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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유나의 거리 11

유나의 거리, 우리 모두가 진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감정과잉 연기에 지칠 때가 많습니다. 워낙 드라마 속 상황 자체가 극단적이라 극중 주인공이 악을 쓰고 대성통곡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기분에 따라서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을 때도 많습니다. 원래 연기라는 게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감정이나 대사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다소 과장된 표정이나 몸짓, 큰 소리를 동반해야하지만 그래도 매일 울고 매일 소리를 질러대는 건 보기 부담스럽죠. 감정과잉의 연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가 자극적이라는 뜻과 같습니다. 거기다 TV 속에서 서민이 실종된 후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재벌가의 재산 다툼이나 복수같은 드라마 줄거리는 시청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가끔 서민이라며 등장하는 주인공도 기껏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수준..

유나의 거리, 마지막회가 끝나도 궁금할 그 사람들 이야기

개인적으로 어떤 드라마든 마지막회는 번외편 또는 보너스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랄까요. 전체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고 굳이 알려줘야할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유난히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추가된 장면들이라 이런 말입니다. '유나의 거리' 주인공인 유나(김옥빈)의 의붓아버지(한갑수)가 창만(이희준)을 불러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은 어쩌면 사람은 가난하든 모자라든 못됐든 함께 어울려 살아야한다는 작가의 바람이자 팍팍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덧붙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유나가 바닥식구를 떠나지않고 인간적인 유대를 이어가듯이 세상 사람들도 그렇게 살길 바라는 마음인거죠. 이렇게 좋아..

유나의 거리, 사람을 바꿀 힘을 가진 작은 영웅 김창만

이른바 '영웅'은 능력이 뛰어난 수퍼맨을 뜻하기도 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리를 통솔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보통 선거할 때 '뽑을 인물이 없다'고 하는 말은 그런 영웅이나 지도자 자질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뜻일 때가 많죠. 제가 생각하는 영웅의 개념은 좀 다릅니다. 진짜 영웅은 스스로가 잘난 것 보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무력이나 경제력로 어떻게 하길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뿜어나오는 '포스'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영웅입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나를 따르라'며 나서는 위대한 영웅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작은 영웅이 더욱 필요한 요즘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나의 거리'에서 찌질한..

유나의 거리, 강데렐라 유나의 마지막 선택은 사람이었다

김운경 작가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작가들 중 하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전 세상을 떠난 신해철씨를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한때는 '마왕'이라 불리며 젊은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신해철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한 시대의 철학을 대변하는 사람은 충분히 대중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음악인 신해철이 대중의 요구와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먼저고 나중이냐를 떠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방송작가들 중에 김운경 작가를 최고로 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김운..

유나의 거리, 치매걸린 장노인의 소박한 행복 콜라텍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눈이 온 것처럼 서리가 하얗게 앉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지역은 도시 보다 겨울이 빨리 오고 밤낮의 기온차가 큽니다. 나무들도 겨울 준비를 하느냐 낙엽을 떨구고 여러해살이 뿌리 식물들은 줄기를 빠짝 말려 겨울날 준비를 합니다.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식물도 마찬가지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겨울을 버티려면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 잎도 열매도 모두 떨궈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늙으면 욕구는 젊은 시절 그대로인데 지친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해 많은 걸 포기해야합니다. 머리가 하얗게 샌 몸으로 욕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늙은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되거든요. 나이먹었다고 해서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유나의 거리'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빠듯..

유나의 거리,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남자가 된 김창만

가끔씩 방송작가의 삶이 어떨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방송작가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보조작가들이 모아온 자료로 시나리오를 쓰고 퀭해진 얼굴로 예민한 행동을 하곤 하지만 그것 역시 작가에 의해 창작된 판타지 중에 하나겠지요. 방송작가들은 평소에 어떤 삶을 살까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라면 아마도 평범한 아저씨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 사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운경 작가의 시나리오는 인기 드라마 대본처럼 충격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납니다.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1994)' 주인공들은 지금 억대 출연료를..

유나의 거리, 외로운 소매치기를 위한 창만의 사랑법

지평권 음악감독은 2011년 발표된 김연아의 '오마쥬 투 코리아' 즉 '아리랑'으로도 유명하지만 드라마 '짝패(2011)'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 OST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작곡을 담당한 음악감독이 남달라서 그런지 '함정'이나 '유나의 왈츠', '사랑따위로', '긴 밤이 지나면'같은 '유나의 거리' OST가 드라마와 함께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특히 '유나의 왈츠'같은 노래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드라마를 잘 살린 노래 가사에 드라마 시청이 끝나도 여운이 남곤 합니다. 혼자 외로워하는 유나의 모습이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껄끄러움이 저절로 연상되는 노래에 저절로 차분한 기분이 됩니다.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소매치기 전과 3범 강유나(김옥빈). 전설의 소..

유나의 거리, 바른 생활 사나이 창만 유나의 세계를 보다

사극이나 영화를 보면 정말 쉽게 사람을 베고 죽이지만 사람을 피나도록 때리고 상처주는 일은 생각 만큼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선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능숙하게 주먹을 주고 받지만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해 상대방을 폭행했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하물며 칼로 찌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사람들이 주먹이나 흉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독한 마음 먹고 민규(김민기)를 두들겨 팬 창만(이희준)은 주차장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맙니다. 미선(서유정)의 돈을 뺐고도 모자라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한 민규를 혼낼 이유야 많겠지만 모질게 민규를 때리는 순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의리가 넘치는 창만이 할 수 있..

유나의 거리, 창만과 유나가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는 '의리'

어제 방송된 '유나의 거리'를 보다 보니 눈에 띄는 연기자가 두 명 보이더군요. 하나는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은주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조은형이고 또다른 한사람은 유나(김옥빈)가 훔친 보석들을 처리해 준 장물아비 고물상 사장 역의 배우 기정수씨입니다. 아역배우는 일찍부터 등장했지만 어제서야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거고 장물아비는 보석을 훔칠 일이 거의 없는 유나가 윤지(하은설), 화숙(류혜린)와 함께 도둑질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물입니다. 배우 기정수는 원래 성격파 배우라 예전부터 부모님이 악당 전문 배우라고 하시더군요. 드라마 '짝패(2011)'에서도 주인공 귀동(이상윤)의 아버지 역할을 했습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활동하던 배우라 작가와의 의리가 없으면 보기 힘든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어딜 ..

유나의 거리, 찌질하고 폼잡지 않아도 매력적인 사람들

인터넷 검색 중 '폼생폼사'가 고사성어냐고 묻는 질문을 보고 잠깐 어이없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의 이 유행어가 의외로 꽤 오래된 말이더군요.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면 77년에 이미 '폼생폼사'란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이후 90년대 초반에 다시 유행하기 시작해 90년대 후반 젝스키스가 부른 노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폼난다' 혹은 '폼잡다'는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남들 보다 멋지게 살고 싶다는 시대적 분위기가 담겨있는 말입니다. 때로는 실속도 없으면서 잘난체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뭘 좀 해보려고 자세를 취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으쓱거리고 뽐낸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TV 드라마에는 유난히 '폼나는' 캐릭터들이 참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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