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굴러온당신, 곰탱이 방이숙과 멍멍이 천재용 서투른 두 남녀의 로맨스

Shain 2012. 6. 23. 12:04
반응형
대부분 '남성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특징은 '힘'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여성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특징들은 주로 '부드러움'이 그 본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신체적으로 남자 보다 월등한 체력을 자랑하는 여성도 있고 웬만한 여성들 보다 훨씬 고운 얼굴을 가진 남성들도 종종 있지만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는 참 많이 다르더군요.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기질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거칠다, 부드럽다, 섬세하다, 무뚝뚝하다 같은 성격은 성별과 상관없이 개인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을 꽤 따진 편이라 일부 여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 '치마입는 날'을 강제한 적도 있고 여교사들이 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질책하는 교장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반면 남성들에게는 남자다운 것을 강조하며 각목으로 체벌을 하는 경우가 있었죠. 인간의 본성이 딱 잘라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보니 이런식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사회는 양성 모두에게 상당히 불편합니다. 사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천재용(이희준)이 첫등장할 때 '어디 여자가'라는 말을 불쑥불쑥 내뱉어 보기 껄끄러웠더랬죠.

곰탱이 인형과 함께 맥주 마시는 천재용의 마음 이숙 빼고는 다 안다.

거기다 선생님이라면서 옛연인 대하듯 능청스럽게 장난도 치고 협찬해달라 사정하는 차윤희(김남주)를 약올리기도 하고 쓰레기를 투척하고 자동차 사고를 낸 방이숙(조윤희)에게 큰 액수의 위자료, 수리비를 달라고 하는가 하면 반바지를 입고 찜질방에서 잠든 여성 손님에게 집에 가서 자라며 수건을 덮어주기도 합니다. '남자가 여자가'를 달고 사는 이 남자 솔직히 약간 재수없다 싶을 만큼 비호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두고 보니 괄괄한 아버지 때문에 야단도 자주 맞고 또 아무 드라마나 협찬해줬다고 홍보실장에서 짤려 레스토랑 점장으로 밀려나기도 하더군요.

보면 볼수록 '여자가'를 입에 달고 살던 이 경상도 청년은 꽤 섬세한 성격을 가진 남자였습니다. 곤란한 차윤희를 위해 덥썩 큰 액수의 협찬을 주더니 생색도 내지 않고 차수리비가 부담되는 이숙을 위해 수리비 대신 이숙이 직접 만든 테이블을 가져가겠다 선심을 씁니다. 그 테이블에 귀신이 붙었다는 이숙에 말에 소심하게 밤새 잠을 설치고 남몰래 사랑하게 된 이숙이 준 곰인형을 보며 혼잣말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남자가'를 입에 달고 살던 이 남자 알고 보니 소녀 못지 않은 부드러운 감성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아직 진짜 모습을 깨닫지 못한 서투른 두 남녀

앞에서는 툭툭 이 말 저 말 던지면서 뒤로는 갖은 배려를 베풀고 설레여하는 천재용의 섬세함. 그의 매력은 이미 많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꽤 돈 많은 집안의 괜찮은 후계자면서 남에게 과시하는 법이 없고 좋아하는 이숙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대시하기 보다 멀리서 지켜봐주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두근두근하게 만듭니다. 방이숙이 10년 동안 한 남자를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가 즐겨듣는 노래를 들으며 사뭇 진지해지는 천재용의 모습 또 규현(강동호) 때문에 홀로 우는 이숙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천재용은 꽤 괜찮은 남자임에도 이숙에게만 그런 매력을 어필하지 못 합니다.

천재용은 아직도 방이숙이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숙이 좋아하는 규현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켰으면서 또 방이숙이 자신에게 선물로 준 알라뷰 곰탱이 인형에게는 다정하게 인사도 건내고 짐짓 능청스런 농담도 건내는 이 남자가 방이숙 앞에서 만은 진심을 말하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마음에 없는 말로 방이숙의 컴플렉스를 건드려놓기도 합니다. 이숙이 좋아하는 규현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했을 뿐인데 그 말이 이숙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이 될 줄은 몰랐던 이 남자.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이숙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어 직원이벤트까지 마련한 천재용의 섬세한 사랑.

