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미드같은 프로필 사진 그 기대감 충족될까

Shain 2011. 7. 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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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우리 나라 드라마들도 포스터 촬영을 하고 또 주요 출연인물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곤 합니다만 몇년전만 해도 드라마 주인공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또 MBC 방송국 경우에는 프로필 사진과 포스터를 전문적으로 촬영하긴 하지만 그 프로필을 홍보용으로 배포하거나 하진 않고 오프닝 제작이나 홍보 영상,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활용하곤 합니다. 미국 드라마 경우엔 한국과 다르게 스틸사진이나 프로필 이미지가 곧 드라마의 컨셉이고 제작비를 얻어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촬영합니다.

내일이면 방영되기 시작하는 MBC 사극 '계백'은 방영 한달전쯤부터 촬영 스틸 사진과 출연배우들의 프로필 이미지를 언론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연자들의 프로필 이미지는 하루에 한개씩 공개되어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게 했고 실제같은 촬영장 이미지가 이 드라마가 평범한 드라마는 아니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야기 사극으로 유명한 이병훈식 사극 즉 60부씩 촬영되는 장기 방영 사극들과는 다르게 또 32부작이랍니다.


더군다나 등장한다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백제순혈주의자라는 악녀같은 왕비 사택비(오연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선화공주와 결혼했다는 약점 때문에 평생을 쥐어 산다는 무왕(최종환), 때로는 바보처럼 때로는 소인배처럼 목숨을 부지하는 의자왕(조재현), 사택비에게 목숨바쳐 충성하는 위제단의 우두머리 귀운(안길강), 백제의 충신이며 정치적 책사인 성충(전노민)이나 군사적 책사 노릇을 하게 되는 흥수(김유석) 등 꽤 많은 인물들이 드라마 '계백'에 합류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주몽, 이산, 선덕여왕, 짝패 등 MBC 대표 퓨전 사극을 공동연출했던 김근홍 PD라 하고 작가는 '다모' 등으로 유명한 정형수 작가입니다. 대부분 시청률 1위를 자랑했던 월화 드라마 대표주자들로 벌써부터 최고의 흥행을 예상해볼 수 있는 멋진 조합입니다. 프로필 사진 역시 미드 '스파르타쿠스'나 'ROME' 등에서나 볼 수 있넌 판타지 느낌의 멋진 사진으로 이 드라마가 어떤 이미지로 촬영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배우들도 쟁쟁하고 제작진도 쟁쟁한데 그런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까요.

가장 큰 기대를 받는 배역 중 하나인 사택비(오연수)

지금까지 세 개 방송국이 백제 드라마를 자주 찍을 수 없었던 건 백제의 사료가 가장 적기 때문입니다. 고려 시대에 기록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전하지만 백제의 기록은 매우 짧고 승자 중심으로 기록되어 그 정확성 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백제 패망 이후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흑치상지나 백제 유민의 이야기를 참고한다쳐도 나머지 이야기는 남은 유적 등을 통해 유추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백제 관련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게 '무왕과 선화공주' 이야기이고 그 다음은 '의자왕과 삼천궁녀' 아닐까 싶습니다. 서동요를  아이들에게 퍼트려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였다는 무왕의 이야긴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지만 2009년 발견된 자료에 의하면 무왕의 비는 '사택왕후'라고 합니다. 백제 좌평인 사택적덕의 딸로 미륵사를 창건한 당사자가 바로 이 사택비입니다. 드라마 '계백'은 이 차이를 추스려 의자왕은 선화공주의 아들이었으나 선화공주가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고 백제의 왕후는 사택씨가 된 것으로 설정합니다.

