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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여신, 그래서 결혼을 선택한 이유가 대체 뭐야

Shain 2013. 8. 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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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른들은 적당한 나이의 남녀는 무조건 결혼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혼기가 찼는데 결혼하지 못한 처녀 총각을 보면 하루가 어서 빨리 결혼하라며 말을 건냈고 행여 사별이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혼자가 된 사람들에겐 건너 마을에 혼자된 사람이 있다며 재혼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니 결혼은 당연히 해야하는 거였고 대를 잇기 위해서 혹은 부모의 대한 도리로, 남의 눈 때문에,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서도 결혼은 인생의 필수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사회적 형편이 달라진 현대사회에선 결혼은 수많은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젊은이들의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이웃도 줄어들었죠.

지혜는 우여곡절 끝에 태욱과 결혼했지만 재벌가 시집살이는 상상 이상으로 빡빡하다.


'결혼의 여신'은 볼 때 마다 이 드라마가 '결혼'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궁금하게 합니다. 첫시작은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여주인공 송지혜(남상미)가 제주도 여행에서 김현우(이상우)를 만나는 내용이었습니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현우가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느껴지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지혜는 결혼을 약속한 태욱(김지훈)과 현우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지혜는 남들 다 한다는 그 결혼이 미래를 위한 계획인지 아니면 운명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가 보여준 장면들은 우리가 흔히 듣고 보았고 때로는 느껴왔던 결혼 풍경들입니다. 특히 지혜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자동차 안에 많은 풍선과 반지를 준비한 태욱의 이벤트는 과거에 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결혼은 아무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선택해도 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선택입니다. 남편이 될 그 남자를 백프로 믿어도 시댁 식구들이 결혼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송지혜처럼 '바람'난 상황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을 두고 깊게 고민합니다.

지혜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태욱은 신혼의 단꿈을 누릴 시간이 없다.


강태욱의 이벤트를 보고 안심한 송지혜처럼 일단 이 남자를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이벤트가 특별하고 기쁘고 기분이 좋고 또 결혼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까지 생기지만 상대 남성에 대한 불안을 품고 있거나 결정을 못한 상황에서 프로포즈 받으면 그 특별한 이벤트가 나를 꼭 선택해야한다는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들 앞에서 창피를 무릎쓰고 결혼해달라고 공개 프로포즈하는 남자를 받아들여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거절해야하는지 부담스럽기만 하죠.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결혼할까 고민하던 연인들의 고통은 결혼 후에도 계속됩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송지선(조민수), 노장수(권해효)는 말썽부리는 자식들과 험난한 지선의 직장생활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고 앵커로 일하는 남편 노승수(장현성)를 사랑했던 권은희(장영남)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와 결혼했지만 그 남자가 딴 여자와 바람을 피웁니다. 먼저 바람피우고 배신한 것은 남편인데 시댁도 남편도 뻔뻔하게 행동해서 한번 더 상처받죠. 노승수가 앵커가 되기전까진 남편을 먹여살렸다는 권은희는 절대 이혼만은 안된다며 집을 떠납니다.

외적으로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홍혜정은 여자로서의 행복을 거의 느끼지 못하며 산다.


애정이나 사람 됨됨이 보다 재벌이란 배경을 보고 남편을 선택한 홍혜정(이태란)은 빡빡한 직장생활을 하듯 결혼을 견뎌냅니다. 바람피는 망나니 남편 강태진(김정태)의 뒷바라지를 하고 식탐이 많아 아침에 생선회를 먹겠다는 시어머니 이정숙(윤소정)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직접 식사를 준비합니다. 하루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는 그녀의 노력에 시아버지 강만호(전국환)는 호텔 이사자리까지 줬지만 홍혜정에게 얻은 남부러집 않은 부와 지위를 제외하면 결혼생활의 잔재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송지혜는 결혼을 선택하기 전까진 꼭 태욱과 결혼해야하는 것인지 불안해했습니다. 결혼을 마치 숨쉴 수 없는 깊은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꼈고 태욱의 가족을 불안해했지만 어쨌든 결혼을 하고 나서는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 신혼부부인 그들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와 주변 사람들을 맞춰줘야하는 부담 때문에 그들 만의 사랑을 만끽할 시간이 없습니다. 비록 부부 간의 신뢰나 믿음은 보잘 것없지만 그들 태욱의 가족에겐 어쩌면 홍혜정처럼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며느리가 결혼상대로 적합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결혼'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는 장황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지혜와 현우의 불륜을 선택했고 우리가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바람피는 남편과 못된 시댁 설정을 골랐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결혼'은 불행하고 비관적이고 우울하고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조건을 보고 전략적으로 결혼을 선택했든 사랑해서 결혼했든 불륜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고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결혼은 늘 위태위태합니다.

윤태진같은 노련한 불륜남이 있는가하면 신시아정(클라라)처럼 노련하게 바람을 피우는 여우도 있고 노승수처럼 신시아가 자신을 잠깐의 불륜상대로 여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초보 불륜남도 있죠. 신시아가 자신에게 푹 빠져 있기 때문에 노승수의 어머니 변애자(성병숙)의 생일케이크를 준비했다고 믿는 노승수의 착각은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했습니다. 결혼을 쉽게 깬 남자와 좋다고 결혼해줄 멍청한 여자는 세상에 흔치 않다는 걸 몰라도 너무 모르니 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결혼을 잘한거고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해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노승수 신시아의 불륜. 이런 통속적인 치정극이 이 드라마의 대세가 될 것인가.


'결혼의 여신'은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이 맛깔나고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네 커플의 결혼생활을 정신없이 따라가면 뭔가를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그런 이야기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불륜과 치정극에 눈쌀을 찌푸리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확실히 흡입력있는 내용인데 지금으로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려면 굳이 왜 결혼을 한건지 작가는 왜 드라마 제목을 '결혼의 여신'으로 한 것인지 알 수없다는 생각이 강하군요. 이러다 흔한 치정극으로 마무리되면 배신감이 들 것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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