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아무리 왜곡 논란이 이란격석이라지만

Shain 2011. 4.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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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들의 '사극' 대거 출연, 그 자체 만으로 화제를 끌어모으기 충분했는지 방영 13회를 남겨둔 드라마 '근초고왕'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인기 검색어'에 등극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습니다. 16일 방송분에서 초신성의 박건일, 티아라의 은정과 큐리가 첫 출연을 했기 때문에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시청률은 큰 차이 없더군요). 사극에 아이돌 연기자가 출연한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식의 관심을 받으며 출연한 것은 거의 처음 보지 않나 싶군요.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이 드라마의 역사 왜곡 문제로 팬들의 반발이 크다 이야길 전해드렸습니다. 지금도 '근초고왕' 시청자 게시판디시인사이드 근초고왕 갤러리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작가 퇴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는 격한 의견충돌로 다툼하는 양상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깜찍함과 아름다움에 빠져있을 사이 일부 팬들이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언론은 티아라와 박건일이 드라마 '근초고왕'의 전부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많은 사람들은 노래도 잘 듣지않는 그 사람들이 배우로서 첫발을 밟았던 말건 간에 무관심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돌의 연기력이 뛰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드라마가 최근 표현하려는 내용이 문제지 배우가 문제겠냐는 태도인 것입니다. 연기자 본인들이 드라마 속 논란에 무관심한 건 좀 아쉬워도 그건 전체 연기자가 마찬가지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근초고왕'에 대한 논란은 배우의 '안티' 논란 그리고 특정 아이돌에 대한 '팬심'을 자극하는 논란 등으로 왜곡되어 번지고 있습니다. 아이돌을 싫어하거나 출연을 반대하지 않아도 그들이 맡은 역할에 문제가 있고, 배우 김지수에 대한 반감은 백퍼센트 접어두더라도 그녀가 맡은 창작된 부여화의 역할이 드라마 속 역사를 휘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듯 왜곡된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 역사 왜곡 만큼이나 불쾌한 일입니다.



사서에 없는 역사이니 모든 걸 창작한다?

지금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핵심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몇가지 사서가 존재하고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 존재함에도 드라마 '근초고왕'은 자주 드라마의 설정을 사서와 다르게 전개함으로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물론 사서 속의 주장이 백퍼센트 맞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각계에 자문을 얻어 이런 '설'도 있다는 의견을 듣고 이야기에 반영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은 그 활용이 너무 지나쳐 '역사 왜곡'이란 반발을 불러온 것입니다.

고구려의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성격이 다소 침울하고 비열한 왕으로 그려진 것은 조금 불쾌하지만 주인공 부여구(감우성)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그럴듯하다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계왕(한진희)와의 연합을 위해 백제 왕녀 부여화(김지수)와 결혼한 것도 그럴 수 있습니다. 어차피 역사서에 모용황에게 납치된 소수림왕 구부의 어머니가 되돌아왔다는 기록은 없었으니 오히려 '훌륭한 창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대부분의 퓨전사극은 이런식으로 역사에 기록된 사실, 캐릭터를 살짝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6년 히트한 HBO의 'ROME', 그 속에 등장한 악녀 아티아와 옥타비아는 색을 밝히는 여성처럼 묘사되었지만 실제 그들의 기록은 '정숙하다'고 표현된 것을 아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캐릭터의 창작을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받아들이지 '왜곡'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안토니우스가 아내 옥타비아를 두고 클레오파트라와 죽어간 기록을 바꾸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가지 역사적 사실도 창작의 재미를 위해 종종 뒤틀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혹은 캐릭터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약간의 창작적 요소를 넣어 사극을 거듭나게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과장되었을 경우엔 아예 '퓨전사극'이라 평하며 오히려 한복입은 현대극 정도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근초고왕'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SBS 자명고' 같은 경우 전설같은 이야기를 드라마화했지만 사극이라기 보다 멜로드라마입니다.

'자명고'는 상대방송국의 드라마가 워낙 인기작이라 빛을 못본 드라마로 멜로물로서 그닥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몇가지 논란을 제외하면 오히려 뛰어난 드라마였죠). 한편의 평범한 드라마로서 칭찬할만한 전개였지만 도저히 사극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든 드라마입니다. 지금 드라마 '근초고왕'이 처한 문제점도 바로 그 부분이죠. 이 드라마에 화제성있는 인물들을 출연시킨 것까진 좋았는데 드라마의 전개방식이 도무지 사극이라 할 수 없습니다.

차남을 네째 아들로 바꾼다던가 진씨 왕후의 소생이 근초고왕의 다음대 왕인 근구수왕이 되는 걸 창작된 인물의 아이가 왕이 되는 걸로 바꾸는 등 역사 기록를 창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뒤집어 놓았습니다. 목라근자, 막고해, 아직기 등을 비롯한 사서 속 인물들은 모두 창작된 인물에게 근초고왕이 이름을 하사하는 방식으로 사서와 간신히 꿰맞췄고 초고왕통과 고이왕통의 갈등을 극대화시켰으나 아침연속극에서나 시도할만한 무리한 '연합'을 시도하는 등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에 이릅니다.



티아라 아니라 소녀시대가 나와도 싫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시청중단을 선언하거나 항의에 지쳐 드라마를 버리겠노라 선언했습니다. 어차피 11% 부근의 시청률을 보이던 드라마, 사서에 기록된 역사같은 건 이제 어떻게 표현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드라마. 그 극적 재미의 극대화라는게 왜 그리 목을 맬 정도로 중요한 지 알 길은 없지만 '티아라'로 마지막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들의 잔치에 '안티 선언'을 한다 한들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시청자들의 항의에 눈하나 까딱하지 않을 제작자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컨텐츠를 오락물로 바꿔놓기를 좋아하는 요즘, 동북공정이 뭔지 임나일본부설이 무엇인지 독도가 왜 대한민국의 땅인지도 체계적으로 공부하려 들지 않는 요즘. 백제 제 13대 어라하로 기록된 근초고왕의 업적이 사실은 고이왕의 업적으로 기록된 것이며 그의 왕권강화와 마한 정복도 그 윗대의 일로 기록되어 있고 그의 맏이 근구수왕은 진씨 왕후의 아들이란 걸 그렇게 지키기 힘들었을까요. 백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멜로물이 완성되려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사극 연기자였던 부여휘(이병욱), 부여산(김태훈), 진승(안재모) 등의 연기가 아까워지는 요즘입니다. 참다참다 부여화의 아들 쇠꼬비(박건일)가 근구수왕이 된다는 글을 읽고 폭발하고 만 이번 사태.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과 논란의 원인이 아이돌 연기자, 특정 연기자에 대한 반감으로 왜곡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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