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언론은 범죄집단 인화학교를 낱낱이 파헤치라

Shain 2011. 10.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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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도가니, 혼란의 도가니, 슬픔의 도가니. 우리 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도가니'와 동명의 소설 '도가니'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의사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성범죄, 허술한 법망을 피해 가벼운 처벌을 받은 가해자들과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나야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전에도 인화학교 사건을 취재한 언론은 많았지만 이런식의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 것은 처음이었지요.

교장 이하 몇몇 교사들이 아동성폭행을 저지르고도 멀쩡한 척 학생들을 가르치고 가해자까지 복직시켰던 학교, 그런데 그 인화학교에서 저질러진 범죄가 그게 끝이 아니랍니다. 영화 '도가니'와 함께 80년대엔 학생들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가짜 졸업장을 주는 등 몇가지 사실이 밝혀지더니 오늘은 경악하고야 말 뉴스가 추가되고 말았습니다. 재직중이던 여교사를 성폭행했던 문제를 시작으로 구타는 기본이고 학생에게 누드 모델을 시키고 아이를 때려 암매장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하나 둘씩 드러나는 그들의 악행, 그 사람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직원들이 아니라 최악의 범죄집단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인화학교 졸업장을 거부하고 학부모들은 설립허가가 취소난 인화학교 폐쇄와 더불어 인화학교 법인 '우석'이 퇴진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영화 '도가니'로 화제가 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편들어주지 않았던 힘겨운 싸움, 학교 내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그것도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수치도 모르는 듯 함부로 학생들을 다뤘던 교직원들. 성폭력이 일어난 학교 임에도 그 학교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재학생들은 이제서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성폭행, 성추행, 폭행, 강제 노동, 살인, 암매장. 그 동안 이 학교에서 그렇게 엄청난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졌음에도 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처벌을 요구할 수도 없었을까요. 그 근본 이유는 모든 걸 자기들끼리 명령하고 처리하는 사학재단 특유의 폐쇄성에도 있지만 피해자들이 사회적 약자라할 수 있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들이 절규하고 고통스러워해도 관심가지고 피해 규명을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즉 인화학교 사태가 수십년 동안 묻힌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힘있는 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존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듯 저항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갖은 범죄를 당했음에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피해자 과실론'으로 옹호를 받듯 가해 교직원이 '비싼 변호사'와 빈틈많은 법을 이용해 자기 한몸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사립학교인 '인화학교'는 특정 집안의 '재산'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공교육 제도를 채택하고 사립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나라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은 특성상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감독해야할 영역입니다. 국가에서 돈을 주고 특수 교육 대상임에도 현행 법으로는 부정을 저지른 사학재단 운영 주체를 완전히 물갈이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교장 형제의 태도는 이런 오랜 운영방식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비리로 처분되어도 다른 가족에게 운영을 넘기면 그만입니다.

요즘은 일반 학교에 특별반이 따로 있어 섞여서 학교를 다니기도 합니다만 수화를 배워야 하거나 각종 적응 훈련이 필요한 경우 특수학교에 가야합니다. 그러나 특수학교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학생들은 교직원들과의 문제가 생겨도 최소한의 졸업장을 위해 그 학교를 그냥 다녀야할 때가 더 많습니다. 전학하고 싶어도 수화교사가 없는 곳으론 갈 수가 없습니다. 인화학교의 문제점을 들어 알면서도 그 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건 이런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법적 한계를 핑계로 그동안 인화학교에 위탁교육을 허가해준 정부기관의 안일함도 사태 악화에 한몫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민적 호응이 있고 난 다음에야 각 공중파 방송사의 'PD 수첩'이나 '추적 60분' 등이 인화학교 문제를 몇번 거론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의 언론은 '인화학교'와 유사한 법의 사각지대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독 책임이 있는 국가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 TV와 언론이 그 문제를 일깨워줘야하지만 오히려 예술 분야라고 여겨졌던 '소설'과 '영화'라는 매체가 그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조명받지 않아도 충분히 보호받는 권력층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기 바빠 당연히 관심가져야할 소외된 곳으로 카메라를 돌리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 언론의 기능은 무엇입니까. 자극적이고 호기심끄는 주제가 등장했을 때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초점을 흐리는 기사를 양산하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이런 사태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 헛점을 짚어주지 않습니다. 피해자야 악플을 받든 상처를 입든 말든 '성폭행'이라는 주제만 나오면 너도 나도 옐로 페이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인화학교가 거론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한 언론은 보지 못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학생들을 괴롭혀온 인화학교 재단법인 '우석' 그들은 지금까지도 학교 운영을 포기하지 않고 설립 허가 취소를 두고 소송까지 진행하려 한다고 합니다. 행정기관은 그들을 이제껏 묵과하고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부랴부랴 생색내기에 들어섰지만 알맹이가 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소리'를 담아야할 언론 만은 끝까지 이 인화학교 사건을 좌시하지 않고 그 밑바닥까지 파헤쳐 주기를, 최소한 생생한 사건 기록 만은 오래도록 남겨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아무도 그들의 상처는 되돌릴 수 없기에 이런 범죄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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