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스물다섯 스물하나, 뜬금없는 백이진 찾기의 결말

Shain 2022. 3. 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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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진은 입양되었다가 파양 된 것이다 - 백이진에 대해 등장한 또 다른 가설입니다. 생각해보니 놓치고 있었네요. 대부분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소개하거나 정확히 밝혀 이름을 드러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이진의 본명을 알자면 꼭 알아야 하는 본명이 빠진 것입니다. 백이진의 아버지에게는 백성학(박윤희)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런데 백이진 엄마나 백이진 외삼촌의 이름은 아직 아무도 모르죠. 파양이라는 말을 듣고 제일 고민한 부분이 그럼 본래의 가족에게 돌아가나 하는 부분입니다. 제 상식으로는 부모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파양을 해도 본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특히 미성년이면 더 그렇습니다. 과거 입양 관련 법이라면 좀 달라지겠지만 요즘은 그렇죠. 그러고 보니 백이진과 지금은 포항에 산다던 백이현(최민영) 동생은 나이 차이가 제법 있었죠.

 

정말 백이진이 입양된 것입니까? 그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었나

 

혹시라도 백이진의 아버지에게 양관계가 변할 수밖에 없는 친부모의 죽음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어쩔 수 없이 입양관계가 변하게 됩니다. 백이현은 그대로지만 백이진은 파양이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죠.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이 하나둘 씩 맞춰보던 퍼즐이 맞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중간중간 단서처럼 등장하던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백이진의 자전거와 똑 닮은 자전거가 등장하기도 했고 백이진의 망원경 비슷한 물건도 나왔죠. 팬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백이진의 과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매우 그럴듯하네요. 입양 문제만 깔끔하게 정리된다면 이 주장 매우 찬성입니다.

 

입양하고 이혼했으면 보통 파양이 될 텐데 어떻게 입양과 동시에 파양이 그렇게 쉬운지 싶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근거가 너무 빈약한 근거고 주장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만약 갑자기 입양 가정 출신이라면 뭔가 그렇구나 싶어 집니다. 그런 이유로 문지웅(최현욱)은 이혼 문제를 대수롭기 않게 여긴 거고 백이진(남주혁)이 아닌 김이진이 될 수 있다는 상황을 받아들인 거예요. 생각해 보면 어른이라 아이들에게 자세히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 공연 연습도 도와주고 울고 있는 나희도(김태리)를 도와준 것입니다. 속으로 속속들이 설명을 안 해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이혼하고 힘들어하는 가족이 많았지요. 괜찮은 상상 같습니다.

 

다정하게 함께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백이진과 나희도

 

백이진 방에 있던 지구본이나 중간에 빚 갚는 일은 어떻게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라고 했던 일까지 - 그 모든 게 백이진의 친가족이 아니라면 가능한 설정이죠. 백이진은 하나의 캐릭터입니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든 현실에서 무슨 일을 하든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이 없습니다. 남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백이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백이진과 나희도가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상적인 커플이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자기 일 아니면 잘 잊어버리고 남의 일은 설렁설렁 넘어가는 나희도 지만 백이진에겐 꼼꼼하고 다정할 것 같은 이상적인 캐릭터죠. 살아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상형 바로 백이진입니다.

 

 

 

 

 

나희도와 백이진의 잊을 수 없는 첫 키스

 

정호진(최태준)이 다시 등장했을 때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짧게 출연하는 줄 알았던 배우가 다시 등장했으니까요. 그런데 정호진은 생각보다 중요한 캐릭터였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진심을 전달해주게 만든 당사자가 정우진이니까요. 백이진은 나희도에게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생각보다 나희도는 백이진을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백이진 역시 그런 느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설레거나 망설이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소중한 사이라는 그 느낌 -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수밖에 없는 감정이죠. 그들의 첫 키스(뭔가 12시에 딱 맞춘 듯이 느껴졌지만)는 그렇게 성공했습니다.

 

예지(주보영)는 무조건 양찬미 말대로 하라는 결정에 반발하지만

 

백이진은 비 오는 거리에서 찰싹 붙어서 걸어갑니다. 이미 비는 그쳤지만 헤어짐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백이진의 그 기분 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자신들도 모르는 새 이미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다정하게 걷는 것 말고는 남은 이야기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그들 사이에 변화가 생긴다는데 그게 대체 어떤 일일까요. 드라마에는 처음부터 10대를 향한 메시지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민채(최명빈)는 초반에 자신보다 유명한 나희도(김소현)가 못마땅해서 심술을 부립니다. 그러다 콩쿠르에도 불참하고 맙니다. 민채는 틀림없이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릅니다. 싫으면 그만하면 되는데 왜 다시 해야 하냐고 생각하겠죠.

 

나희도는 실력이 쑥쑥 자라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양찬미(김혜은)는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양찬미는 하기 싫다고 그만하겠다고 울면서 거부하는 이예지(주보영)를 보면서도 계속 선수 생활을 강요합니다. 선수들은 반항하고 고유림(보미)과 나희도(김태리)는 따르지 않겠다고 저항합니다. 처음에는 좀 무리한 강요 같았지만 나중에 양찬미의 진심이 드러납니다. 양찬미는 자신의 가능성도 모르고 그만 두겠다고 말하는 예지가 안타까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양찬미는 계속해서 양찬미를 압박했던 것입니다. 이 고비만 넘으면 그만둘 수 있다는 그 상황이 진짜로 예지를 깔끔하게 그만둘 수 있게 했죠.

 

세상에는 생각 보다 많은 상황이 있다 - 신재경의 선택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를 그만두게 된 지승완(이주명)의 선택이죠. 공부를 꽤 잘했고 아이들하고도 잘 지내던 지승완은 결국 학교를 중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많으니 당연한 선택이라 느낄 사람도 많겠지만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난다는 의미 이상이었습니다. 머리를 파마하고 곱슬머리가 되어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학교 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도 알겠고 당시의 시대상이 그랬다는 건 알겠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죠. 이건 네 의지를 증명하라는 양찬미의 뜻보다 훨씬 강력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승완, 예지는 학교를 그만두고 '꼰대' 백이진은 승완의 파마머리를 두고 잔소리를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백이진과 나희도의 오늘. 모든 관계는 변한다고 했고 모두 예상과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인생이 심심하다고 했던 승완의 선택이 아아 들을 적당한 과거를 돌보던 과거보다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우리는 뜬금없이 '백이진 찾기'나 하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백이진이 어떻게 되든 그의 선택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앞길이 창창한 백이진은 어떻게든 씩씩하게 자기 앞길을 헤쳐나갈 것입니다. 반면 재희에게 현실은 너무 가혹했고 서재희는 그런 현실에 대해 투털 거릴 새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죠. 아버지를 잃은 신재경(서재희)이 슬픈 얼굴로 위로받고 백이진이 의자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처럼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하는 가장입니다.

 

각자 다양한 선택을 결정하는 어른들 - 이제는 많은게 달라진다.

 

서재희의 가정사는 -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고 그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 아직도 여성 혼자 산다는 건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구나 싶어 집니다. 나이 들어서 그런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혼자 이말 저말 내뱉어 보지만 민채는 그런 엄마를 보며 아이를 돌보지 못한 엄마의 심정이 이거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백이진은 자신의 현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벌써 그런 복잡하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이미 겪었을 거예요. 자 이제는 백이진의 '출생의 비밀'만 해결하면 이번 주 숙제는 끝인가요. 앞으로 어떤 서사가 남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희도의 일기장은 더욱 빽빽이 무언가가 적여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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