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들, 가슴찡한 봉마루의 찬밥먹는 장면

Shain 2011. 6. 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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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서 힘들게 숨겨왔던 비밀을 폭로한 차동주(김재원)는 이것이 퍼포먼스였다고 번복하라는 태현숙(이혜영)을 잡고 물에 뛰어듭니다. 개가 짖는 소리나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똑같이 움직이는 그림처럼 보이고 듣지 못하는 고통 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숨겨야 하는 고통을 토설하는 아이의 눈물 앞에 현숙은 또다른 아들이었던 준하(남궁민)를 부르지만 동주를 누구 보다 걱정하던 준하는 현숙이 동주 밖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냉정하게 전화를 끊습니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는 이제 6회 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는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태현숙의 재산을 모두 빼앗으려 했던 최진철(송승환)은 처음부터 동주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첫사랑 현숙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지켜주려 했었고 15년 가까이 부자로 지내온 그들의 세월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핏줄이라지만 30년 동안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봉마루 보다 정말 아들같은게 동주였습니다. 현숙과 진철의 결혼이 현숙은 모르는 비밀로 시작됐기에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최진철 아들 장준하와 태현숙 아들 차동주

우울하지만 맑은 눈빛의 준하는 생각합니다. 자신을 버린 친부모는 처음부터 따뜻한 밥한끼 차려주지 않은 사람들, 남 보다 못한 존재들이었고, 친아들처럼 사랑하며 길러준 태현숙은 동주 밖에 모르는 자신을 절대 돌아봐주지 않는 냉정한 엄마입니다. 버림받은 아이들은 밝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는 현숙의 말처럼 준하는 삼십 평생을 애정의 결핍, 배고픔에 시달려야했던 가여운 아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준하는 모르고 있습니다. 차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준하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미처 준하가 품어주지 못하고 생각해줄 여유가 없어서 모를 뿐 봉우리(황정음), 봉영규(정보석), 순금할머니(윤여정)  모두 준하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봉영규가 매발톱꽃을 심고 잠들지 못하는 꽃을 위해 흙을 다독여 줬듯이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싶어하는 소중한 사람이 '봉마루'입니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지만 아직 그걸 모르는 봉마루, 언제쯤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될까요.



모든 걸 털어놓은 차동주에게 찾아온 평화

조용히 차동주의 청각 장애 사실을 듣고 있던 우경회장 최진철은 이제서야 태현숙이 자신에게 독기를 품은 이유를 이해하고 마음에 동요를 일으킵니다. 동주를 귀멀게 했으니 준하를 상처입히고야 말겠다는 어머니의 독한 모정이 안타깝게 다가온 건 한때는 진철 역시 동주의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진철이 피붙이지만 살부비며 살아온 적 없는 준하에게 애틋한 정이 없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예민한 준하 역시 모르는척하긴 하지만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친자식이지만 동주 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말입니다.

동주의 병원에서 만난 봉영규는 '마루'에게 집에서 따뜻한 밥한끼 차려주겠다는 말을 합니다. 자신은 김신애(강문영)의 아들이며 당신 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순금할머니가 내가 안겨준 순간부터 내 아들이었다는 봉영규의 말, 집으로 돌아온 마루는 엄청난 허기에 시달려 현숙에게 밥을 차려달라 하지만 현숙은 그의 배고픔을 비웃을 뿐 들어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외면한 준하에게는 좀처럼 행복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경을 차지해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도 점점 더 배가 고픕니다.

꼭 집에 밥먹으러 오라는 봉영규의 애원

반면 물에 빠져 정신을 잃었던 동주는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나 봉우리와의 추억이 담겨 있던 그 장소로 돌아갑니다. 어린 시절 그들이 만나 멜로디언을 가르쳐주던 시간,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했고 따뜻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둘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미숙씨(김여진)가 살아있고 순금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지 않아 시장 바닥에서 함박 웃음을 쏟을 수 있던 그 때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동주는 이제서야 마음의 짐을 한가지 덜어놓았습니다. 적어도 이제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질문해도 답하지 않는 성질 나쁜 사람이란 말은 듣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들의 입술을 기를 쓰고 읽으며 자신의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물에 빠지고 난 후 깊은 잠이 들었던 동주는 오랜만에 찾아온 진짜 평화에 안심을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넘어야할 난관은 많이 남았지만, 동주는 처음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길 만이 진정한 복수라는 걸 말입니다.

하지만 동주의 말대로 준하는 태현숙 때문에 이제 남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을 것입니다. 물에 빠진 동주가 너무나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하다가도 현숙과 진철의 못된 다툼을 보고 나면 싸늘하게 마음이 식어버립니다. 봉영규와 순금에게 모질게 정을 떼려다가도 봉우리를 보면 마음이 풀어집니다. 마치 변덕스런 어린아이가 심술을 부리다가 따뜻한 엄마의 위로에 마음이 풀어지며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듯 준하도 곧 누군가의 위로를 받아야할 터인데.

순금 할머니가 나미숙을 불러 식사라도 한끼 하자고 했던 그 날. 조금은 달라졌지만 봉우리의 모든 가족, 봉영규가 가꾸는 꽃밭이 완성되는 그 날이 장준하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날은 아닐까요. 끝까지 추락하다 갈 곳 없는 준하의 발길이 봉영규의 집으로 향하는 날이 마지막 준하의 선택을이 결정될 그 날이기도 할 것같습니다. 장준하가 불행해지고 슬퍼지는 모습으로 끝나기 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네요.



준하에게 따뜻한 밥 한끼 차려줄 사람은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며 진철 앞에서 아닌 척하고 있지만 준하는 분명 진철도 증오하고 있습니다. 현숙을 괴롭히고 싶은 만큼 진철에게도 괴로움을 주고 싶은 준하이니 양쪽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 일을 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즉 우경그룹을 본인이 독차지하려 들겠지요. 태현숙이 몰래 숨겨놓은 동주 할아버지의 유언장을 준하가 어떻게 이용할 지는 모르겠지만 진철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의 심술궂은 행보가 오히려 동주에게 도움이 될 지 어떨 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태현숙에게 막무가내로 밥을 차려달라는 준하의 허기

자신을 미워하는 태현숙을 '저기요'라고 불러세워놓고 '밥 좀 차려달라' 말하는 준하는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봉영규가 말해준 밥한끼가 마음에 사무쳤겠지요. 태현숙이 따뜻한 밥한끼를 차려주며 다독였더라면 최진철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게 준하라고 말해줬다면 준하가 그렇게까지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용서하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어렵지 않을텐데 그럼에도 부모들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정말 준하에게 진심어린 밥 한 그릇을 퍼줄 사람은 봉영규 밖에 없을 것입니다. 봉영규가 평생 노력하여 가꾼 꽃밭에 우리, 동주, 준하가 뛰어노는 모습을 기쁘게 봐줄 사람도 봉영규 뿐일 것입니다. 그가 가꾸는 꽃밭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만 자라고 있겠지요. 봉우리가 원하는 건 다 주고 싶은 오빠 봉마루가 봉우리의 오빠로 돌아가 최진철에게 뺏은 재산을 모두 차동주를 위해 돌려주려 마음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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