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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우리들 첫사랑도 이렇게 서툴렀을까

Shain 2014. 1.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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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서 부부가 된 커플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렵지만 서로의 차이와 상황을 맞춰간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삶의 변화를 겪습니다. 대학생활, 군대, 취업, 결혼식 등 절박한 현실이 커플의 발목을 잡습니다 . 고등학교 때는 세상에서 가장 예뻐보이던 여자친구가 대학교에서 만난 여자들 보다 평범해 보이고 군대가기전에는 듬직했던 남자친구가 군인이 되더니 주변 선배들 보다 속좁고 답답한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서울 예선 4위를 하고 절망했던 오지영, 김형준은 본선 진출 자격을 얻고 함께 기뻐한다.

 

흔히 사랑할 때는 콩깍지가 씌워서 상대의 단점이 잘 안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환경이 변해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과거와는 확 달라진 시야로 현실을 절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지영(이연희)이 공장에 다니고 엘리베이터걸이 되도 창피해하지 않을 거라 약속하며 키스했던 김형준(이선균)은 약속은 까맣게 잊은 듯 오지영에게 대학을 가라 조언합니다. 공부 잘하는 여대생들을 만나고 보니 갑자기 속물 근성이 생겨서 날나리 오지영이 부끄러워지기라도 한 걸까요?

많은 연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집니다. 몇가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공감하기 힘든 사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도 있죠. 커플 중 하나는 대학에 가고 하나는 취업했을 때, 장거리 연애를 할 때, 남자가 군대갔을 때 헤어지는 이유가 꼭 사랑이 식어서만은 아닙니다. 살아가는 환경의 차이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 이죠.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지내다 보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감정이 생깁니다.




90년대 학번인 김형준에게 대학은 여러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때의 대학은 성공한 사람들의 필수 코스이고 가난한 삶을 바꿔줄 수단입니다. 김형준은 대학에 가서 고등학생 때는 몰랐던 세상의 현실을 보았을 것 입니다. 엘리베이터 걸 오지영이 박부장(장원영)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예쁘장한 오지영이 대학을 안가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나갈지 걱정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앞으로 결혼하려면 오지영이 대학을 가서 학력 수준을 맞춰야 어머니에게 결혼 허락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을 수도 있구요.

달콤하게 사랑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그들은 이별했다.

반대로 오지영은 갑자기 자신에게 대학가라는 김형준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빠 눈치, 삼촌 눈치 봐가며 야구공을 주고받고, 애정 고백을 했던 그 애틋한 순간은 까맣게 잊어버린듯 갑자기 책을 사주고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는 형준이 자신을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연애하고 노래부르고 같이 맛있는거 먹는, 같이 있는 시간을 원했는데 경리나 공장 다니는 일, 엘리베이터걸을 하찮게 생각하는 형준이 섭섭하기만 합니다. 형준의 충고나 입장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헤어진지 10년, 회사 사정이 절박한 김형준은 깡패 정선생(이성민)에게 협박을 당하고 고졸 오지영에게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자며 매달립니다. 첫사랑 오지영을 이용하는 건 마음아프지만 세상에는 김형준같은 샌님이 전혀 모르는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이제는 눈치껏 깨닫고 있습니다. 형준은 동창 이윤(이기우)에게 투자를 부탁하면서 지영을 접대부로 보낼 만큼 때가 묻었습니다. 엘리베이터걸이라고 무시당하던 지영은 공부 좀 하라는 형준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영과 형준은 여전히 갈등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달라졌다.

연인과의 갈등으로 이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안타깝고 괴로웠던 그 시절에 지금처럼만 철이 들었어도 그런 식으로 이별하진 않았을 거라고. 그때 조금만 더 상대방을 이해했더라면 조금만 더 현명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텐데. 물론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여전히 똑같이 서투르겠지만 오지영과 김형준은 적어도 한가지 위기를 넘겼습니다 . 김형준은 오지영을 양원장에게 보내기로 마음먹고 오지영은 다시 김형준과 함께 하기로 결심합니다.

'미스코리아'에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정치인의 사생아라서 한국에 남아 있으려면 어떻게든 미스코리아가 되어야하는 김재희(고성희), 비비화장품에 모든 걸 걸고 어려움을 감수하는 고화정(송선미), 형준도 살리고 자신도 살아야하는 다급한 상황에 비비크림 샘플을 훔쳐낸 정선생, 미스코리아를 배출시켜야 하는 마애리(이미숙) 원장이나 양춘자(홍지민), 미혼모면서도 미스코리가 되어야했던 임선주(강한나) 등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을 합니다.

다시 첫사랑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갖게 된 형준, 지영. 그들의 사랑은 다시 현재진행형.

마애리 원장은 임선주의 비밀을 알았지만 미스코리아의 품격을 위해 조용히 사퇴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임선주는 진이 된 것을 시기하던 신선영(하연주)이 언론에 폭로하는 바람에 세상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자격박탈이 되었죠. 본선 진출에 탈락했던 오지영에게 모든 판세가 불리했지만 이제는 체리미용실과 퀸미용실의 경쟁 덕분에 오지영도 숨통이 트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당히 겨뤄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형준과 지영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생겼으니 러브라인에도 녹색불이 켜진 거죠.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모든 첫사랑이 판타지처럼 결실을 맺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많은 연인들이 나미의 '슬픈 인연' 가사처럼 멀어져가는 연인을 안타깝게 떠나보냅니다. 형준과 지영이 이별하는 모습은 가슴 한켠에 묻어둔 절절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잔잔하게 마음을 감싸옵니다. 과거의 기억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신기루같습니다. 서로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지금이라면, 서로의 안타까운 처지를 배려해줄 수 있는 지금 다시 사랑하면 좋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첫사랑을 이루려면 현실과 적당히 손을 잡을 줄 알아야죠. 어쩐지 잊었던 첫사랑이 자꾸 떠오르는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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