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미드, 이해할 수 없는 리메이크 열풍

Shain 2011. 1.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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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배들러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으는 ABC의 'V(브이)'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임에도 원작에 비해 그닥 매력이 덜 했습니다. 과거와 어떤 식으로 달랐고 과거에 어떤 설정이 있었는지 추억해볼 수 있는 장면이 훨씬 더 많아 새로 만들어진 드라마 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메이크라는 포인트로 인기를 끌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한계가 되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죠.

우리 나라는 드라마 보다 '가요'의 리메이크가 훨씬 많은 편입니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 몇편이 다시 각색되곤 하지만 미국 드라마처럼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앞다투어 제작할 정도는 아닙니다. 얼마전 유럽 영화 '렛미인(Let me in)'이 헐리우드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미국이 이 부분에 유난하다 해야할지 각종 컨텐츠와 테마를 계속해서 반복하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10년 리메이크된 CW 채널의 니키타(Nikita), 주연 매기 큐


흔히 비슷한 소재를 지적할 할 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란 표현을 씁니다. 최근 한드 뿐 아니라 미드를 비롯한 많은 전세계 컨텐츠는 포화상태로 소재 고갈에 시달립니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장르만 정해지고 나면 뒤에 이어질 내용은 뻔하고 결과까지 알아맞출 수 있는 드라마, 영화들이 한두편이 아닙니다. 이러려면 차라리 기존 인기작을 다시 만들었노라 밝히는게 흥행에 도움이 되겠죠.

미드는 기존 인기 드라마를 재구성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리메이크를 하기도 하지만 인기있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리메이크하기도 하고 유명한 역사적 사실을 다시 제작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 방영중인 매기큐 주연의 '니키타(Nikita)'는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바탕으로 리메이크된 것이죠. 어떤 방식을 쓰든 공통적인 건 드라마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폭로된 상태로 방영된다는 점입니다.



성공한 리메이크 미드 어떤 것이 있나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심리도 있지만 익숙한 것을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되는 심리도 있다고 합니다.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점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플롯이나 내용, 구성으로 자신들이 잘 아는 내용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드라마의 내용이 뻔하다 싶으면서도 다시 보면서 옛날과 어떻게 달라졌는 지 소소하게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누구나 잘 아는 헨리 8세를 섹스 어필로 재구성한 'The Tudors(2007)' 역시 새로운 미남 헨리(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정열적인 앤불린(나탈리 도메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주었습니다. 이 정도만 흥행해도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치고는 꽤 괜찮은 성공인편인듯 합니다. 다른 Roboot 드라마들은 이정도로 성공하기는 커녕 1시즌도 방영 못하고 캔슬되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미드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을 'Battlestar Galactica(2003)'을 꼽습니다. 1978년도에 크게 히트한 70년대식 우주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세계관을 재구성한 이 드라마는 인간형 로봇, 즉 동일한 외모의 유기체 사일런을 다수 등장시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원작에서 모티브는 가져왔지만 별개의 새로운 SF 드라마로 새롭게 창작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 다음으로 가장 성공한 리메이크는 영국 버전을 미국 버전으로 다시 만든 'The Office(2005)'로 봅니다. 다수의 미드가 영국에서 인기를 끌던 드라마를 새롭게 응용하곤 하는데 7시즌까지 이어진 이 코믹 드라마 만큼 오래간 건 드물었죠. 그 이외에 2010년 제작된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0)', '니키타(Nikita)' 등이 캔슬되지 않고 성공한 미드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 실패하는 리메이크

미드는 파일럿을 제작해 시청률이 확보되면 후속 시리즈를 제작하는 방식이라 꼭 리메이크가 아니라도 캔슬되는 드라마들이 많긴 합니다. 그럼에도 유독 리메이크 시리즈의 캔슬이 도드라지는 건 '기대감'에 따른 반작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던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가 과거와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외면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예 만들어지지 말았으면 싶은 리메이크도 상당수 등장합니다. 'Knight Rider(2008)'는 발 킬머의 키트 목소리로 화제를 모았지만 1시즌만에 캔슬되어 버립니다. 원작의 후속편 성격으로 제작됐지만 '전격 Z작전'같은 인기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Bionic Woman(2007)' 경우 오히려 원래의 소머즈인 린제이 와그너에 대한 그리움만 키워주더군요. '90210'은 방영중이긴 하나 관심권 밖입니다.

이 밖에도 파일럿 수준에서 픽업되지 않은 리메이크도 종종 있습니다. 원작의 명성을 누리기에 완성도가 미흡했거나 도무지 시선을 당기는 매력이 없어 채택되지 않는 부류들이죠. 2011년에도 다수의 미드가 리메이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퍼히어로 'Wonder Woman(일단 보류)'과 '헐크'가 제작을 위해 사전 작업중이고 소프 오페라, 막장 드라마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Dallas'가 캐스팅 중이라 합니다.

또다시 리메이크 물망에 오른 'Charlie's Angels(1976)'


이 밖에도 영드 'Skins'를 미국 방영을 위해 다시 제작 중이고, 우리 나라에 미녀 삼총사로 알려진 'Charlie's Angels'이 다시 제작 중에 있습니다. 드라마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만능형 주인공의 원조격이라 할수 있는 '맥가이버' 역시 영화 버전을 제작중이라는군요. 그외엔 영화 'True Lies' 등이 드라마로 태어나기 위해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리메이크는 창작 보다 더 여렵다

미드 제작자들은 한번 개발한 드라마의 로열티를 가지고 후속시리즈를 프랜차이즈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90210'이 연작을 물고 스핀오프를 탄생시키듯 'CSI'와 'Law and Order' 등은 유사 시리즈까지 히트를 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죠. 새로운 작품으로 승부하기 보다 안정된 고정팬으로 본전은 뽑아보고자 하는 심리가 이 리메이크 열풍의 원인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드라마가 제작되면 순식간에 전세계에 공급되기 때문에 각국에 시청자들이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게 됩니다. 리메이크가 원작을 뛰어넘거나 독자적인 인기를 확보하려면 무엇 보다 자신 만의 색깔을 갖추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색하고 번안하는 과정이 오히려 '맨땅에 헤딩하는' 창작 보다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구시대의 스타를 출연시켜 화제를 모으는 건 이제 식상해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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