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이 장면 이랬더라면

'백년의 유산'과 '금나와라 뚝딱' 미드처럼 크로스오버하면?

Shain 2013. 5. 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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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연출 방식이 있습니다. 두 개의 드라마가 한편의 에피소드를 공동제작하는 일명 '크로스오버'인데 드라마를 한편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간주하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드라마를 큰 줄거리를 가진 한편한편의 볼거리(Show)로 생각하는 미드의 속성이 아주 잘 반영된 형태라 할 수 있죠.

또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큰손' 제작사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개 두 편의 드라마가 크로스오버될 때는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된 인기 드라마들 중에서 선정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 케이블 방송에서도 이런 크로스오버 시도가 종종 있었다고 하더군요. tvN의 '막되먹은 영애씨'와  OCN의 '뱀파이어 검사2'가 2012년 한 에피소드에서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적 있습니다.

대표 인기 케이블 드라마였던 만큼 꽤 호응이 좋았고 팬들 중에서는 다른 드라마와도 유사한 시도를 해보길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 보니 대본 작업에만 무려 4개월이 걸렸다고는 합니다만 같은 주인공에 같은 형식으로 이어가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드라마에 포인트를 넣기엔 크로스오버 만큼 좋은 것도 없지 싶습니다.

우리 나라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주연급을 결정하면 끝까지 그 사람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미드는 주연과 고정(regular) 출연, 특별 출연(special guest star)을 꼼꼼히 구분하는 편이고 가끔은 특별출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가 전개될 때도 있습니다. 드라마 한편당 방송 시간이 70분씩이다 되다 보면 다양한 연출 방식이 꼭 필요한데 대부분은 충격적인 이야기나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이죠.

한드도 시즌제나 크로스오버같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요즘 방영되는 공중파 드라마 중에 어떤 드라마가 크로스오버에 적당할까 생각해봤습니다. 같은 경찰수사극인 'CSI' 시리즈가 자주 크로스오버되는 건 두 드라마가 수사협조라는 형식을 통해 에피소드를 엮기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한드 역시 하려고만 든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극중 배경이 유사하고 비슷한 캐릭터가 많을 때 크로스오버하기가 쉽겠죠. 그런 이유로 '백년의 유산'과 '금나와라 뚝딱'을 '제맘대로' 골라봤습니다.


일단 '백년의 유산'은 국수공장 딸인 민채원(유진)과 식품회사에서 일하는 김철규(최원영), 이세윤(이정진)이 중심이기 때문에 보석회사 사장의 아들인 '금나와라 뚝딱' 주인공들과 거의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두 드라마의 가족들이 얽히려면 핑계가 있어야 하는데 얽히고 섥힌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로 봤을 때 '김주리(윤아정)'가 '박현태(박서준)와 선을 본다는 이야기가 가장 적당할 거 같더군요.

김주리 엄마인 방영자(박원숙)가 철규와 채원을 이어주려는 흑심이 안될거 같자 주리의 선자리를 알아보라하고 박현태의 아내인 정몽현(백진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장덕희(이혜숙)는 갖은 핑계로 몽현을 쫓아내고 성질나쁜 며느리를 들일 음모를 꾸미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양쪽 가족들이 얽히는 스토리로 간다면 한 2회 분량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꾸릴 수 있을거 같더란 말입니다(네 어디까지나 제맘대로 상상입니다). 양쪽 집안에서 말도 안된다 어쩐다 하면서 시끌벅적한 소란이 일어나는 거죠.


방영자가 만나서 얼굴이라도 보라는 압력을 넣어 가기는 해도 김주리는 세윤 오빠 뿐이라고 펄펄 뛸 겁니다. 그래도 맘에 없는 결혼을 하지말라며 세윤이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한번 나가보고 박현태는 바람 피우다 딱 걸려서 쫓겨날 위기니까 몽현에 대한 미련이 있으면서도 장덕희와 민영애(금보라)의 압력에 밀려 일단 선자리엔 나갈테죠. 방영자는 재벌가 중매 전문인 중매쟁이(이숙)에게 이번에는 똑바로 골랐냐고 투털대지만 서로 흠많은 집안이니 괜찮다 싶어 마음 놓고 양쪽 집을 소개하겠죠.

'금나와라 뚝딱' 쪽에서는 몽현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몽희(한지혜)는 유나 행세를 하며 몽현을 끌고 김주리를 만나 현태가 어떤 인간인지 폭로하려다 김주리와 감정이 폭발해 싸웁니다. 그걸 본 현태, 박현수(연정훈)가 나타나 몽희를 거들고 우연히(!) 그걸 보게 된 철규가 박현수와 대판 싸우고 두 사람은 열심히 싸우다가 싸움을 말리는 몽희, 몽현, 주리 때문에 되돌아갑니다.

선보는 자리에서 다툰 걸 알게 된 방영자와 장덕희는 각자 아이들을 야단치고 사과를 하겠답시고 만나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워낙 두 드라마 모두 복잡하고 격한 한드의 공식(!)을 잘 따르는 드라마라 두 드라마를 엮기로 마음만 먹으면 캐릭터의 충돌로 꽤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올거 같네요. 의외로 처음보는 상대를 만나 마음을 터놓고 신세한탄을 하는 김주리와 박현태 이야기를 넣어도 괜찮을거 같구요.

몽현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 현태라던가 철없이 살아온 세월을 깨닫는 주리의 설정도 괜찮아 보입니다. 마지막엔 서로의 집안 사정이 결국 들통나서 선보는 자체를 없던 일로 하면 마무리도 별로 어렵지 않을거 같고 말입니다.

우리 나라 드라마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부분 획일화된 경향이 있습니다. MBC같은 경우 어제 종영한 '오자룡이 간다'라던가 '사랑했나봐'같은 소위 막장극이 대세기도 하구요. 방송환경상 내용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없다면 형식이라도 다양하게 엮어보는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생방송 수준으로 촬영하는 환경에서크로스오버까지 도입하면 제작진과 배우만 고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만 여하튼 이 두 드라마 말고 '크로스오버'에 적합한 드라마는 뭐가 있을까요. 물론 상상해 보는 건 죄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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