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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세번째 눈물은 강민호가 아닐까

Shain 2011. 4.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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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송이경(이요원). 지현으로 분장한 동안엔 발랄하며 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역할을 하다가 무표정하고 건조한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요원을 보며 연기자로서 한층 발전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기억에 배우 이요원이 로맨틱 판타지에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없는 듯한데(있다고 해도 아주 어릴 때겠지요) 다섯명의 젊은이가 출연하는 이번 드라마에서 다른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신지현 역할의 남규리 역시 생각치 않았던 발군이긴 하지만 이요원이 신지현을 연기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때문에 훨씬 빛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준 것을 알고 기뻐하는 마지막 장면은 남규리의 역할이지만 이요원이 대신 해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 보다 남의 특징을 살려 연기하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크릿가든'의 현빈 만큼이나 인상적이더군요.


어째 되었던 주인공 신지현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각성 후에 첫번째 눈물을 얻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줄 인간이 없다는 깨달음, 부모 이외의 친구들과 연인들이 아무것도 아닌 사이였다는 걸 알게된 그녀는 이제서야 자신의 상태를 각성한 철부지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헛살았습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송이경의 몸을 떠나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깨달음이 '눈물' 한방울을 채워주었습니다.

드라마는 첫회부터 누가 신지현을 위해 눈물을 흘려줘 지현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신지현과 송이경을 제외한 나머지 주인공, 신인정(서지혜), 강민호(배수빈), 한강(조현재) 중에 나머지 두 번의 눈물을 흘려줄 지현의 지인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지현의 영혼을 도와주는 스케쥴러 송이수(정일우)가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지현과 송이경을 위해 울어줄까요.


한강과 지현의 성장이 곧 눈물

지현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어 '헛살았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습니다만 오늘날의 인간관계가 깊은 마음이 오고 가는 사이 보다는 겉도는 관계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신인정은 자신이 지은 죄가 있어 지현을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험난한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식물인간이 되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친구 앞에서 넋두리만 늘어놓고 살 수는 없게 됩니다. 많은 지현의 친구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심란한 마음을 위해 울 수는 있어도 남을 위해 울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지현은 모르고 있지만 지현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그녀를 안쓰러워할 만한 인물이 하나 있기는 있습니다. 그녀의 고등학교 친구였고 사소한 습관이나 몸짓, 말투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친구 한강입니다. 첫회부터 투정부리 듯 싫어하는 듯 화만 내던 이 남자는 감정 표현에 서툴고 솔직하지 못한게 영락없이 로맨스 소설 속의 남자주인공입니다.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는데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나 지현을 대하는게 옆자리 짝꿍 괴롭히는 초등학생같습니다.

결혼할 남자가 있는 신지현도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순진하고 착한 건 좋은데 옆사람을 피곤하게 할 정도라니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고통을 겪어본 적 없고 마음이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뼈저리게 느껴볼 수 없기 때문에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긴 힘듭니다. 부자 아빠를 둔 지현이 취직을 못해 고생하는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본 적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강은 왜 한번도 지현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못 해봤을까요. 지현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한강의 수상한 마음을 왜 눈치채지 못 했을까요. 한강은 선배의 약혼자라는 그녀를 보며 행복을 빌어주었다기 보단 도박을 하기 싫었던 쪽일 거고 지현은 자기 위주로 모든 판단을 해왔기 때문에 상대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세세히 관찰하고 지켜볼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나이만 먹었지 연애에는 철부지들이었던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람의 성장통이 곧 진실한 눈물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강이 남몰래 지현을 위해 흘린 눈물이 첫번째 눈물의 정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두번째와 세번째 눈물을 흘릴 바로 그 사람인데 지금으로서는 강민호, 신인정, 박서우(배그린), 송이수 등이 후보군입니다. 지현을 가장 잘 알던 민호와 인정이 지현을 배신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들의 지현에 대한 죄책감도 크기 때문에 '심정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스케쥴러의 말대로 사람은 증오하다가도 사랑할 수 있는 미묘한 존재이기에 어제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인정은 민호에 대한 배신감으로 지현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릴 수 있고 강민호는 송이경을 대하며 밍숭맹숭한 신지현을 대할 때는 전혀 몰랐던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신지현은 고생을 모르고 자라 속빈 강정같은 천사였는데 신지현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기가 서린 송이경은 신지현의 장점을 떠오르게 하지 않을까요.



타인의 죽음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오늘 20일 11회 방송에서 송이경을 위해 눈물을 흘려준 사람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신지현은 누가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 한방울의 눈물로 인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될 것이고 자신을 위해 눈물흘려준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어 또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20일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었던 절망감이 한순간에 희망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5년 동안 죽은 듯이 인생을 살았던 송이경의 슬픈 과거, 같은 고아원 출신인 송이수와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그녀는 남지현과 공통점이 전혀 없었던 여성으로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미친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강이라는 남자가 자신을 아는척하는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하는 그녀에게도 '희망'이 생길 지 모릅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간다고 합니다. 후회되는 일, 기뻤던 일,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고 하죠. 다시 한번 살게 된다면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노라 후회하기도 하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볼 기회를 꿈꿔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신지현과 송이경 그리고 그녀들의 주변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또 한번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다만 이미 스케쥴러가 되어 저승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송이수에게는 또다른 기회같은 건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죽기전에 바란 단한가지의 소원, 지금은 잊어버린 그 소원의 간절함을 보면서 신지현은 '눈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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