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의생이 되는 백광현 드라마 골든타임이 엿보인다

Shain 2012. 11. 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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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에게 사람을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건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동물의 가죽이 두꺼워 굵은 침이 필요하듯 사람과 동물은 시술 방법이 꽤 다릅니다. 동물을 기준으로 처치했다간 큰일이 나기 때문에 조선 시대가 아니라도 수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 다급한 상황에서 마의 백광현이 침을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백광현이 처벌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괘씸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감히 마의가 인의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발고하게 한 것입니다.

드라마 '마의'의 백광현이 처한 상황은 현대의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떠오르게 합니다. 그 법은 자격 조건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응급처치를 했다면 최대한 시술자를 보호해주는 법입니다.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도 최인혁(이성민) 교수와 이민우(이선균)에게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병원에 사표를 낸 의사와 일개 인턴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메스를 들었습니다.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그 상황 때문에 최인혁과 이민우는 질타를 받게 됩니다.

동물을 살리던 기쁨에서 사람을 살리는 기쁨으로 인의로 첫발을 디딘 백광현.

'골든타임'의 인턴 이민우처럼 마의가 사람살리는 일이 죽을 죄인가 고민하던 백광현은 수의 고주만(이순재)의 조언으로 혜민서 의생 시험을 보기로 합니다. '마의'의 전체 구조상 고주만은 백광현에게 진짜 '생명을 살리는' 의관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스승에 해당합니다. 현대극 '골든타임'의 스승이자 롤모델인 최인혁은 그래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내지만 고주만은 그동안 이병훈식 사극이 그래왔듯 정성조(김창완)와 이명환(손창민)에게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죽어서도 백광현의 정신적인 스승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어린 백광현(안도규)이 진정혈에 시침하며 말을 살리는 기쁨을 맛보았듯 성인이 된 백광현은 동료의 흉만을 치료하기 위해 시침하며 사람을 살리게 된 기쁨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마의가 인의 흉내를 냈다는 이유로 장 30대라는 극한 처벌을 받긴 했지만 '골든타임'의 인턴 이민우가 첫 수술에 참가하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며 의사로서 성장하듯 백광현도 인의로서 첫발을 떼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의관은 동물이든 사람이든 다 같다고 생각했으나 사람을 살려보기는 처음이라 광현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진짜 백광현은 까막눈이라 의생 시험을 볼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이민우와 같은 인턴 입장.

극중에서는 개혁적인 고주만이 의관들의 관행이 된 뇌물을 근절하고 의생을 시험을 거쳐 선발하는 등 현종(한상진)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의료 개혁에 앞장서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백광현이 처한 상황을 '의학'과 '사람을 살리는 자격'에 맞춰 연출했지만 사실 진짜 백광현은 시험을 통해 의관이 되지 않았습니다. 임금의 특명으로 지방 현감으로 임명될 때도 신분이 미천한데다 글을 읽을 줄 몰라 대신들이 반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의서를 익혀 시험을 보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습니다.

남아 있는 여러 기록에 의하면 워낙 종기를 비롯한 환자 다루는 실력이 출중하여 백헌 이경석에게 추천받아 의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백광현이 의학을 배운 것은 내의원이 아닌 바깥 생활을 하던 도중이라는 것인데 극중에서도 묘사되는 것처럼 마의들은 해부와 외상 수술에 인의 보다 자유로웠던 것같습니다. 외상치료엔 신체 구조를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의들은 대부분 인간의 신체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의 백광현은 그 부분에서 훨씬 다른 의관들 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입니다.

백광현과 이민우에게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는 스승 고주만과 최인혁.

'신의'라 불리던 백광현은 내의원에 등장할 때부터 이미 완성된 의사였다는 뜻인데 드라마 '마의'는 젋은 백광현의 인생을 의학적 성장에 맞춰 각색합니다. '골든타임'의 이민우가 최인혁을 보며 한명의 의사로 각성하는 것처럼 백광현 역시 사암도인(주진모)과 고주만을 비롯한 여러 스승들의 도움으로 명의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드라마 '마의'가 의학에 꽤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즉 탁월한 의술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결과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과정으로 어떤 철학을 가진 의사가 되느냐도 의학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드라마 '골든타임'은 초반부에서 중증외상의학의 현실을 고발하며 의사들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습니다. '마의'는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생명에 대해 고민하는 의관 백광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허준(1999)'이나 '대장금(2003)'에서도 비슷하게 보아왔던 모습이지만 백광현은 해부를 자유롭게 할 수 없던 의관들 보다 한차원 발전한 한방 외과의입니다. 조금씩 발전되어왔다고 할 수도 있죠. 사극에서 이런 진지한 시도를 보여주는 제작자 역시 이병훈 PD 뿐인가 봅니다.

'골든타임'의 의사들도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법적인 문제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권력과 세속적인 욕심 때문에 갈등합니다. 의사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의사가 사람 살리는 일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최인혁과 이민우는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백광현과 고주만이 일하는 혜민서와 내의원에서도 비슷한 힘싸움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인혁이 사표를 쓰거나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곤란을 겪듯 고주만은 언젠가는 죽거나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의원입니다.

드디어 의생으로 의관의 길을 시작하게 될 백광현. 숙휘공주(김소은)의 사랑도 나날이 깊어지고 강지녕(이요원), 이성하(이상우)와의 삼각관계도 본격적이 된 지금. 인턴 이민우가 마지막회에 좀더 나은 외과의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듯 젊은 의관 백광현의 고난도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백광현의 동료 마의가 살아나는 장면에선 늘 긴박하게 돌아가던 수없이 많은 생명이 오가던 중증외상센터 응급실이 떠오르더군요. 시대가 변해도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 변함이 없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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