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굴러온당신, 차윤희야말로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어리

Shain 2012. 7. 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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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다 못해 자식의 일이 제 일인 듯 걱정할 때가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의 눈으로 보기에 올바르지 못하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할 경우엔 마치 내 선택이 잘못된 양 야단을 치고 만류하려 합니다. 내 자식이 내 못난 점을 닮을까봐 안쓰러워하고 내 자식이 나보다 더 잘 하면 흐뭇해하는게 부모와 자식 간인가 봅니다. 특히 엄마 팔자가 딸에게 대물림될까 걱정하는 어머니들은 자기 딸이 남들에게 하찮게 취급받고 무시받으면 더욱 화를 내고 속을 끓이기 마련입니다. 겉으로는 못난 딸이라며 구박해도 속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한국 사회가 워낙 빡빡하고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주부'의 일이 하찮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힘들고 지친 개인에게 안식을 줘야하는 곳도 가정이고 그 주체가 되어야할 곳도 가정입니다. 현대 사회는 남자든 여자든 그 가정을 지키며 '주부'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꼭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엄청애(윤여정)가 그랬듯 막연히 무기력하고 무능하고 우울하다는 느낌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주부들입니다. 그들의 가사 노동과 존재 가치를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도 드물고 엄청애 스스로도 운전 하나 제대로 못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딸의 말도 들어보지 않고 이혼 때문에 무조건 뺨을 때린 엄청애

거기다 하필 순하고 착한 큰 딸 방일숙(양정아)이 자기 팔자를 그대로 닮다 못해 이제는 뭣같은 남편 남남구(김형범)에게 버림까지 받았습니다. 바람나서 가정을 버린 남구는 뻔뻔하게도 위자료 한푼 안주고 아이 양육비도 안 보냈답니다. 자기처럼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온평생을 가족 뒷바라지에 몸바쳐 이제는 자기 인생이 뭔지도 헷갈리는 그런 '한심한' 주부로 살던 큰딸이 윤빈(김원준) 뒤를 쫓아다니다 이혼당한줄 알고 모질게 일숙의 뺨까지 때렸습니다. 딸의 말도 듣지 않고 뺨을 때렸으니 속이 더 터집니다. 이혼하면 창피하다고 생각해온 청애에게 일숙의 이혼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일숙, 이숙(조윤희), 말숙(오연서)라는 막지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청애의 딸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자란 딸들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아들 귀남(유준상) 때문에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딸들이 하는 일을 격려하거나 북돋워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시어머니 막례(강부자)의 눈치를 보느냐 잘 해주지도 못한 딸들, 평범하게 주부로 살다 이제서야 남편이 돈을 벌어 살림이 핀다 했더니 혼자서 어떻게 먹고 살려고 이혼까지 했답니다. 엄청애는 자기가 이혼한 듯 속태우다 얄미울 정도로 야무지고 똑똑한 며느리에게 딸의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화풀이를 합니다.



무서운 언니들의 최강자 차윤희는 진짜 복덩어리

생계형 바람 운운하며 일숙을 기만한 남남구. 엄청애의 며느리 차윤희(김남주)는 시어머니에게 남남구를 응징해주자 하고 그 바람에 남남구는 호되게 망신을 당합니다. 드센 여자 윤희는 임신하고도 자기 일을 지켜내는 똑똑한 방송국 PD이고 옳지 못한 일은 두고 보지 못하는 피끓는 정의파입니다. 며느리의 부추김으로 속시원하게 남남구를 응징한 것까진 좋은데 엄청애는 그 과정에서 며느리 윤희가 딸의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듣게 됩니다. 남도 아닌 엄마인 자신이 딸의 슬픔을 몰랐다는 것도 서운한데 며느리까지 속였다니 괜히 화가 나고 속이 상하고 창피합니다.

많은 분들이 엄청애에게 화풀이 당하는 차윤희를 보며 역시 시댁은 이래서 시댁이라고 합니다. 자기 딸이 차윤희처럼 잘나가가고 똑소리나면 좋아할 사람들이 며느리라서 미워보이고 자기 딸 보다 잘난 거 같아서 밉상이라는 것입니다. 임신한 상태로 직장을 그만 두지 않겠다는 차윤희가 만약 엄청애의 친딸이었다면 그렇게 기를 쓰고 직장다니는 걸 반대했을까요. 아마도 힘들지만 내가 도와줄테니 끝까지 직장을 포기하지 말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애는 결국 '남의 일'이기 때문에 윤희를 이해하기 보다 원칙론을 들어 반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엄청애를 따라나온 무서운 언니들 남남구는 혼이 난다.

