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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44

미실, 이제 그녀의 최후 평가를 남겨두다

기존 사극에서 후궁의 정치 참여는 궁중 암투 정도로 부각되던 게 사실이다. 달콤한 말과 눈물로 왕의 마음을 뺐고 권력을 농락하던 후궁이 여성 영웅의 부각과 더불어 왕을 공포에 떨게 하는 후궁으로 발전했다. 미실 새주의 출연 회수가 8회 연장되었다는데 앞으로는 서서히 몰락해가는 일만 남은 그녀의 앞날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녀는 과연 소설과 같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것인가? 선덕여왕의 재미 중 하나는 기존 사극(주로 환상의 인물을 활용한 판타지 사극이지만)이 활용하던 한가지 틀을 벗어났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을 정점으로 펼쳐지는 영웅의 대의와 모험담, 그리고 성장이 기존 사극의 내용이었다면 선덕여왕은 주인공 이외의 인물도 꼼꼼하게 설정하고 다섯명 이상의 중심인물을 활용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가..

드라마와 문화 2009.10.14

당신에게 대중문화는 정치적인가?

대중문화의 정치성에 대한 답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드라마와 언론을 포함한 대중문화는 필연적으로 자본과 결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태생부터 정치적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중문화를 오락적인 성격의 것으로 정의내려 그 안의 정치성은 가볍고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간주하는 사람들도 다수일 것이다. 물론 그 부분도 정치적이란 용어의 정의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것이다. 관점에 따라 대중문화는 누군가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꼼꼼하게 꾸며진 음모가 될 수도 있고 단순히 사람들이 즐기고 감상하는 바보상자가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우습게 보자면 한없이 우습게 볼 수 있는게 대중문화이고 이용하자고 들면 얼마든지 목적성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대중문화다. 이건 권력자의 입장에서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

드라마와 문화 2009.10.13

철가면을 쓴 검은 화랑 비담, 그리고 비형랑

사서에 등장한 비담(毗曇)의 기록은 몇 줄 되지 않는다. 골품과 관등제도가 유지된 신라 시대니 높은 골품의 왕족이었다 추측할 뿐이다. 비담은 선덕여왕이 죽을 때 쯤 갑자기 사서에 등장해 진덕여왕이 즉위하자 마자 9족을 멸하는 처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반역자의 정보를 상세히 적는 나라는 흔치 않으니 선덕여왕 제작진은 그의 캐릭터를 설정함에 자유로움을 느낀 동시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암흑 속의 인물이다. 최고의 상대등 비담이 반역을 일으키기 위해선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MBC 선덕여왕에서 셋팅한 비담의 어두움은 '출생의 비밀'에서 출발한다. 태어나자 마자 쓸모가 없다며 버린 어머니, 자신을 친자식 보다 사랑했고 모든 걸 주겠다고 했..

신라왕의 발목을 잡은 진골 귀족들

현대인이 사극을 볼 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 내뱉는 '백성을 위한다'라는 표현이다. 왕이나 귀족 중에 진정 백성을 위해 큰 뜻을 세웠던 영웅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의 실천 방법이나 배경이 우리가 알고 있는 관점과는 다르단 것이다. 그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충성한다는 가치관 조차 그 큰 뿌리는 다르다. 영웅은 권력을 꾀하다 보니 '우연히' 백성을 염려했는가 아니면 백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했는가? 드라마 속 수품, 수울부 등을 비롯한 신라 귀족(화랑을 비롯한 진골이 많았으니 대개 왕족)들이 비싼 값에 곡식을 매점매석해 평민들은 수만금을 줘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상황때문에 굶주린다. 장사치들은 귀족들의 속셈도 알 바 아니고 백성들의 딱함도 헤아릴 바 아니니 단지 돈..

풍월주 김유신과 신라의 화랑 조직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설명하는 김유신은 참 정치적 인물이다. 가야계를 등에 업고 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자, 자신의 성공에 많은 이들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자, 그리고 미실계와 덕만공주로 양분된 신라 귀족 사회에 균형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김유신이다. 선덕여왕과의 사랑은 순수 창작이고 가야계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조금씩 달리하지만 화랑세기와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유신 드라마 속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 신라왕조는 지속적으로 가야왕실과 혼인을 맺었지만 멸망 때까지 가야의 반란과 공격이 종종 있었다 기록한다. 비교적 일찍 신라에 합류된 김유신 가문이지만 이 가야의 혈연은 끊을 수 없었다. 말도 타지 못하는 미실의 동생, 미생이 풍월주가 되는 동안 진골인 장군 김무력과 김서현은 피비린내나는 ..

