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드라마 190

근초고왕, 내실을 기하는 계왕 VS 정복자 근초고왕

사극의 가장 큰 재미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KBS 근초고왕' 경우는 사료도 충분치 않은 백제 역사를 창작해 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됩니다. 그동안 각종 문화 영역에서 한번도 구현되지 않은 백제의 복식과 문화, 언어 등을 추측해 보는 것도 또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겠지요. 궁궐의 풍습이나 문화 등은 조선 시대를 연상하게 했지만 완벽한 시대 고증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고구려 고분과 그림에서 디자인된 완벽한 고구려 갑옷을 이상하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왕의 의복 역시 고분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지만 우스꽝스럽단 평을 받았습니다. 중국 사서까지 뒤져 디자인된 백제 복식은 일본식이 아니..

짝패, 아기장수의 전설을 타고난 아이들

장차 영웅이 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징조를 보인다고 합니다. 천둥과 귀동이 태어나던 날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붓더니 용마골의 전설처럼 말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두 아이는 양반가와 거지 움막에서 각각 태어나 도망 노비인 막순(윤유선)에 의해 깜쪽같이 신분을 바꿉니다. 용마골의 장수 아기 전설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훌륭한 인물의 탄생을 예고하지만 둘 중 어느 아이가 영웅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은 타고난 본성 따라 장래가 정해지지도 하지만 자라난 환경도 못지 않게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사랑받으며 학문도 원없이 수학할 수 있는 귀동(최우식)의 환경은 늘 얻어맞으며 구걸 다녀야하는 천둥(노영학) 보다 훨씬 나은 인물이 되어야할 것 같은데 '핏줄'..

욕망의 불꽃, 윤나영은 왜 딸에게 지독할까

드라마 '시크릿가든' 종영 이후 'MBC 욕망의 불꽃'은 시청률이 급등했다고 합니다. 'KBS 근초고왕' 역시 약간의 시청률 증가가 있었지만 '욕망의 불꽃'이 20% 부근까지 상승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36회 방영으로 이미 후반부에 접어든 이 드라마는 연일 터지는 폭로와 놀라운 관계의 반전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특히 그동안 답답하기만 하던 백인기(서우)의 캐릭터가 이젠 윤나영(신은경)과 대등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백인기가 친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비디오를 세상에 폭로한 윤나영은 지금 백인기가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기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비디오가 공개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입은 백인기는 엄마에게 사랑받는 건 상관없으니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TV에서 실종된 우리들, 사람 이야기

인기리에 방영된 'KBS 추노'에는 유난히 명장면이 많습니다만 저는 주인공 대길(장혁)의 앙숙인 천지호(성동일)의 죽음 장면을 제일로 꼽습니다. 평소에도 유난히 주인공을 괴롭혔고 대길의 뒤를 쫓으며 대길을 죽이려 했던 왈자패 천지호의 죽음에 대길은 저승갈 노자돈까지 입에 물려줍니다. 눈물지으며 통곡하는 대길의 모습을 보며 총부리를 거두는 업복(공형진)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추노꾼, 도망 노비에 맺힌 원한이 많다며 지독하게 자신을 끌고 돌아온 대길이 어디가 이뻐 살려주었을까요. 말 한마디 다정하게 주고받은 적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리야 없겠지만 업복은 어쩐지 그를 죽여서는 안될 것 같단 느낌을 받습니다. 뺨에 도망노비란 문신은 없어도 업복과 똑같이 초라한 행색의 천지호나 서..

드라마와 문화 2011.02.05

마이 프린세스, P모군이냐 N모군이냐

명절 연휴도 아랑곳하지 않고 티격태격하는 박해영(송승헌)과 이설(김태희) 커플은 황실 재건 투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갑니다. 다른 여자 오윤주(박예진)과 결혼하겠다며 박동재(이순재) 앞에서 선언하고 그전날 밤 키스한 이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신경쓰지 않는 해영이지만 이설은 해영이 자꾸만 밉지 않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해영은 어쩐지 자꾸 안쓰럽고 눈길이 가는 어설픈 이설에게 모든 걸 걸어보기로 합니다. 그녀의 불행과 설이 아버지 이한의 불행은 모두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설이가 간신히 가지게 된 양부모 가정 조차 자신 때문에 잃어버릴 처지에 처했습니다. 자꾸자꾸 예뻐 보여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은 둘째치고라도 책임을 져야겠단 생각에 남..

