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K의 히든카드이자 약점인 엄집사

Shain 2011. 3. 17. 10:08
반응형
드라마에 대한 블로깅을 하다 보면 유입되는 검색어 통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걸 검색하시는 분들도 많고 의외로 사람들이 알고 싶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들도 제법 많이 검색합니다. 'KBS 근초고왕'이 10%대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며 다음뷰나 뉴스 사이트의 관심을 못 받는 것같지만 검색어 유입 1위를 차지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 '로열 패밀리' 역시 지난주 10% 미만의 낮은 시청률을 보였지만 드라마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검색 유입이 제법 많더군요. 역시 광고 완판이 되는 드라마다운 결과입니다. '인간의 증명'이 이 드라마의 원작으로 밝혀진 이후엔 원작 속 이야기를 검색해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소재는 차용했지만 첫부분은 권음미 작가의 순수 창작이고 전체 기획은 '선덕여왕'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아이디어라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원작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주제인가 봅니다.



지난번에도 포스트를 작성했듯이 '로열 패밀리'의 원작은 재벌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원작은 세 가지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차분히 묘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메시지가 강한 편입니다. 한국 드라마로 태어나면서 완전히 새로 창작되어 현재 방영되는 내용은 원작과 달리 일종의 '재벌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호원 동원, 스캔들 조작, 감금 등 재벌가에서 있을 법한 가치관과 캐릭터들을 탄생시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과장된 카리스마로 JK그룹을 이끌어가는 악마 공순호(김영애)는 김인숙(염정아)을 K라고 부르는 등 고의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아무도 자신을 거스를 수 없게 만듭니다. 묘하게 그녀의 캐릭터는 설득력이 있고 덕분에 드라마에는 K든 한지훈(지성)이든 조현진(차예련)이든 공순호의 재력과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제조건이 생깁니다. 그런 공순호에게 빈틈이 생긴 건 JK가문을 20년 동안 보필해온 엄기도(전노민) 집사가 K의 편을 들기 때문입니다.



엄집사는 K의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외국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집사'의 이미지는 그닥 좋지 않습니다. 일제 시대나 조선 시대에 점잔 빼느냐 조용히 뒷전에 있는 양반들을 대신해 소작농들과 노비들을 들볶던 존재, 청지기나 마름같은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기존의 집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양반가 자제가 저지른 일들을 돈푼 깨나 쥐어주며 몰래 뒷수습하러 다니는 것도 그네들 몫이고 주인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멍석말이 시키는 존재들도 그들입니다. 꼭 필요한 지저분한 일을 대신해주면서도 입이 무거운 중간 관리자, 집사란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죠.

늘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을 대하는 극중 엄기도 집사의 역할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공순호 여사를 대신해 K를 감금하고 집안 곳곳을 수색해 불온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지 보고하는 그는 재벌가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극중 소개된대로 '로열 패밀리' 관리엔 이골이 난 사람이라 스위스 집사학교에서 초빙할 정도의 프로필을 자랑합니다. K가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나설 때 빠지지 않고 따라나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18년 동안 없는 존재로 무시당하며 불면증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던 유령같은 김인숙. 수면제 없이는 잠도 자기 힘든 그녀를 그림자처럼 감시하던 엄집사가 'K'에게 아저씨라 불릴 만큼 친밀한 존재라는 건 드라마의 최고 반전 중 하나였습니다. 하얗게 질려 무기력하게 움직이던 K의 가면이 알고 보면 모두 거짓일 수도 있었단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휴대폰까지 도청하고 CCTV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군이었습니다.


드라마는 한지훈과 김인숙의 과거를 미스터리로 처리합니다. 김인숙은 '마리'라고 불리던 어린시절 지훈의 엄마 서순애(김혜옥)가 정신이 멀쩡할 때부터 알고 있었고 어린 지훈을 돌보곤 했습니다. 한지훈은 그런 K의 과거 따윈 까마득히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조회장의 비서였다는 엄집사는 지훈의 과거도 인숙이 지훈에 대한 죄책감을 왜 느끼고 있는 지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인숙은 미국에서 자랐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한때 JK에서 일했던 과거 때문에 조동호와 결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기도 집사와 얽힌 과거가 생각 보다 오래 됐음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JK에 접근한 자체가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K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는 남자, 조니가 죽음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의심받는 인물도 바로 이 엄집사입니다. '마리'라고 불리던 시절의 일들, 엄집사는 인숙과 조니의 관계까지 알고 있을까요?

항상 드라마에서 보조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은 조커처럼 어느 순간에나 활용할 수 있는 만능키이지만 잠재적인 위험요소이기도 합니다. 미스터리한 과거 때문에 JK에 대한 복수,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기로 마음먹은 K, 그녀의 마지막 양심인 한지훈과 K는 복잡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질 운명인듯 합니다. 늘 K를 지켜주던 엄집사가 질투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채 K를 바라보기만 할까요. 후반부 가장 큰 변수 중의 한 사람일 것입니다.



K의 입지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두 사람의 후원 사실이 드러나자 공순호는 예상대로 불같이 화를 냅니다. 둘 모두를 감금시키는가 하면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한채 모처에 숨겨버립니다. 대통령 후보 부인인 진숙향(오미희)의 의중도 무시하고 두 사람 모두 외국으로 출국시켜 없는 존재처럼 살게할 작정이었습니다. K의 아들인 조병준(동호)의 호적을 파버리겠다고 협박한 이상 K도 더이상 반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순호는 냉정한 사업가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과는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한지훈의 협박도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진숙향이 절대 버리지 못하는 K를 거둬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진숙향의 뒤를 이어 '국제구호연합 한국위원회 이사' 자리를 맡은 K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미묘한 관계 속에 박민경(이채영)은 공순호의 큰아들 조동진(안내상)에게 접근해 은밀한 유혹을 합니다.


공순호가 비웃은대로 한지훈이 '여자로서' K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아직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 상태입니다. K의 음험함과 위험함을 잘 알고 있는 공여사는 한지훈에게 K에 대한 책임을 맡깁니다. 진숙향이 영부인이 된다면 더욱 뻗어나갈 수 있는 날개를 달 수 있겠죠. 드라마의 메인 줄거리는 K가 거대 재벌의 중심인물로 성공하는 내용이지만 지훈에 대한 K의 죄책감과 사랑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K에게 위협이 될 과거는 언제쯤 폭탄이 되어 그녀를 움직일까요. 과거 앞에서 K는 더욱 잔인한 모습으로 거듭날 지도 모릅니다. JK 클럽의 사장자리에 앉는 순간 시한폭탄은 가동하기 시작합니다. 원작을 한층 더 멋진 등장인물 간의 관계로 발전시킨 작가의 능력,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어제 방영분으로 무려 14.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는군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