엄청애의 그런 '심술'을 완전히 이해못할 것은 아닙니다. 시대적 차이 때문에 엄청애 또래들에겐 결혼과 출산이 여자의 전부였습니다. 장양실(나영희)이 무정한 남편 방정훈(송금식)에게 올인하고 아이낳지 못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던 것도 그 시대의 삶이 그랬던 이유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 반쯤은 강요된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처음부터 이웃집 여자 윤희는 부러우면서도 밉살맞은 존재였습니다. 나는 누리지 못했던 직업과 친절한 남편과 자유까지 갖고 있으니 부러웠고 그런 잘난 여자 윤희에게도 어려움이 많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고 미웠던 윤희가 이제는 자기 며느리가 되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가 싶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딸과 윤희가 비교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청애의 동생 보애(유지인), 순애(양희경)까지 동원해 '무서운 언니들' 역할을 하며 남남구를 혼내줄 땐 믿음직한 며느리처럼 보이더니 딸의 이혼을 혼자만 알았다는 섭섭한 마음에 며느리에게 화풀이를 하고 만 것입니다. 이 화풀이는 차윤희 입장에서는 너무도 억울하고 서러운 구박이고 누가 봐도 공연한 트집이지만 자기 딸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 엄청애에겐 자신에 대한 푸념이고 부끄러움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결국 윤희를 울리고 마는 엄청애. 그녀의 화풀이는 부당하다.

이 드라마의 제목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의미는 하루 아침에 시댁이 생기고 넝쿨에 열매가 열리듯 줄줄이 달려온 시댁 식구들의 이야기란 뜻입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차윤희야 말로 방장수(장용)의 집으로 굴러온 복덩어리입니다. 그녀가 나타남으로 인해 방귀남을 되찾을 수 있었고 윤희가 미국에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려 할머니 막례는 노후를 귀한 손주 얼굴을 보며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희가 임신하는 덕에 손주까지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런 경사가 또 없습니다. 남부끄럽지 않게 직장일도 열심히 하는 그녀는 알아주는 드라마 PD로 계속 출세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무직이 된 둘째딸 이숙에게는 천재용(이희준)의 직장을 알아봐주고 난생 처음 매니저일을 하며 상의할 곳 없는 일숙에게는 유일한 도움이자 의지가 되어줍니다.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윤희가 뒷바라지 해주던 카이스트 출신 막내 동생 차세광(강민혁)까지 말숙의 커플이 될 것 같습니다. 방귀남은 차윤희에게 최고의 짝이자 복덩어리이지만 아직까지 귀남의 가족들은 윤희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 피곤함의 원인일 뿐이고 윤희가 오히려 귀남의 가족에게 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엄청애의 무신경한 심술은 그 복을 스스로 걷어차는 일입니다.

알고보면 복덩어리인 차윤희를 위로하진 못할 망정. 누가 분노하게 하는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 시대에 시댁 식구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똑 부러지게 도와준다는게 쉬운 일일까요. 어머니 한만희(김영란) 밖에 모르던 차윤희의 신경은 온통 시댁 식구들에게 쏠려 있습니다. 아무리 엄청애에게 숨겨진 속사정이 있다고 한들 딸 때문에 일어난 엄청애의 심술은 노력하는 며느리가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요즘같은 세상에 윤희만한 며느리도 없고 또 시댁식구를 우선으로 하라는 법도 없는데 그 공을 알아주지 않다니 보고 있기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에서는 며느리가 아무리 잘 해도 그런 며느리가 미워질 수 밖에 없는 윗세대의 속사정, 또 합리적인 방법으론 도무지 이겨낼 수 없는 시집살이를 힘겨워하는 며느리의 속사정이 아주 잘 묘사된 것 같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우리 나라처럼 가족끼리 부대끼며 사는 나라도 참 드물다던데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은 우리 아래 세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지고 볶는 지금의 풍경은 먼 미래에는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무서운 언니 차윤희가 다음 세대를 위한 올바른 결혼 문화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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