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보다/클로저(The Closer)

The Closer의 Ruby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3시즌 4화, 스포일러 다수)

Shain 2007. 8. 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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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에피소드는 흑인 차별이나 성폭행같은 불쾌한 주제가 다루어집니다. 심기가 불편할 것 같은 분들은 미리 피하시기 바랍니다.

The Closer에 고정 출연하는 형사들 가운데 흑인이 3명 있다. 가브리엘 경사와 대니얼 경사, 그리고 테일러 경정 이렇게 세 사람이다. 유난히 불법이민자와 인종 문제가 많고 갱들의 싸움이 잦은 LA 지역이라 그런지 The Closer도 그런 주제의 에피소드를 피할 길이 없었는데, 최근 3시즌이 방영되면서부터는 조금 더 심각한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유능하고 영리한 가브리엘 경사는 자신을 몹시 아끼는 브렌다의 편애에도 불구하고 흑인 대상 범죄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Closer 3시즌은 보다 불편한 진실들을 다루고 싶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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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
&office_id=023&article_id=0000252909&section_id=104&menu_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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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를 언급하기 전에 미리 이야기할 기사가 있다. 위의 사진 출처에 원본 기사가 있으니 살펴보실 분들은 살펴보시면 좋을 듯. 4살짜리 어린 아이가 사라진, 몹시 불행한 사건에 언론들이 광적으로 흥분했고, 시민들도 모금을 46억원 가량 하는 등 난리 법석을 피웠다는 기사 아래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만약 사라진 아이가 서민 흑인아이였다면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냐.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 크래쉬는 LA 지역의 인종 갈등을 제법 덤덤하게 풀어낸 영화였다. 슬픈 눈을 가진 흑인 형사역의 돈 치들은 동생의 죽음 안에 얽힌 그 동네의 이야기를 꽤나 친절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결국 영화는 많이 돌려서 말하고 있긴 하지만 서로 이해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흑인이 아니라서 알 수 없는, 그들의 차별과 피해의식의 역사는 워낙 오래된 것이고 가끔은 Closer나 크래쉬 같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조차 미안한 테마인듯 하다. (우리가 광주 민주화항쟁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숙연해지듯이)

영국의 매들린 사건을 의식한 듯한, 클로저의 에피소드 'Ruby'의 시작은 헬기로 LA전역을 샅샅히 수색하는 장면이다. 8살짜리 어린 흑인 여자아이, Ruby의 실종. 특별수사국의 신속한 대응과 FBI와의 협력 하에 꼼꼼하고 과학적인 탐색이 시작되고 제법 빠른 시간 내에 용의자와 용의 차량을 검거한다. 용의자는 성폭행 전과가 있는 젊은 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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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제에 대한 고려가 심각한 미국답게 용의자는 변호사를 불러줄 것을 요구하고, 아이에 대한 걱정에 분노하던 가브리엘은 용의자에게 폭행을 가하게 된다. 그로 인해 브렌다가 용의자의 합법적인 자백을 받을 길이 묘연해진다. 가브리엘의 폭행으로 인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된 Ruby의 시체가 방수포에 쌓인채 공원에서 발견되고, 그 용의자는 이전에 행방불명된 두 명의 흑인 여자아이를 납치 살해한 혐의가 있음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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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가 실제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경찰은 원칙적으로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전에는 용의자의 유죄를 인정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백이나 자인을 받아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범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합법적인 범주 내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백이나 자술서를 받아내는 Closer 브렌다의 능력을 높이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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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짜리 루비의 사진을 보고, 그리 어린 여자아이도 아니라며 흑인 여자아이들은 백인에 비해 일찍 성숙해지고 성관계를 즐길 줄 안다고 표현하는 용의자. 그리고 그런 여자아이들은 음란해서 일찍이 성관계를 가질 줄 안다고 흑인 형사를 조롱하는, 미친 아동 성폭행범 앞에서 이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고, 그걸 뻔히 알고 있는 프로벤자 경위는 심문실의 카메라를 꺼버린다. 가브리엘의 분노에 동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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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폭행으로 인한 자백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가 없고 폭행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면 가브리엘이 어려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브렌다는 고민하고 테일러 경감은 이 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용의자를 구치소에 넣어버린다. 구치소에서 아동 성폭행범이란 까닭으로 다른 죄수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용의자는 브렌다에게 자백할 것을 약속한다. 브렌다는 백인끼리 이야기하자는 용의자를 살살 구슬려 자백하게 하고, 용의자는 8살짜리 흑인 여자 아이가 자신을 유혹했다면서 다른 사건들까지 자백해버린다(제법 혐오스러운 성폭행 용의자에 대한 묘사가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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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클로저 에피소드에서 가끔 표현이 되듯 불법이민자 소녀와 흑인 여자아이는 상대적으로 성폭행과 같은 범행에 노출되기 쉽고 흑인 청소년이란 이유 하나 만으로 우등생인 흑인 아이도 갱단의 일원처럼 오해받기도 한다. 클로저라는 드라마는 이 점을 그렇게 자세히 다루진 않는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흥미거리로 만들어진 오락물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가브리엘의 폭력 보다는 브렌다의 합법적인 응징에 보다 더 점수를 주고 있다. 법의 범위 안에서 공포에 질려 자살하는, 미친 성폭행범과 용의자에 대한 폭력으로 징계를 받는 가브리엘에게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고하는 브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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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도 이미, 대법원장의 딸이 성폭행을 당한 경우와 일반 시민의 딸이 성폭행을 당한 경우가 어떻게 다를 것인가에 대한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백인 아이 매들린과 드라마 속의 흑인 아이 루비에 대한 결과가 다르듯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루비에 대한 신속한 대응, 그리고 공정한 형사 브렌다는 희망사항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렇기에  드라마 속 가브리엘 경사의 분노가 깊이 공감이 가는 거다.
개인적으로 몹시 우울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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