨 집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조수민이 등장한 이상, 성은숙은 명성재단 문제에서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윤희는 막더라도 조수민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습니다. 반면 모윤희는 범인이 아니더라도 와인병으로 은필의 머리를 내리쳤다는 사실 때문에 당분간 떳떳하게 활동할 수 없습니다. 그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바람피우는 그림쟁이 아버지에게 실신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자란 모윤희. 찢어지게 가난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그녀를 아내로 맞은 성은필은 전 아내 만을 사랑하며 천박한 그녀를 무시합니다. 한병에 천만원 짜리 와인을 소주 마시듯 마시는 윤희를 시누이 은숙은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첫사랑 상현은 내가 사랑은 진서 뿐이라고 합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모윤희에게 남은 것은 명성재단 뿐이지만, 진서의 희망대로 윤희가 범인이 되어버리면 윤희는 그것 마저 가질 수 없는 처지가 되버립니다. 진서 개인에게는 남편과 화해해 '즐거운 나의 집'을 다시 찾는 진서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겠지만 모윤희에게는 어떤 결말이 나든 행복해질 가능성이 적습니다.


정의를 자처하는 김진서의 말대로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게 맞겠죠. 그러나 고고하던 성씨 집안의 성은숙이 수민에게 죄인인 것처럼 은필이 수민과 윤희에게 가해자인 것처럼 진서는 윤희에게 당당한 처벌자의 자격은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은필을 죽였을 수도 있는, 윤희에게 동정이 가는 건 그 이유지요.

조수민이 제정신을 차린다면 명성재단은 법적 절차를 거쳐 그녀에게 물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장순(정진각) 교수가 총장이 되겠지요. 성씨 집안으로 인해 미쳐버리는 고통을 겪었지만 남편을 사랑해 애증의 감정을 가진 조수민은 남편을 사망이 모윤희와 관계있다는 걸 알게 되면 윤희에게 반감을 가질 지도 모릅니다. 평생 의지할 곳 없이 살아온 윤희의 마지막 운명은 조수민에게 달려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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