조광조와 갖바치의 남다른 인연

사극에서 천민 계급을 묘사할 때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 갖바치입니다. 백정이나 노비와 더불어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동물의 사체나 가죽을 다루는 직업은 가장 천하게 여겼던게 조선시대입니다. 갖바치란 가죽을 다뤄 신을 만드는 사람들로 양반들이 폼깨나 잡자면 꼭 필요한 '갖신'의 장인들입니다. 한자어로는 목이 없는 신발을 이르는 '혜(鞋)'와 신을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화장(靴匠)'을 합쳐 '화혜장'이라 부릅니다. 현대엔 이 기술을 전수한 분이 몇 남지 않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신분의 천하고 귀함을 따질 것 없이 곱디 고운 가죽 꽃신을 보면 작품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으니 이 아름다운 신발을 짓는 분들을 어째서 천민이라 했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

드라마와 문화 2011.02.03

글로리아, 교과서 같지만 즐거운 드라마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땐 배두나가 가수 역할을 맡는다길래 '노래도 못하는 배우'가 가수역을 하느냐 무리한다는 평을 듣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삼류 나이트 클럽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 가수로 성공한다는 내용이니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장면이 나와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워낙 메인 테마로 선정한 노래 '글로리아(Gloria - 로라 브래니건의 원곡)'이 씩씩해서 그런지 노래하는 장면이 제법 유쾌했습니다. 드라마 종영전 MBC 드라마 '글로리아'의 OST가 다섯 종류 발매되었는데 주인공 배두나가 직접 부른 번안곡 '글로리아'는 첫번째 파트 수록곡입니다. 아쉽게도 이 곡은 클럽 믹스로 편집되었지만 Part 4에 수록된 극중 배두나의 노래는 그대로 편집되었습니다. 이강석 역을 맡은 서지석도 나이..

욕망의 불꽃, 살기어린 백인기의 섬뜩한 경고

어른들은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망가진 아이들의 슬픔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MBC 욕망의 불꽃' 주인공 부부들은 재산을 위해 못난 짓도 마다하지 않지만 뒤쳐진 재벌 3세들의 모습은 어쩐지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가장 순수하고 착실한 민재(유승호) 마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출생의 비밀 - 친모 뿐만 아니라 친부가 따로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 - 에 여린 심성이 주눅듭니다. 백인기(서우)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의 연속입니다. 양어머니인 줄 알고 고마워했던 윤정숙(김희정)은 자신을 직접 버린 이모였고 민재와 자신을 떼어놓으려 발악하던 윤나영(신은경)이 자신의 어머니란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입니다. 엄마의 동서 남애리(성..

마이 프린세스, 시가와 비교할 이유없다

최근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을 거둔 'SBS 시크릿가든'의 인기를 소문으로 들었지만 저는 단 한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지나가다 잠깐 본게 전부입니다. 많은 분들이 호평하시고 사랑하시는 드라마라 꽤 재미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지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골라 보던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마이 프린세스'가 아주 간만에 시청한 속칭 '로코물'입니다. '시크릿 가든'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시청을 하다 보니 늘 '폼잡기'를 좋아하던 송승헌의 속눈썹도 약간 부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연기자였던 김태희의 '망가짐'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더군요. 평소 로맨틱 코미디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왔었지만 첫회부터 아주 쉽게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간 블로그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배우 송승헌, 김태희에 그닥 관심도 없..

우리는 왜 막장 드라마를 볼까

이 질문은 굳이 따져볼 까닭이 없는 지도 모릅니다. 논란이 되든 어쨌든 재미있기 때문에 시청한다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이런 취미는 문제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찾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가 마침 드라마였을 지도 모릅니다. 과도한 설정이나 연출 때문에 비난받는 많은 드라마들이 '막장 드라마'라면서도 시청률이 높습니다. 막장의 원조라는 미드, 웬만한 소프 오페라는 저리가라 할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대중 문화는 평등하고 존재하는 이유가 있기에 이런 비난받는 드라마가 아닌 '명품' 만으로 TV를 채울 이유는 없습니다. 저급 문화와 고급 문화에 대한 구분이 가능하다 해도 드라마가 '훌륭하다' 혹은 '아니다'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개인적으로 달리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

드라마와 문화 2011.01.25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