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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빛나는, 금란 가난하고 약점많은 신림동 가족이 그리운 이유

Shain 2011. 7. 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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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맞긴 맞습니다. 또 각자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나에게 옳은 일이 남에게 맞으란 법도 없습니다. 입장차이 때문에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의견 대립도 종종 있기 마련입니다. 드라마는 그런 입장의 대립구도 중 한가지를 소재로 꺼내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는 매체입니다. 과거엔 선과 악의 대결도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부자와 서민의 갈등 혹은 배금주의나 윤리적 문제로 갈등하는 사람들도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의 매력은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선명한 사람들이 갈등하는 이야기에 있습니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혹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악인이 되기도 하고 구세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돈으로 사람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돈에 휩쓸리지 않으려 기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이 드라마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올바른' 가치관으로 극의 중심을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송편(김석훈)은 사채업자 어머니 백곰(김지영)의 외동아들이지만 세상을 돈으로만 재려는 어머니에게 극단적으로 반발합니다. 돈돈거리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면 자신도 돈에 눈이 멀만도 한데 '돈도 안되는' 출판업계에서 일하는데다 성격도 원칙적이고 꼬장꼬장합니다. 꼼꼼하고 날카로운 성격은 어머니를 닮은 것같지만 사람에게 약한 건 어쩌면 아버지를 닮은 듯합니다. 물론 그에겐 어머니를 대신해 죽은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환경을 극복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여주인공 한정원(김현주)는 돈많은 집 딸이라 명품도 좋아하고 자기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자기일 하나는 딱 부러지게 잘 하는 야무진 타입입니다. 엄마 진나희(박정수)가 애지중지 길러 마마보이가 된 오빠 한상원(김형범)은 환경이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 케이스이지만 엄마의 사랑이 오빠에게 집중된 동안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정원은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자랐습니다. 직설적이고 속정도 깊지만 생전 처음 만난 생모에게 '비싼 커피' 아니면 안마신다고 할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경향도 있습니다.



약점많은 가족이지만 왜 그리워할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큰 저택에 출판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한지웅(장용)의 가족은 부유할 뿐만 아니라 화목하기까지 했습니다. 엄마 진나희는 남부럽지 않은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사모님이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들과 딸은 그들의 자랑거리였습니다. 한정원이 금란에게 좀 재수없다 싶을 정도로 입바른 소리를 해대듯 진나희를 비롯한 평창동 가족들은 어쩐지 교양있고 경우바르게 세상사를 대할 것만 같습니다. 마치 약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완벽한 가족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반면 IMF 이후 직장엘 다녀본 적 없는 도박꾼 아빠 황남봉(길용우)과 고시원 식당을 운영하는 이권양(고두심)의 가족은 교과서적인 가족의 역할이 바뀐 집안입니다. 아빠는 바깥일 뿐만 아니라 집안일 조차 하지 않는 백수이니 자연스럽게 엄마 이권양이 우악스럽게 생계를 꾸려야 하고 집안 형편도 가난합니다. '남들 다하는' 자식교육, 즉 과외나 대학교육 보단 먹고 살기가 바쁜 집이 신림동 가족입니다.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남편은 손가락질 받을 사람이고 얹혀 사는 큰딸은 얌체같다고 한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어 보이는, 약점많은 가족입니다.

다양한 모습의 어머니와 아버지들

황금란이 윤승재(정태우)에게 버림받고 아버지 때문에 묻혀 죽을 뻔한 상황이 지긋지긋하게 싫어졌을 때 또 자신이 세련된 커리어우먼인 한정원과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가난해서 고통만 주는 신림동 가족 보다 완벽해 보이는 평창동 가족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30년 가까이 가족으로 지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비난하겠지만 최소한 돈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금란의 인생을 확실하게 바꾸어줄 크나큰 변화입니다. 불편한 잠자리 보다는 편안한 잠자리를 찾고 싶은게 인간의 본능이고 금란의 그 선택은 비난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러나 칼에 맞고 침대에 누운 금란에게 진나희가 퍼부은 것처럼 금란이 평창동으로 들어오고 난 다음부터 양쪽 집은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완벽해 보이던' 평창동 가족의 밑바닥이 드러난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삐뚤어진 나희의 자식 사랑은 금란의 악행까지 감싸주었고 갑자기 얻은 행운과 돈을 빼앗기기 싫었던 금란은 자신을 훈계하는 한정원을 극단적으로 증오하게 됩니다.


금란이가 몰랐던 것은 돈이 많은 가족에게도 약점은 있다는 것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엄하고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한지웅은 평창동으로 돌아온 금란이 무조건적인 상처와 위로를 필요로 하는 딸이란 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한상원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여동생을 신경쓰기 보다 물려받을 재산이 얼마인지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30년 가까이 가족으로 살을 부비며 살지 못한 평창동 가족은 신림동 가족과 똑같이 많은 약점이 있는 사람들일 뿐이지만 '돈'의 무게 때문에 겉으로만 그럴듯했던 것입니다.

결국은 돈이 있든 없든 간에 사람은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금란이 정원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되었지만 금란이 찾아야할 답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진나희가 금란을 병간하며 속으로 삭힌 울분을 뱉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금란이 이권양의 분노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 가난하고 못났고 교양없고 체신머리없고 그리 잘 생기거나 세련되지도 않은 신림동 가족이 금란에게 위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권양의 딸로 자랐기 때문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처지가 처지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가족'이 그리워서이기도 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결말

누군가가 댓글로 적어두었지만 송편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금란을 책임진다는 전개가 상당히 구시대적인 발상이기도 합니다. 감히 누가 타인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도 애매하고 결혼이 은혜갚기의 수단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하는 지 의아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마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송편의 성격이 잘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고 환경을 이긴 사람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는 증거같기도 합니다.


문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을 백곰에게 들은 금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일텐데 간신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금란이 다시 '악녀 모드'에 돌입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포자기 모드로 백곰이 시키는대로 순응할 것인지 그 부분도 흥미롭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송편과 황금란의 결혼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책임지는 결혼을 한다는게 옳치도 못할 뿐더러 '반짝반짝 빛나는' 일도 아니겠지요.

백곰에게 빼돌린 원본 계약서를 정원이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원은 그가 준 앨범 자켓을 열어보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송편은 송편대로 사채업자의 아들이라 멸시당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3주 안에 마지막회가 방영되어야 정상인데 4부가 연장되었으니 5주 동안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할 사람들이 더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 연장의 여파로 지지부진한 늘이기 방송이 되진 않을런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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