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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녀, 뻔한 드라마를 튼튼하게 지탱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힘

Shain 2014. 10. 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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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드라마가 워낙 많이 방송되서 첫회가 방송되면 대부분 전체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배경과 출연자만 다를 뿐 권선징악의 주제와 주인공의 성공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죠. 막장드라마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전개와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선 막장 드라마는 순수한 드라마라기 보다는 TV Show의 한 장르로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줄거리는 뻔하니까 한시간 동안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연기만 보자는 이야기죠. 하긴 수준급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 탁월한 까닭에 이야기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연기자들을 보는 맛에 시청하는 드라마가 꽤 많긴 합니다. 이야기는 허술해도 중년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받쳐주고 있으면 그럭저럭 볼만한 TV Show가 한편 만들어지곤 하죠.


막강한 중견 연기자들로 채워진 '전설의 마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줄거리와 달리 연기자들은 탄탄하다.


MBC 주말 드라마 '전설의 마녀'는 '백년의 유산'으로 유명한 구현숙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입니다. '백년의 유산'이 못된 시어머니를 벗어난 한 여성의 성공드라마였다면 이번 드라마는 한 재벌 그룹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들의 복수 성공 이야기더군요. MBC 주말 드라마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지혜를 주인공으로 고두심, 정혜선, 오현경, 하석진, 박인환, 이종원이 출연합니다. 드라마 출연진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오현경씨가 사기꾼, 이종원씨가 대기업 재벌 운전기사더라구요. 


첫회 만에 파악된 전체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여자교도소에 30년째 복역중인 심복녀(고두심)은 과거 친한 친구였던 복단심(정혜선)의 남편 신화그룹 마태산(박근형)의 음모로 남편과 아들을 잃고 살인자 누명까지 쓴 상태입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은 아무래도 기억을 잃은 채 남우석(하석진)이란 이름으로 살아있는 듯하고 심복녀를 좋아하는 전직 교도소 계장 박이문(박인환)의 사위인 듯합니다. 박이문의 딸은 교통사고로 죽고 남별(이한서)이란 딸만 남은 상태죠. 쉽게 예상할 수 있는대로 남우석은 남편(고주원)을 잃은 신화그룹 며느리 문수인(한지혜)와 운명적으로 사귀게 되겠죠.








문수인은 가진 것없는 고아로 신화그룹 맏며느리가 되어 시어머니 복단심과 시아버지의 첩인 차앵란(전인화)를 모시고 살았지만 남편이 헬기 사고로 죽자 주가 조작이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녀납니다. 그대로 감옥살이를 하다 배다른 시동생의 아이를 낳은 서미오(하연수)를 만나고 사기전과가 있는 손풍금(오현경)을 만나 신화그룹에 복수를 하게될 모양입니다. 손풍금의 운명적인 짝은 신화가의 운전기사인 탁월한(이종원)인 것같고 문수인은 남우석을 두고 시누이였던 마주희(김윤서)와 삼각관계를 형성하겠죠.


드라마에서 악의 축은 마태산의 아들 마도진(도상우)를 낳은 차앵란입니다. 마태산의 자식들과 갈등하고 문수인을 괴롭히고 아들 마도진이 신화그루을 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역할입니다. 뭐 거기다 과거 드라마에서 그랬듯이 마도진의 친아버지일 수도 있는 차앵란의 옛날 연인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간중간 이어지는 러브라인과 심복녀의 살인사건 미스터리, 남우석에게 의문의 편지를 보내는 인물의 정체, 그리고 가족들 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된 내용이 되겠지요. 이 정도면 판이 제대로 짜인 거 같습니다.


과거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중견연기자들이 이 드라마의 뼈대가 되고 있다. 이 정도면 판이 제대로 짜였다.


아무래도 마태산이 심복녀의 남편을 죽이고 남우석을 보육원으로 보내버린 것같은데 그렇다면 남우석에게 반쪽짜리 사진을 계속 보내는 사람은 누구며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남우석이 언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요. 지금 등장한 인물 중에는 치매에 걸린 복단심 말고는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 새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한동안은 문수인이 계속해서 신화그룹에게 당하는 불쌍한 역할을 맡을 거 같은데 주인공이 당하는 역할은 좀 많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미스터리와 코믹한 장면이 그 여백을 메꿔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래 주말 드라마는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경우가 많아서 될 수 있으면 즐겁거나 흐뭇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했지만 드라마 자체는 살인과 음모, 복수 등 꽤나 격한 내용입니다. MBC 주말극의 형태는 막장드라마로 고정이네요. 그런데 1, 2회만 봤지만 연기자들 하나하나는 정말 훌륭합니다. 치매 연기를 하는 정혜선이나 아들의 죽음으로 젊은 시절의 과오를 떠올리는 박근형, 백여우라는 별명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마녀같이 음모를 꾸미는 전인화나 주책 푼수 오현경, 지나간 세월의 회환을 표현하는 고두심, 따뜻한 박인환씨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군요. 다음 주에는 감옥에서 김수미씨도 합류할 거 같다네요.


두 캐릭터의 사랑을 둘러싸고 벌어질 여러 이야기.


우리 나라 드라마 중견연기자들은 하나같이 수십년 동안 드라마를 촬영한 베테랑이라 아무리 서툰 연기자들과 연기해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말 그대로 드라마를 받쳐주는 기둥이자 단단한 뼈대들이라 할 수 있죠. 높은 시청률의 비결은 탑스타 보다는 중견 연기자들의 공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변정수나 이주승, 오현경, 이종원도 코믹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 보다 재미있게 연기하네요. 그리고 한때 연기 지적을 받았던 한지혜 역시 과거 드라마에서 보여준 익숙한 연기로 캐릭터를 잘 만들었습니다. 하석진과도 잘 맞습니다. 질린다면 질릴 수도 있는데 워낙 드라마 판이 잘 짜여서 그런가 그럭저럭 어울립니다.


그러고 보면 심복녀는 청주 여자 교도소에서 미래의 며느리를 만나는 셈인대요. 심복녀, 문수인, 손풍금, 서미오 이 네 캐릭터가 어울려 마녀가 되는 모습이 꽤 괜찮게 연출될 거 같단 생각도 듭니다. 주식을 빼앗기 위해 문수인을 신화그룹 대표이사로 앉힌 마태산. 사기 수배가 떨어진 손풍금. 차앵란에 의해 살인 미수 혐의를 뒤집어쓸 서미오. 물론 내용이야 별로 기대도 안하고 뻔하겠지만 이름 만으로도 묵직한, 믿고 보는 연기자들이 기대됩니다. 이왕에 쇼를 보려면 판이 제대로 짜인 쇼가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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