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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리플리, 박유천 등장 비율 늘일 이유 없다

Shain 2011. 6. 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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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예민한 사회 문제와 화제성있는 등장인물로 첫방영부터 시청률 1위에 올라선 화제작 '미스리플리'. 한때 신정아 사건으로 나라를 들었다 놓았던 학력 위조 문제는 여러 유명인사들을 순식간에 추락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극중 출연자 중 한명인 강혜정의 남편 타블로 역시 그 문제로 꽤 오래 고생을 했습니다. 학력 위조와 각종 사기를 테마로 만든 드라마에 그 '피해자 가족이 등장한다'는 부분 만으로도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기 알맞은 조건입니다.

배우 김승우 역시 아주 간만에 출연한 드라마로 시선을 끌기 알맞은 조건에 있고 이다해 역시 간만의 주연급 등장으로 시선을 끌기 충분하지만 두 배우 보다 더욱 관심을 받은 건 박유천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균관스캔들' 등에 출연했던 박유천은 이번이 두번째 드라마 출연으로 기억하는데 첫회 시청률 1위가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아니라 박유천과 동방신기, JYJ 팬들의 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게시판은 온통 그의 이야기 뿐입니다.

10여년전 만해도 실력없는 아이돌이 주연급을 꿰어차고 욕을 먹었지만 요즘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건 어차피 '실력' 문제이고 연기 경력 문제이기에 그닥 상관이 없다고 보는 편입니다(실제로 기획사에서 연기 수업을 오래 시키는 편이구요). 하지만 처음부터 주연급으로 자주 활약하는 건 형평성 문제나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온 편입니다. 아무리 숙련된 연기자라도 처음부터 주연급만 맡으면 연기 경험에도 그닥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박유천은 현재 무리없이 드라마에 융합된 상태로 극중 주인공 장미리(이다해)에게 첫눈에 반한 호텔 재벌 2세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내고 있다고 보는데 캐릭터에 대한 적절한 해석 등은 다른 연기자에 비해 보완할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영어실력이 좋아도 후계 수업 중인 은둔 황태자, 사업가라기 보다 인심좋은 청년정도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등장비율이라면 드라마에 그닥 영향을 끼칠 오점은 아닙니다. 반면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메운 팬들은 그의 등장 비율을 늘여달라 주장하고 있군요.



드라마의 화제성과 전체 완성도는 별개

이 드라마의 첫회에 등장한 파격적인 베드신과 성추행 장면은 주인공 장미리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꽤 설득력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왔습니다. 끔찍한 과거 때문에 죽어도 돌아가기 싫은 일본, 정식 입사를 하지 못하면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강제추방될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입사시험을 보지만 고졸 출신에 대한 사회의 냉대, 가난하고 비빌 언덕없는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학벌좋은 여자로 탄생한다는 건 장미리에게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이런식으로 드라마의 화제가 된 부분들, 배치된 연기자나 선정성, 자극성은 드라마와 개연성있게 진행될 때 '올바른 선택'이 됩니다. 극중 유카타, 즉 송유현이 굳이 JYJ의 박유천이어야 할 이유도 캐릭터로 설명이 되어야할 부분이지 그가 주목받는 연기자라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일단 섬세하고 온순하고 따뜻하고 약간은 심약하며 약간은 애정결핍인 듯한 재벌아들 역할로 박유천은 합격점을 줄만합니다.

문희주(강혜정)과 송유현(박유천)은 '미스 리플리'가 되어야 하는, 즉 학력과 경력 등을 모두 속여야 하는 주인공 장미리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거짓말쟁이 장미리와 비교되는 존재들입니다. 타고난 재산과 능력으로 경력과 이력을 속여야할 필요성은 전혀 없지만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감출 이유가 있는 송유현, 장미리처럼 같은 고아 출신이지만 따뜻한 양부모를 만나 부러운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문희주. 두 사람은 장미리와 같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아직까지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약간은 맹하고 약간은 바보스럽다할 정도로 두 사람은 '진심'과 '진실'을 추구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송유현은 장미리에게 '사랑'을 이야기할 것이고 문희주는 장미리에게 '우정'을 이야기할테지만 학력 위조와 호텔 근무에 생존이 걸린 미리에겐 그 둘의 감정이 사치한 여유로 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현과 희주가 그런 장미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끼칠지는 그 둘의 역량이라 할 수 있겠죠.

확실한 건 졸업장을 위조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장미리에 비해 두 사람이 비중이 약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멋대로 막무가내 아내 이귀연(황지현)에게 휘둘려 가슴앓이하는 고통스러운 남자 장명훈(김승우)에 비해서도 초반부엔 단조로운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역할입니다. 아직 '사업가'다운 색깔을 그닥 드러낸 적이 없는 남자 송유현은 사랑이 무르익는 당분간은 '바보'같단 느낌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게시판에는 박유천의 등장비율을 늘여달란 글도 제법 많지만 OST까지 '성균관스캔들'처럼 한류스타 JYJ가 하면 안되겠냐는 글도 있습니다(학력 위조라는 무거운 테마에 무거운 OST까지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박화요비의 '유리', 클래식 기반 OST는 꽤 괜찮은 선곡입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를 몰고온, 싹수가 '괜찮은' 연기자 박유천의 등장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는데 자칫 시청률을 의식해 제작진이 드라마 완성도 보다 팬들의 요구를 더 의식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수준이더군요. 배우를 보려 시청하는 사람들이 시청자의 절대 다수는 아닐 겁니다.



통속극 특유의 전개, 문제는 이제부터

시놉시스와 드라마 첫회를 감상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드라마 속 비밀, 아무래도 고아원에 버려진 장미리의 친어머니는 송유천의 계모인 이화(최명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답고 이지적이지만 자기 밖에 모르는 몬도리조트 부회장. 극중 송인수(장용)의 아내인 그녀는 어릴 때 장미리와 아버지를 두고 떠난 그 어머니인 듯합니다(일부러 얼굴을 가린 거겠죠). 집을 나갈 당시 입은 옷을 보니 스튜어디스 복장이더군요. 근무하던 중 송인수를 만난 것같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자기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동생, 아내가 있는 남자이지만 그 아내와 이혼을 앞둔 한 남자와의 불륜, 술집에서 일하며 양아버지 도박빚을 갚아야하는 비참한 과거, 남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을 만큼 불행하고 힘든 장미리의 삶은 통속극 특유의 특징은 모두 갖춘 이야기라 앞으로의 전개도 상당 부분 우연과 극적 장면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짓말의 핑계로 '우연히 발생한 비극' 보다 좋은 것은 없겠죠.

어제는 국내 일류 호텔이라는 A호텔에 히라야마(김정태)가 등장했던데 돈도 그닥 많이 벌지 못한(모두 빚을 갚아서) 유흥업소 출신의 장미리가 어떻게 비싼 호텔에 투숙할 것이라 생각했는지(아니면 그곳에서 과거와 똑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미리를 찾는 장면은 개연성이 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선정적인 장면이나 박유천의 웃는 얼굴 만으로는 드라마의 시청률이나 완성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월화드라미 '미스리플리'의 2회 시청률도 상당히 올랐다는데 그 인기를 지속하자면 좀 더 신경써야할 것이 많다고 보여집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약간은 지루한 전개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아마 희주와의 만남, 학력 위조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 까닭이겠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려면 한눈에 '그럴 수 밖에 없구나'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은 부분인 듯합니다. 이런 문제는 박유천의 출연 장면이 늘어난다 해서 절대 해결될 부분이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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