방이숙에게 예쁜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어 때아닌 직원 생일 챙겨주기 이벤트를 열고 기어코 방이숙에게 목걸이를 건내주고야 마는 이 부끄러운 남자. 변호사에 매너 좋고 이숙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규현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다 이숙에게 돌아섰다는 사실이 못마땅하지만 이숙이 처음 사랑한 남자인 것을 알기에 잠자코 지켜봐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규현의 약혼자였던 혜수(최윤소) 앞에서 이숙을 매니저라 속이고 편들어줄 때처럼 나설 수가 없습니다. 곰탱이 인형의 건전지도 떨어졌으니 그의 짝사랑은 당분간 진행형일 수 밖에요.

방이숙은 유난히 딸이 많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머슴같은 여성입니다. 제가 자라던 동네에도 아들을 낳기 위해 줄줄이 딸을 낳는 풍경이 꽤 흔했습니다. 그렇게 딸을 많이 낳았는데도 아들을 얻지 못하면 엄마는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나무라는 풍경 가끔 볼 수 있었죠. 그런 엄마를 보며 자란 딸들은 막연히 내가 아들 노릇을 톡톡히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들고 할머니가 아들낳지 못한 며느리는 소박맞아야 한다고 분개하고 손녀에게 눈치를 줄 땐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까 겁을 먹기도 합니다.

차윤희에게 전해들은 방이숙의 진실. 그녀가 선머슴처럼 자란 이유가 있었다.

방이숙처럼 자신이 태어난 날 귀하디 귀한 오빠를 잃은 경우라면 더욱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극중 시어머니 전막례(강부자)는 등장 초반에 비해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손자를 잃어버렸다는 죄로 엄청애(윤여정)룰 평생 죄인으로 살게 합니다. 이숙의 생일상 한번 차리지 못했습니다. 전막례가 극중에선 이숙을 위해 통장을 준비하고 아들 딸 구별 말고 낳으라는 말도 하곤 하지만 실제 집안의 장남인 귀남(유준상)같은 아들을 잊어버리면 70년대엔 충분히 쫓겨날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방이숙은 본능적으로 아들 노릇을 하고 싶어하고 자기 보다는 남을 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딸로 자란 것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귀하게 여길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단짝 친구 규현이 자신을 좋아했음에도 몰랐고 천재용도 이숙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는데도 방이숙은 한 남자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풋풋하게 빛나는 20대 시절 자유분방하게 연애도 해보고 한껏 꾸밀 만큼 꾸미고 싶은 욕구가 들었을 만도 한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욕망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착한 성격이 되버린 것입니다.

아직은 소년 소녀같은 두 사람 한동안 어긋나기만 하겠지만.

자신은 규현과 혜수를 위해 양보했지만 겉으로만 단짝친구였던 혜수는 이숙이 규현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란 걸 알면서도 뺏어간 여성입니다. 혜수는 더 이상 규현의 약혼자도 아니고 규현과 헤어진 사이일 뿐인데 여전히 이숙은 자신있게 그들 앞에 이제는 내가 규현의 여자친구라 나서지 못합니다. 모처럼 예쁘게 머리도 단장하고 멋진 옷까지 차려입었는데 규현을 깜짝 놀라게 해줄 그런 예쁜 모습에도 당당하지 못한 이숙은 아직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소녀일 뿐입니다. 천재용도 마찬가지지만 이숙 역시 자신의 매력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나이만 먹었을 뿐 사랑 앞에서 서투른 소년 소녀들입니다. 말숙이나 혜수같은 영악한 여성이나 차세광(강민력)이나 규현처럼 요령좋고 능숙한 남자 보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순진하기만 한 사랑이 더욱 아름다운데 요즘은 숨겨진 매력을 알아봐주는 시대가 아닌 자신을 어필하는 시대이니 당분간은 둘의 사랑은 지켜보기만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넝쿨당' 커플들 중에서 가장 오래걸릴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격려하고 싶은 건 요즘은 보기 힘든 희귀종들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