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본 귀신 이야기 속 원혼들은 하나같이 단정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옷은 흰 소복을 차려입었지만 머리는 마치 일부러 풀어헤친듯 산발하고 얼굴은 무서울 만큼 하얗거나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에 입가에 피를 흘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죽을 때 살해당해서 행색이 지저분한 것인지 아니면 묘지에서 훼손된 귀신의 외모를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에 비하면 MBC '아랑사또전'에 나오는 귀신 아랑(신민아)는 정말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양반가 도령 은오(이준기)를 쾌활하게 따라다고 지나가던 걸귀들과 제사밥을 두고 치고받고 싸울 정도로 격한 이 귀신은 풀어헤친 머리에 낡은 옷을 입었지만 밝고 경쾌합니다. 그리고 귀신들의 머리카락이 산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