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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남주나, 안타까운 유진의 강박증 착한 남편이 외롭다

Shain 2013. 11. 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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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자식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부모가 화목하게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와 늘 싸우고 갈등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듯 부모의 관계에 따라 사람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하죠. 부모의 삶이 아이의 인생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인간관계와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 입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정현수(박근형)는 막내 재민(이상엽)을 밖에서 낳아왔고 그 때문에 두 딸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진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재혼 문제로 남편 성훈과 싸운 유진. 성훈이 모르는 유진의 숨겨진 마음은?

 

정현수는 밖에서는 존경받는 전직 판사고 점잖은 노년의 신사이지만 가족 안에서는 한번의 불륜으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이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내와 두 딸들과 살아야하는데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큰딸은 아버지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둘째딸은 사사건건 화를 내며 아버지를 거부 합니다. 누군가는 불륜이 한때의 사랑이고 방황이라하지만 이미 가족 간의 신뢰는 깨어졌고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은 재민을 볼 때 마다 아버지가 가족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둘째딸 유라는 윤철(조연우)가 유부남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피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아버지의 외도와 그로 인해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유라는 겁도없이 윤철을 사귀었고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종종 드라마에서는 '불륜'을 운명적인 사랑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혼과 재혼을 쉽게 묘사하지만 유라가 직접 겪는 불륜은 사회와의 단절인 동시에 감당하기 버거운 고통일 뿐 입니다.

아버지의 외도를 비난하던 유라는 자신의 불륜이 인터넷에 폭로되어 괴로워한다.

앞으로 유라는 윤철과의 결합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느끼며 불륜이 왜 가정파괴인지 경험하게 될 것이고 조금이나마 아버지 정현수의 외로움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아버지의 죄를 용서하기는 힘들겠지만 세상에는 원칙의 잣대로 잴 수 없는 문제가 종종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또 가정을 깨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자신의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란 사실도 알게 되겠죠. 유라는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분노와 증오를 표현한 만큼 배우게 될 것입니다.

반면 마음의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며 할 말 다하는 사람 보다 속으로 삭히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 더 낫지 않는다고 하던가요. 어쩌면 아버지의 불륜으로 유라 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큰딸 유진인지도 모릅니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남매의 장녀라는 책임감으로 늘 꼼꼼하고 완벽하게 자기 일을 해냈고 혼자된 아버지를 정성껏 보살피는가 하면 유라가 아버지를 닥달할 때도 한발 물러서 유라를 달래고 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어머니가 다른 동생 재민도 잘 보살폈고 먼저 안부를 묻곤 했죠.

정현수가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는 걸 알게 된 유진은 반찬가게 순애에게 민감하게 군다.

그런데 남편 성훈(김승수)은 그런 유진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성훈은 정현수가 과거에 바람을 피웠고 그로 인해 재민이 태어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라와 재민이 갈등하는 모습을 본 성훈은 유진에게 가끔씩 가끔 당신이 처남한텐 냉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유진은 재민과 싸운 유라가 화내면서 간다니까 달래고 전화걸어 나무라기까지 하지만 재민이 간다고 할 때는 아무 말없이 잘가라고 하고 전화도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장녀답게 잘하려고 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아버지와 재민을 죄인 취급했던 것 입니다.

평소 유진의 완벽한 가정에 대한 집착은 강박증에 가까웠습니다. 아들의 학원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공부하는 모습까지 지켜봅니다. 정작 아들은 공부 밖에 모르는 그런 엄마에게 질려가지만 유진은 그렇게 해야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훈이 둘 만의 시간을 갖자며 식당을 예약하고 삶의 여유를 위해 여행가자고 해도 유진은 아이같은 소리 그만하라며 성훈의 부탁을 단칼에 잘라버리곤 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남편인 성훈을 자기 페이스에 따라오도록 설득하고 다그치는게 유진입니다.

 

 

 

 

 

 

 

유진의 그런 집착에는 자신의 부모님이 갈등했던 것처럼 내가 만든 가정도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삶의 여유를 갖고 아들과 대화를 하고 부부 만의 시간을 즐기며 남편과의 사랑을 돈독히 하면 좋을텐데 아버지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내팽겨치고 잠시 일탈을 했듯 남편도 그렇게 될까 불안해합니다. 유진에게 가정은 사랑도 사랑이지만 책임감으로 유지되는 의무이고 약속입니다. 아버지가 가정이란 약속을 깨트렸으니 유진의 가족은 그 약속에 한치에 어긋남이 없어야 합니다.

자신을 남 취급하는 유진의 말에 성훈은 화를 내고 여유없이 사는 유진의 태도를 지적한다.

결국 유진은 아버지 정현수가 반찬가게 홍순애(차화연)와 그렇고 그런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앞에서 숨겨진 마음을 확실히 드러내고 맙니다. 성훈이 정현수를 결혼정보업체에 등록시켜준 것을 몰랐던 유진은 아버지의 재혼은 절대 안된다며 펄펄 뜁니다. 유라는 오히려 아버지가 어차피 재혼은 못한다며 모른척하자고 말하지만 유진은 드러내놓고 정현수의 재혼을 반대합니다. 아버지는 재혼할 자격이 없고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혼자 살아야한다는 뜻 입니다.

쓸쓸해보이는 장인을 생각해 재혼을 권유한 성훈과 아버지의 재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유진은 부부싸움을 합니다. 평소에 늘 환하게 웃던 성훈답지 않게 유진에게 화를 내며 당신이 이 집안의 독재자라고 퍼붓습니다. 아이들도 놀라고 한번도 보지 못한 남편의 모습에 유진도 겁을 먹습니다. 아버지의 문제와 자신의 문제를 분리하지 못하고 똑같은 기준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유진은 행복한 자신의 가정에도 먹구름을 드리운 것입니다.

피붙이처럼 처가를 보살핀 성훈의 외로움. 유진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이성적으로 대하면 좋으련만.

무엇 보다 중요한 건 유진을 사랑하는 남편 성훈이 유진의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훈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 덕인지 그 누구보다 처가집 식구들을 잘 보살핍니다. 장인의 어깨가 무거워보이는 것도 유라의 철없는 사랑도 아무말없이 누나의 심술을 받아내는 재민도 성훈이 직접 다독이며 격려해줍니다. 그런데 성훈은 정작 자신의 아내가 무엇 때문에 가정에 강박증을 보이는 것인지 아버지의 재혼과 유라의 불륜에 이성적인 대처를 못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진의 아버지가 한때 불륜을 저질렀다는 건 성훈에게 중요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가를 피붙이처럼 챙겨준 성훈을 유진이 가족으로 여기지 않고 따돌리듯 비밀을 감췄다는 건 서운함을 넘어서 결혼에 대한 회의가 들 만큼 배신감이 느껴질 수 있죠. 도대체 장인은 왜 딸들의 눈치만 보는지 유라와 재민이 왜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지 이유도 모르고 걱정만 했으니 말입니다. 안타까운 성훈의 외로움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가정을 불안하게 하는 유진의 이야기가 공감가더군요. 어쩌면 유라 보다 유진이 정현수의 재혼을 오랫동안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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