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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여성 대통령 안되는 이유

Shain 2010. 12. 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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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에는 한 명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등장합니다. 꼬장꼬장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강직한 검찰청장 출신의 신희주(김정난)입니다. 장일준(최수종)은 새물결미래당 대통령 경선후보들 중 박을섭(이기열)의 뒤가 깨끗치 않다는 걸 알고 여자관계를 폭로하지만 신희주에겐 후보 단일화 협상을 제안합니다. 이기열 보다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멋진 후보로 생각한단 뜻입니다.

지난주 'SBS 대물'이 드디어 마지막 방송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온 문제로 혹은 외압 문제로 또 출연진의 뺑소니 사고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 '대물'. '대물'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여성 대통령의 사랑은 묘사했지만 대통령이 '여자'라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대물'의 여성 대통령은 아름다운 복장과 장식, 임기내 검사 애인을 두었다는 특징이 있었지만 여성 대통령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는데 일조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아직까진 남자들의 세계인 정치권에서 여자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을 듯하지만 그 부분을 표현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지던트의 박을섭은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신희주에게 '우리나라에서 여자 대통령은 이르다'며 타박을 하고 남편이 '영부인 노릇'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편견에 가득찼지만 현실적인 공격을 합니다. 극중 신희주는 김경모(홍요섭)이란 유력한 후보를 이기는 것 외에도 사람들의 인식에 박혀 있는 이런 편견을 넘어서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여자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신희주는 깔끔하고 강단있는 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능구렁이 장일준에게 없는 '장점'을 갖춘 인물입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은 절대 약점이 아닙니다. 'SBS 대물'은 그 부분에 대한 반감이나 다른 정치인의 언급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프레지던트'는 반면 신희주를 물고 넘어지는 박을섭을 통해 신희주가 넘어서야할 정치권의 불합리를 보여줍니다.


정치인이 정적의 '약점'을 들추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비자금 폭로, 뇌물을 비롯한 각종 커넥션 폭로, 사생활 폭로, 허술한 정책 지적 등 방법이 많지만 가장 치졸한 공격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성별과 가정문제에 대한 공격 아닐까 싶습니다. 남성 정치인이라도 '홀아비' 또는 '독신'인 경우에도 똑같은 비난이 가능하다는 뜻과 마찬가지이고 이는 박을섭의 불륜 문제와는 전혀 다른 부당한 비난이라 할 수 있겠죠.


여자 대통령이 겪게 될 문제점?

많은 사람들이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겪게될 어려움으로 육아, 집안일, 그리고 각종 남성 중심 문화에 적응하는 문제들을 꼽습니다. 가족문제를 해결할 당사자가 한 집안의 '아내'들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도 한몫하는 부분이니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남성 중심 정치권 문화'는 악용할 경우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지나친 술자리와 향락은 여성 정치인이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최근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전직 대통령의 술자리와 여자문제는 아직도 입에 오르 내리는 주제입니다. 그 시대의 '요정 정치'가 시사하는 것은 대통령과 요직에 있는 인물들이 소위 '기생집' 같은 곳을 출입하는 '문화'를 공유했다는 것입니다. 구세대 정치인들의 문화인줄 알았는데 최근 일부 젊은 정치인들의 발언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직장도 그렇지만 여자 정치인이 '성희롱' 시비에 휘말리는 건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됩니다. '피해자' 입장을 고수하면 무력하고 수동적인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대중들에 공개되었을 경우 대수롭지 않게 모르는 척 넘어갔다간 또다른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에게 공격적인 시선을 보내는 우리 나라에선 여성 정치인은 성희롱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할 수 있죠.

2003년 이경재 의원의 발언,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겨냥해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날 좀 주물러달라고 하는 것'이라는 말은 우리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없는 건 정치인 자신 보다는 정치권의 문제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성별 때문에 겪는 문제점은 많을텐데 그런 '무개념'에 일일이 대응하는 여성 정치인이 성공하기는 힘들테니까요.



대통령의 오른팔, 영부인은?

대통령의 부인을 보통 영부인(令夫人)이라 호칭하고 여성 대통령의 '영부인' 역할을 해야할 존재를 보통 '부군(夫君)'이라 부르는데 원래 영부인과 부군은 말하는 상대방의 배우자를 높여 부르던 말이지 대통령의 아내와 남편을 호칭하던 말은 아닙니다. 정확한 명칭은 대통령 영부인(領夫人)이 맞겠죠. 외국의 경우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와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를 사용하지만 후자는 공식 호칭이기 보다 사전적인 표현인가 봅니다.

다양한 모습의 대통령을 묘사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2010)'엔 평범한 가장이자 대학교수인 대통령의 남편이 등장합니다. 아내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불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이 '부군'은 노년에 은퇴하면 쓰려고 사둔 땅으로 아내의 정치적 골치거리가 되버립니다. 두 사람은 이혼까지 해야할 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합니다. 영화 역시 여성 대통령의 문제점 중 하나로 '가정'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확실한 건 이 '퍼스트 젠틀맨'의 자리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절대 무의미한 위치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극중 이수명(정한용) 대통령의 부인 최정임(양희경)은 장일준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조소희(하희라)와 밀담을 나눕니다. 외교적인 자리에선 대통령끼리 회담을 가질 경우 영부인들은 다과를 나누며 담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물'에서 여자 대통령 서혜림(고현정)의 부군 자리는 공식적으로 공석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필요한 그 역할을 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영부인 대리를 했던 적이 있고 외국의 경우에도 여동생이나 딸 등이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물'에 리얼리티가 살아 있지 않다는 지적은 그런면에서 맞는 말이죠.



여자 대통령 가능하려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책만 갖춘다면 대통령이 여자라는 부분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영부인' 역할을 하는 남편을 어떻게 부르는지, 혹은 영부인 대리 역할을 어떻게 부르는가에 대한 상식이 없을 정도로 '여자 대통령'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건 여성 대통령이 나올 만한 정치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단 뜻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최고 위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치열한 접전, 누구나 대권을 노리는 '야망'을 가진 그곳에서 경쟁자 하나를 없애기 위해 만든 핑계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약점일 것입니다. 박을섭은 노골적으로 그 야망을 드러낸 것 뿐 다른 정치인들도 다를게 하나 없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려면 정치문화의 성장, 정치권의 각성이 필수적으로 기반되어야겠지요.


극중 신희주는 여성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따뜻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한 장면을 TV에 노출하지만 성별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전략 역시 장기적으론 발목을 잡을게 분명합니다. 여자라는 걸 장점으로 삼는 즉시 여자라는 부분이 약점이자 한계가 될 수 있습니다. 김경모와 대등한 위치로 경쟁하는 장일준처럼 여성대통령 후보 역시 같은 수준의 정치적 성장을 이뤄야할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그점을 보여주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네요.

우리 나라 현실 정치에서 '여성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 당사자가 '여자'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후보로 나설만한 인물의 이력과 소속 정당의 정책 탓이라 보는게 맞을 것입니다. 각종 정치적 공세에 먼저 대응하고 난 후 '여성 대통령'의 문제점을 생각해 봐도 늦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거부감은 그 당사자가 '여성'이기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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