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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9

미생, 오상식을 떠나보낸 장그래가 아직 모르는 것

서른살이 되기전에는 서른살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널리고 경험쌓기가 쉬워진 세상에도 '연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재벌3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이제 겨우 회사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서 최전무(이경영)와 오상식(이성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차장이 단순히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 만을 위해 최전무의 중국 사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듯 최전무 역시 오차장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장그래는 한참 어린 '미생'이라서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오차장이나 최전무나 모두 완생 아닌 ..

미생, 오상식의 판타지와 마부장, 성대리, 최전무의 현실

얼마전 다음 포털에서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과 성대리(태인호) 중 누가 더 싫으냐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부하직원을 때리며 미친 사람처럼 팔팔 뛰는 마부장 보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고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성대리 쪽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투표 결과 보기). 마부장이야 어차피 부장급이라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성질내고 폭발하는 만큼 그냥 좀 무서울 뿐이지만 성대리의 앞뒤다른 간사함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성대리같은 인간형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뭔가 주변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날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성대리같은 직장동료의 작당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 마부장처럼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 일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미생, 아무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단한 안영이의 삶

우리 이전 세대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냐 결혼 못한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죠. 제가 살던 고향에도 그런 가족이 많았습니다. 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무작정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논을 사고 밭을 사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에 동생학비까지 대주며 힘들게 살던 동네 언니들이 결혼하고도 친정의 돈요구를 끊지 못해 친정을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그 언니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또래 중에서는 중학교 마치자 마자 공장에 취직하고 월급을 아버지 통장에 입금하는 딸들도 많았죠. 대졸 여성들 중에도 이렇게 가족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기업에 취직해도 그녀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생'의 안..

미생, 부러진 하이힐에 숨겨진 안영이의 비밀

제 기억에 정장을 처음 입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하이힐이었습니다. 정장을 입어야할 만큼 어려운 자리도 긴장됐지만 갑작스레 7센티 이상 높아진 세상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오래 신으면 발가락이 아파 저녁 무렵엔 하루의 피곤이 두 배가 되곤 하더군요. '미생'의 배경인 종합상사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하이힐을 신습니다. 장백기(강하늘)의 혼잣말처럼 왜 여자들은 하이힐을 신을까요. 인터넷에서 비교사진을 제시하는 것처럼 하이힐을 신어야 다리가 더 예뻐보이는 까닭도 있을 것이고 무엇 보다 남자 정장에 운동화 보다 구두가 더 어울리듯 여성정장에도 단화 보다는 하이힐이 더 어울립니다. 요즘은 편한 복장을 내세우는 직장도 많지만 여전히 하이힐은 여성 직장인의 기본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저는 다른 여성..

미생, 오과장 완생이 되기 위해서는 술맛을 알아야 한다

이번 주 '미생' 7화를 보며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신 분들이 꽤 많았을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경쟁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 경쟁 관계 속에서 불쾌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직장이니까 티는 못내도 속으로는 심한 내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많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 팀의 팀장이 퇴사하고 새로 팀장이 된 사람과 팀장 자리를 노리던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다음 팀장이 될거란 생각에 거들먹거리 적도 있으니 그럴만도 했겠죠. 상황을 대충 눈치챈 대표는 원래 경쟁을 부추키는 타입이었는데 딱히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상황을 그냥 둘 리가 없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불만있으면 그만 두라는 식으로 질책했습니다...

미생, 직장에서 가장 어려운 처세술 내부고발 - 장그래에게 비밀을 알려준 안영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급별로 배워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회사를 잘 모르는 신입사원 때는 부족한 업무 능력이나 요령을 배워 이 회사가 과연 나의 미래를 걸만한 곳인지 생각해봐야합니다. 대리 이상 과장급이 되었을 땐 아랫 사람들을 통솔하고 어떻게든 일을 성공시키는 노하우를 배워야합니다. 부장 이상 회사의 중역급이 되었을 땐 자기 부서 뿐만이 아닌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를 대부분 다 파악하고 사람보는 눈을 더욱 키워야하죠. 그리고 어떤 직급이든 반드시 배워야하는 기술(?)이 바로 처세술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하는 법 - 처세술은 어쩌면 다른 어떤 자질 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계약직 신입 장그래(임시완)은 인턴 시절처럼 오성식(이성민)에게 혼이 납니다. 이제 시키는 일을 ..

미생,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오과장이 미생인 이유

90년대 말 모 벤처기업 사장 면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잘 나가던 그 벤처기업은 위기가 닥치자 특이하게도 사장을 공모하기로 했고 응모했던 30여명의 지원자들 중 혹독한 면접 과정을 거쳐 단 한명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최종 면접 때는 1박 2일 가까이 식사도 걸러가며 회사 사활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정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면접을 다녀왔다는 한 분의 이야기로는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기전 지원한 모든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된 면접도 정말 살벌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이 싫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다나요. 요즘은 흔해진, 그러나 90년대까지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이른바 '압박 면접'이 이런 분위기입니다. 지원자들 대부분 IT업 쪽에서 꽤 알려진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면접 방..

철가면을 쓴 검은 화랑 비담, 그리고 비형랑

사서에 등장한 비담(毗曇)의 기록은 몇 줄 되지 않는다. 골품과 관등제도가 유지된 신라 시대니 높은 골품의 왕족이었다 추측할 뿐이다. 비담은 선덕여왕이 죽을 때 쯤 갑자기 사서에 등장해 진덕여왕이 즉위하자 마자 9족을 멸하는 처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반역자의 정보를 상세히 적는 나라는 흔치 않으니 선덕여왕 제작진은 그의 캐릭터를 설정함에 자유로움을 느낀 동시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암흑 속의 인물이다. 최고의 상대등 비담이 반역을 일으키기 위해선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MBC 선덕여왕에서 셋팅한 비담의 어두움은 '출생의 비밀'에서 출발한다. 태어나자 마자 쓸모가 없다며 버린 어머니, 자신을 친자식 보다 사랑했고 모든 걸 주겠다고 했..

화랑세기의 묘사와 가장 근접한 캐릭터는 누구?

애초에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이라 상상 조차 하지 않았던 화랑세기가 드라마로 등장한 것이 반가운 탓인지 문제점이 많은 '전형적 영웅 판타지 사극'임에도 선덕여왕에 대한 시선을 끊을 수 없다. 사극으로서는 지적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지만 드라마로서는 작가가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실력이 뛰어난 편이라 버릴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드라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니 누가 위정자가 되어도 어차피 '백성들은 고생한다'는 미실의 대사를 보며 정치인을 떠올리기도 한다. 위서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인 화랑세기, 그 화랑세기를 기반으로 드라마를 만든 MBC 선덕여왕은 캐릭터 창조를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최근 이승효란 텔렌트의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알천에 대한 기록은 화랑세기, 삼국사기를 통틀어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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