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민중 17

짝패, 아래적 두령은 전설이 되어야 한다

80년대 초반,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 중 하나가 '조세형'이란 인물입니다. 82년 검거될 때 부자들, 고위층 인사의 집을 전문으로 털어 보석만 마대로 2자루 이상이었다는 엄청난 도둑, 끌이나 드라이버같은 '연장' 만 사용하고 칼같은 흉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신출귀몰한 이 도둑 보다 화제가 된건 '5캐럿 다이아'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 다이아의 주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몰래 몰래 소유한 커다란 다이아들은 부정한 돈으로 사들인 밀수입품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형이 저지른 일은 아닙니다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복부인 장영자의 '물방울 다이아'에 얽힌 수사관 이야기, 경찰을 아랫 사람 다루듯 하고 도난 현장인 자신의 집에는 함부로 발도 못 들여놓게..

짝패, 현대인을 닮은 속물 동녀의 진심

최근에 읽은 신문 기사들 중 가장 황당하면서도 뒷목이 뻐끈해지는 기사가 두 건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맷값 폭행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야구방망이 재벌 최철원, 그에게 맞은 피해자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기사입니다. 두번째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중 4일 동안 4명이 죽고 올해 들어서는 11명이 사망했다는데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일부러 목숨을 끊어 화제가 됐는데 공사 현장에서는 '속도전'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간 것입니다.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사업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로 인해 세금이 증가하고 현대사회의 양반이 사람을 팬 것도 모자라서 피해자를 고소하는 이 현실이 드라마 '짝패'에서 분노하는 백성들의 슬픔과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는 사실상 무죄와 마찬가..

짝패, 강포수의 위기와 아래적에 동조하는 천둥

도둑질을 해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착한 도갑(임현성)의 죽음으로 아래적의 일원이 된 장꼭지(이문식), 그는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눔을 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원수같던 껄떡(정경호)과도 화해를 합니다. 천둥(천정명)을 앞에 앉히고 대작하며 팔은 원래 안으로 굽는게 아니라 '팔은 밖으로 펴면서 살아야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문둥병 환자들이 엽전을 받아들고 통곡하는 장면을 기쁘게 기억해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난한 이들의 구원이 한때 도둑이었던 장꼭지라니 재미있지만 의미있는 일입니다. 아래적이 나눠준 동전으로 끼니를 이어도 빈민들 중엔 현상금 오천냥에 눈이 멀어 아래적을 포도청에 밀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 생각이 다 똑같진 않은 것인지 관료들이 백성들을 뜯어먹고 벼슬아치와 결탁해 어려..

짝패, 그들 중 김진사가 가장 나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표현을 써야 한다는게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영웅'에 목마르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깨끗하고 정의로운' 정치인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뽑아줄 사람도 없고 쓸만한 사람도 없다는 '인물론'이 우리 나라 정치를 망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앞에서 앞장서는 사람들만은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영웅'이 주무르는 나라에서 벗어나자면 국민 하나하나의 각성이 중요하지 영웅이 수십명 나와야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민중'이란 단어의 뜻엔 피지배계급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즉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신하도 아닌 '민중'의 이야기라는 드라마 '짝패'엔 그래서 남보다 훨씬 잘나고 뛰어난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짝패, 천둥이 미련없이 아래적이 된 이유

드라마 '짝패'의 흥겨운 조연 배우들이 좋은 이유는 조선 시대의 민란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도둑질이 손에 익은 거지패 꼭지도 소매치기로 밥멀어먹던 꼭지의 첩도 '쥐뿔도 모르지만'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밥 빌어먹기도 힘들다는 것 정도는 깨닫고 있습니다. 아무 각오도 생각도 없는 몰락한 양반으로 투전판을 전전하는 상양아치 현감(김명수)도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깨닫고 있습니다. 강포수(권오중)가 그들 보다 조금 더 빨리 '호민'이 되었을 뿐 모두들 때가 오면 항민의 분노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민란의 결과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부패한 세상을 바꾸려다 실패한 젊은이들은 그 댓가로 목숨을 걸어야할 지 모릅니다. 껍데기 만 남은 조선 후기 신분제의 허울 속에서 양반..

짝패, 두냥 구걸 양반으로 변한 김명수

시대가 변하고 나라가 변해도 오욕칠정이 모든 번뇌의 원인이고 고통의 이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서구 강국들의 침략이 멀지 않았고 개화기가 얼마 남지 않아 그 어느 때 보다 변화를 필요로 하던 조선 후기 백성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나라들의 정세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네들은 매일매일 변함없이 화내고 울며 웃으며 하루하루를 삽니다. 그리 비쌀 것도 없는 천으로 만든 때묻은 저고리에 헤진 짚신이라도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덴 부족하지 않습니다. 뒤짐질(도둑질), 까막뒤짐(소매치기) 같은 요즘은 듣기 힘든 단어들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기 정겹기도 하고 어쩌다 저런 말들을 잊고 살았을까 싶어 흐뭇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소프라노 목소리와 창을 섞어놓은 OST가 쓸쓸하게 박진감있게..

짝패, 천둥과 귀동의 치기어린 요람기

사극을 시청할 때 요즘은 쓰지 않는 오래된 단어들이 등장하는 걸 보며 사극이나 시대극이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되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갖바치'란 단어도 그랬지만 '왈자'나 '상여집' 같은 낯선 문화를 알아듣거나 체감할 수 있는 연령층이 10대나 20대는 아닐 것입니다. 정확한 시대 고증을 거쳐 제작하면 'KBS 추노'가 그랬듯 방영 내내 한글도 해석해주는 자막과 함께 하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겠죠. 'MBC 짝패'엔 이제 사라져 볼 수 없는 여러 모습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황노인(임현식) 가죽을 다듬어 말리는 모습이나 강포수(권오중)이 토끼털을 뽑아 손질하던 모습은 흔하진 않아도 종종 볼 수 있던 풍경이고, 장꼭지(이문식)의 패처럼 당당하진 않았지만 무서운 '왕초'를 중심으로 떼지어 ..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