해동증자는 왜 패망군주가 되었을까 의자왕(조재현)

또 폭군이자 방탕한 왕으로 알려진 의자 역시 사료를 찾아보면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왕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은 삼천궁녀의 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전성기 의자왕은 신라를 여러 차례 공격하고 위협했고, 당나라와도 융통성있는 외교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어릴 때는 동생들을 잘 돌보고 부모를 잘 섬겨 '해동증자'(海東曾子)라고 불리웠다고 합니다. '일본서기' 등에 남은 기록으로 보아 즉위 이후 상당히 모진 정치적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자왕이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된 건 부인 '은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치스러운 연회를 열고 흥청망청 즐기며 충신 성충도 옥사시키는 등 무절제한 생활을 하던 의자왕의 백제는 점점 더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결국 고구려를 공격하는데 실패한 당나라가 신라와 손을 잡고 백제를 멸망시키기로 하자 최후까지 항전하다 패하고 당나라로 끌려가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죠. 삼국사기의 백제 멸망 부분은 상당히 파란만장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사택비의 아들로 등장하는 교기(진태현)

이렇게 드라마틱한 사료 속의 인물들이 드라마로 태어난다는게 신기하기만 한데 우선 의자왕의 왕비가 되는 은고(송지효)는 계백(이서진)과 의자왕 사이를 오가는 여성으로 표현됩니다. 계백이 의자왕의 절친으로 설정되었으니 그 부분은 분명 의자왕이 파탄에 빠지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신라 공주의 아들인 의자왕을 반대하는 사택비는 아들 교기(진태현)를 왕위에 올리려 하는 이유가 백제순혈주의자이기 때문이랍니다. 단순한 악녀가 아니라 백제를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갈등의 이유가 타당합니다.

흥미로운 건 백제가 패망할 때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은 자존심강한 백제궁의 여성들이 누구냐 하는 점인데 사택비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지만 은고 역시 의자왕과 계백의 고통을 알고 가만히 있을 인물은 아닌거 같습니다. 몇몇의 백제 공주들은 당나라로 끌려가 혼인을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낙화암의 꽃잎이 될 기가 쎈 여성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게 될 듯합니다. 등장은 짧다고 하지만 전장에 나가기 전 계백이 죽였다는 아내와 식솔들 이야기도 상당히 극적이겠죠.

백제의 충신이자 계백의 스승, 의자왕에게 죽는 성충(전노민)

폭군으로 인식된 의자왕에 대한 재조명,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아무리 퓨전사극이라 해도 역사의 맥을 거스르거나 왜곡하는 시선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사료가 없는 백제의 사극인 만큼 처음부터 창작된 내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역사'의 문제에서 조금쯤 자유로울 수도 있겠지만, 역사란게 선과 악의 대립구도 만은 아니란 걸 항상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신라의 이야기나 백제의 이야기나 모두 우리의 역사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재미있게 MBC 퓨전사극을 감상하고 있긴 합니다만, 기존 '영웅형 퓨전사극'의 문제점을 몇가지 꼽자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의 노예살이를 시킨다거나 부모가 비명횡사하는 장면을 섞어 원한을 조성하는게 무슨 클리셰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계백도 마찬가지로 고아처럼 자라다가 신라에서 노예살이를 하게 된다고 하는군요. 아버지 무진(차인표, 특별출연)은 사택비의 수족같은 위제단 때문에 죽습니다.

미리 공개된 스틸 사진 (뒤는 무진 역의 차인표)

두번째, 미리 찍어놓은 첫촬영 부분은 멋지고 인상적인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드라마가 생방송화되어 멋진 느낌은 커녕 일일 드라마라는 느낌을 면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무진과 무왕 등이 등장하는 첫회와 2회의 방영은 상당히 볼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32회까지도 그 느낌을 이어갈지는 솔직히 장담이 안되더군요. 마지막회에선 신라의 김유신과 결전을 벌이다 죽는 전투신이 다수 등장할 터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감당할 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용두사미의 전형이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극'들이 요즘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그 지루함에 질리기 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대극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화면 연출과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들 때문일 것입니다. 또 사극은 역사의 이야기 뿐 아니라 때로는 현대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유용한 매체이기에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미드같은 프로필 사진으로 한껏 기대감을 부풀어오르게 한 드라마 '계백',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드라마 '계백'엔 주몽, 이산, 선덕여왕, 짝패에서 활약한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다 모여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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