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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 제목은 많은 문구를 연상하게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세'라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이기도 하고 극중 밀본들이 살인을 저지를 때 사용한 음양오행에서 상생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것도 나무와 뿌리입니다. 한 그루 나무가 오랫동안 뽑히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꽃을 피우려면 그 뿌리가 단단하고 튼튼해야한다는 그 말은 과연 지당합니다. 주인공 세종 이도(한석규)와 밀본 본원 정기준(윤제문)은 개국 50년도 되지 않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뿌리를 세우는 일을 두고 갈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종수(한상진), 이신적(안석환) 등과 밀본 집회에 참석한 가리온
군주제를 겪어보지 않은 현대인들은 신분제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어느 한 계층이 이런식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장면을 고운 눈으로 보기 힘듭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돈과 지위라는 또다른 신분제가 지속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형식적으로라도 현대인들은 평등한 인간이고 '사대부'라는 존재 보다 아래에 있지 않습니다. 특히 조선의 '유학'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잔인하고 융통성없는 신분제나 실리 보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어리석음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도 많았기에 더욱 밀본들이 '나대는' 모습을 곱게 볼 수가 없습니다.
시신을 해부하여 발음 기관을 이해한 세종
백성에게 진정 유용한 것은 무엇인가, 세종이 선택한 격물
유학, 유교, 성리학, 주자학 등 부르는 이름은 조금식 다르지만 유학 역시 하나의 학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구와 토론을 거듭한 분야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고리타분한 구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중 밀본 사람들이 살인의 방법으로 선택한 오행(목극토, 화극금 등)이나 통신 수단으로 사용한 팔괘(八卦) 등은 단순하지 만은 않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또 유학에도 여러 입장이 있어 조선시대의 가장 큰 폐단으로 여겨졌던 남녀 불평등 서얼 차별같은 것도 본래는 이론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세종은 정윤함에서 가리온에게 술을 내리며 남사철(이승형)의 자작극 때문에 고생하였음을 위로합니다. 세종은 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뜻을 삼봉 정도전은 이해할 것이라며 그의 글을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숨어사는 동안 사대부들이 그리 천시하고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였던 백정으로 위장한 정기준, 적에게도 허리를 굽히며 남루한 행색으로 사는 그는 세종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세종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종 곁에서 세종의 본뜻을 알아내려 해부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정윤함에서 세종은 가리온에게 술을 내리고 그가 따른 술로 정도전을 추모한다
밀본지서 원본을 가져오라는 혜강(권성덕)의 말에 정기준은 세종이 집현전을 중심으로 왕의 논리를 옹호하는 친위부대를 만들었음을 지적하며 '사대부'들 중심의 개혁을 시사합니다. 그는 또한 왕이 재상들 몰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도 지적합니다. 밀본지서의 말대로라면 왕은 얼굴 마담 급인 '꽃'에 불과한 존재인데 스스로 너무 많은 업적을 이루며 '설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종이 성군이기에 망정이지 다른 악한 왕이었으면 그런 시스템이 나라를 망칠 것이다는 가리온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밀본지서의 단서를 알아본 가리온 어떻게 채윤을 만날 것인가
정기준의 호위무사 윤평(이수혁)은 채윤(장혁)의 동료 초탁(김기방)의 가슴에 칼을 쑤셔넣을 정도로 상당히 잔인합니다. 정도전의 호위였다는 이방지(우현)는 그런 윤평에게 출상술을 가르쳤지만 제자라 부르지도 않고 거부하는 듯합니다. 무휼(조진웅)의 동료이기도 했던 그는 현재의 밀본이 이루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설득하고 한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그들의 관계, 세종은 어린 시절 정기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윤평과 개파이는 똘복을 찾아온 이방지의 사람을 가차없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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