김유신과 김춘추의 첫 아내는 미실의 손녀들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유신의 아내, 그리고 김춘추의 아내가 언급되었다. 보종은 춘추를 사위로 하종은 유신을 사위로, 미실궁주는 김춘추와 김유신을 모두 손녀사위로 점찍는 상황이 극중에서 벌어졌다. 드라마가 화랑세기의 인척 관계를 무시하는 전개를 펼치지 않나 했는데 결국 활용하게 될 모양이다. 김유신이 풍월주가 되는 나이가 15세인 것을 고려하면, 유신 보다 열 살쯤 어린 김춘추는 5세란 이야기인데 시간대는 무시한 설정이긴 하다. 김춘추에게 미실은 최소한 할머니뻘, 경력으로 봐서는 증조 할머니도 가능한 연배지만 연기하는 실제 배우들의 연배는 비슷하다. 공주 이요원과 유모역 서영희도 동갑이고 하종과 미생, 보종 역할의 배우들도 나이차이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이 젊어보인다는 점을 탓하는 점이 아니라 배..

선덕여왕은 드라마 속 미실을 닮았을 것이다

선덕여왕 시기에 건축된 첨성대가 천문관측기구라는 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그 라이벌이 유난히 별자리를 강조하고 별을 테마로 만든 오프닝을 사용하는 것 역시 그녀의 과학적 안목을 강조하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에 사용된 벽돌의 개수(음력 한해의 날 수, 366개)나 특이한 모양 등은 천기를 상징하는 구조물로서 딱 알맞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부 구조는 벽돌이 거칠게 튀어나와 관측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크기나 위치 등이 천문학과는 무관하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다. 최근엔 선덕여왕이 신라 제 27대 왕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등장했다. 천문학 관련 건물물이냐 단순한 상징물이냐를 두고 이렇게 많은 논란이 벌어진 건 어찌 보면 드라마의..

MBC '선덕여왕'에 등장한 신라의 공주들

신라 왕족의 결혼, 신분은 부족한 사료 덕에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사통하여 낳은 자식도 왕자가 되는가 하면 도저히 결혼이 될 것같지 않은 사이가 혼인하는 경우도 있다. 왕위를 잇기 위해 어머니가 혹은 아버지가 다른 여자형제를 아내로 두는 경우도 많다. 이는 권력 분배나 신분상으로 그 결혼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란 점에서 흥미롭다. 공주가 아닌 미실이 '나는 왜 성골이 아니냐'며 눈물지을 만도 한 그런 나라가 신라였다. 화랑세기는 화랑에 대한 기록이지만 그들의 가계를 자세히 적다 보니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게 된다. 삼국사기 이후 사료들이 주로 부계는 자세히 적어도 모계는 자세히 적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서 어머니의 이름이나 아내의 이름이 전하여 오는 경우도 거의 없..

재미로 보는 '선덕여왕'에 등장한 신라 왕자들

조선시대에는 왕의 자녀 중 아들이 있을 경우 정궁의 아들은 '대군'으로 후궁의 아들은 '군'으로 봉하곤 했다. 이들 중 왕위를 물려받을 아들은 어릴때 '원자'로 봉하였다가 후에 '세자'로 책봉하게 되는 것이다. 화랑세기에도 비슷한 왕자의 구분이 존재하는데 바로 태자, 왕자, 전군의 구분이다. 정확한 구분은 아니나 태자는 조선 시대의 세자, 왕자는 대군, 전군은 군에 해당하는 존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주는 외려 조선시대와 다르게 옹주와 차별을 두지 않았다. 태자와 왕자는 정궁(황후)과 왕 사이의 자손이고 전군은 왕과 후궁 사이, 왕후와 갈문왕 또는 왕족 사이의 자손이다. 왕후도 후궁인 궁주도 신분이 제한되었던(골품을 어겨 미실과의 인연을 거부한 까닭으로 진지왕이 폐위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그 시대에 왕위..

선덕여왕과 '암탉'의 탁월한 정권 장악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여주인공, 점을 치고 하늘의 계시를 받아 혹세무민하는 미실은 병권까지 장악한 정치인이다. 부드러움과 잔인함을 동시에 갖춘 미실, 그 미실의 아들로 설정된 비담은 살벌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비담은 미실이 의지하고 따르던 진흥왕을 배신하려 했듯 아버지와 마찬가지인 문노를 배신하게 될 지 모른다. 두 모자(?)의 세번째 공통점은 혼란스러운 신라를 손에 쥐고 흔든 외척이란 점이다. 삼국사기에 적힌 신라사 중 '암탉'이란 표현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첫번째 여왕, 선덕여왕이 신라를 말아먹었다는 뉘앙스의 단어 '암탉'. 똑똑함을 강조한 여왕임에도 진덕여왕에 비해 김부식의 평이 박하다. 전해오는 속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표현의 유래는 한나라 사서라 한다. 외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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