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MBC 실적이 별로면 사장이 책임져야지

Shain 2012. 12.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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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전국을 강타한 요즘 MBC에도 지독한 칼바람이 몰아쳤다고 합니다. 8년간 장수한 프로그램이 하루 아침에 폐지되는가 하면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방영된지 두 달 만에 종영된 시트콤도 있습니다. 사전에 PD나 출연진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선언한 절차상의 논란도 논란이지만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기획이 주간 단위가 아닌 년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MBC 전체에 큰 타격을 줄 폐지란 점도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폐지될 프로그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폐지된 프로그램의 개수만도 무려 9개. 일개 극장의 무대 공연도 사전기획과 준비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갑자기 폐지된 프로그램은 무엇으로 메꾼다는 것인지 황당하기도 합니다. 9개 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도 준비되지 않아 시트콤이 방송되던 시간에 주말 프로그램이던 '섹션 TV 연예통신'을 내년 2월까지 편성변경하는가 하면 인기 드라마였던 '허준(1999)'을 일일드라마 형식으로 리메이크한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아직 '파일럿'도 준비되지 않아 땜빵 방송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방송의 제작 과정을 조금이라도 듣고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갑작스런 폐지가 왜 문제인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드라마가 사전제작되지 않는다 쳐도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기본 플롯과 캐스팅, 제작진 등 많은 부분을 미리 준비해놓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일종의 맛보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파일럿'도 정규 방송에 편성되기 3-4개월 전에 검증받고 방영되는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일일사극을 만들고 파일럿 없이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MBC의 이런 프로그램 폐지 논란은 이미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에도 김재철 사장은 'PD 수첩'이 속한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며 시사보도프로그램인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했습니다. 시청자들과 제작 기자들이 반발했음은 물론입니다. 당시 그런 시사국 '물갈이'는 4대강 논란을 방영하려는 'PD 수첩'의 제작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었고 이후 'PD 수첩' PD를 교체하고 작가를 파면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결국 이런 김재철 사장의 독단은 MBC 파업의 주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며 이어진 MBC 파업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결방되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의 주요 간부 등을 파면시키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계약직 아나운서와 PD 그리고 외주 제작을 동원해 공백을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올림픽 중계 방송사고, MBC 뉴스 조작, 그리고 각종 자막사고 등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입니다. 거기다 김재철 퇴진을 조건으로 노조원들이 복귀하고 나서도 사표는 커녕 파업참가 노조원들을 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시키는 등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MBC는 최고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MBC 뉴스는 9시에서 8시로 방영시간을 옮겼지만 특정 정치인을 위한 편파 방송이란 오명 속에 시청률 경쟁에서 한참 뒤져 있고 예능은 1위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제외하면 시청률이 '종편' 수준입니다. 공중파 방송의 최강자였던 MBC를 누가 이렇게 망가트렸는지 연말에 진행되어야할 '연예대상' 조차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 것 같다는게 다수 의견입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대상'을 받을 것 같다는 말은 다른 말로 받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도 됩니다.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가 폐지된 이유는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엄마가 뭐길래'는 '뉴스데스크'와 방영시간을 바꾸면서 25분이던 시트콤 방송시간을 65분으로 연장 변경했고 월요일 화요일에만 편성되는 등 MBC 내부사정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함께 폐지된 '최강연승퀴즈쇼Q' 등도 시간대를 옮겨 8시 50분에 방영되었습니다. 편성변경으로 인한 악조건도 조건이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앞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이어받는다는 걸 생각할 때 최악 시청률의 '뉴스데스크'는 두 프로그램에게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MBC 사장 김재철은 시청률 1위를 목표로 그만둔다는 각오로 시청률 상승에 매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떨어진 근본 원인이었던 본인은 아직까지 퇴진하지 않았있고 파업이 끝나고도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 된 여러 조치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바닥 TV'같은 본인이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편파방송 논란을 일으킬만한 사고만 저지르고 있습니다. 방송국 전체 시청률이 우수한데 한 프로그램만 시청률이 저조하다면 해당 방송이 책임져야겠지만 전체적인 부진은 당연히 사장이 책임져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가지 더 이번 프로그램 폐지 소란이 갑갑한 것은 앞으로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하는 최우선 조건으로 인식될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올 2012년 실적이 좋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재철 사장은 시청률이 자신의 위기를 격파해줄 동아줄로 여겨지는 모양이지만 공중파 방송은 그 본래의 특성상 시청률과 상관없는 프로그램도 방영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각종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나 소수 사람들을 위한 방송, 실험적인 성격의 방송, 정보성 교양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유도 시청률과 상관없는 방송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의 눈으로도 현 MBC 방송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한눈에 보입니다. 방송 프로그림이 계속 교체되고 실수가 잦다는 건 그만큼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MBC는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위기를 '허준'같은 과거 프로그램으로 메꾼다는 꼼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일단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MBC를 공중파 방송이라 생각한다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페지하고 개편하는 이런 관행으로 더 이상 방송가의 질서를 흐트러트리지 말고 부진한 '시청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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