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최고의 사랑

최고의 사랑, 미스터 틱톡의 심장이 극복 충전 행복!

Shain 2011. 6. 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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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의 결말은 대마왕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폴'의 해피엔딩이랍니다. 폴이 수상한 인형 치치의 힘으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다 니나를 납치당했고, 대마왕 손아귀에서 울고 있는 니나를 구해내기 위해 계속 싸우는 내용인 이 애니는 철저히 윤필주(윤계상) 중심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인 연예계에서 치이고 밟히는 구애정(공효진)을 구해내기 위해 국보소녀의 해체의 비밀을 파헤치는 '코난 필주'의 바람이 담긴 애니이기도 하죠.

네,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대마왕은 폴의 손에 처치됩니다. 폴이 대마왕을 이기는데 결정타가 된 것은 늘 대마왕 편을 들며 깝죽거리던 버섯돌이의 희생 덕분이었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못된 버섯돌이였지만 도움을 준 폴에게 감동받아 목숨 걸고 도와준다는 그 애니메이션, 승승장구하기 위해 구애정이든 독고진(차승원)이든 이용하고 보자는 생각을 갖고 살던 강세리(유인나)가 드라마 '최고의 사랑(최고사)'의 버섯돌이가 되었지요. 주인공 커플은 인공심장 수술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느냐 제법 진지한데 이 버섯돌이는 필주의 마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더군요.

대마왕을 처치하는데 공을 세운 버섯돌이, 강세리와 동급이십니다.

이번주 방영된 13, 14회의 내용은 아시다시피 독고진과 구애정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심장발작을 일으킨 독고진이 수술을 받게 되는 내용입니다. 자못 진지하다면 진지할 수 있는 그 장면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청순한' 강세리 버섯돌이의 기도라니. 기도 내용이 너무나 버섯돌이스러워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찐감자를 건내주고 감자처형식하고 감자꽃이 피도록 기르는 두 사람의 사랑도 깨알같은 재미가 있지만 진지 모드를 의외의 순간에 '무장해제'시키는 이런 연출이 반가운 드라마입니다.

부모님이 종종 뒷밭에 감자를 조금씩 키우곤 하시는데 사실 감자를 통채로 물에 꽂으면 드라마에서처럼 위로 싹이 나고 아래로 뿌리가 나지 않습니다. 감자는 싹 부분만 잘라내어 심어야 자라거든요. 드라마를 위해 예쁘게 연출된 감자 줄기인 셈인대요. 감자싹의 부조화도 그렇고 종종 엔딩 부분의 독특한 마무리(PD들이 이 드라마 장면을 지켜보는 듯한 장면)도 그렇고 이 드라마 전체가 독고진이란 배우가 찍는 '미스터 틱톡의 연인'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드라마 속의 드라마가 아니냐는 것이죠. 그렇다면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반전이 생길 수 있거든요. 째깍째깍 시계초침 가는 소리를 나타내는 표현인 틱톡(Tic toc), 문대표가 고른 그 시나리오 제목 참 잘 골랐는 걸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납치와 둘만의 동거

독고진은 자신이 혹시 죽을 때를 대비해 둘 만의 데이트 사진을 문대표(최화정)에게 맡기고 구애정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자신을 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식으로 '구애정의 남자'가 되겠다는 독고진은 윤필주 때문에 생긴 구애정의 스캔들을 막아주고 싶어합니다. 그런 추문이고 뭐고 독고진이 죽는다는 사실만 중요한 구애정은 '니 죽음 팔아서 나 벗어나라'는 뜻이냐며 화를 냅니다. 우리의 독뽀로로가 언제 자라서 이런 듬직한 남자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하게 된 남자가 혹시 죽을 지도 모른다는데 어떤 여자가 화를 내지 않겠습니까.

그닥 잘못한 것이 없지만 기자회견까지 해야하는 처지가 된 구애정. 잘나가던 국보소녀의 해체도 자신의 책임이라 몰아부치는 기자들, 그들은 윤필주에게 미안하지 않냐며 집중 추궁합니다. 그녀의 머리속은 온통 독고진의 죽음 뿐이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독고진이 죽으면 정말 벗어날 수 있냐고 묻는 그녀의 말은 기자에게 '내가 죽으면 되느냐'라는 뜻으로 들릴 뿐입니다.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한 구애정을 위해 독고진은 자신의 심장수술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합니다.

독고진 구애정을 납치하다. 수술전 가질 수 있었던 단 둘만의 시간

술이 취해 정신을 잃은 구애정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한 독고진. 남의 죽음은 아랑곳없다는 듯 곧 심장수술을 받게될 환자인 독고진의 집앞에 포진한 기자들 덕분에 두 사람은 꼼짝없이 갖힌 신세가 되고 맙니다. 독고진은 자신의 집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인다는 걸 몰랐을 리 없고 수술 직전에 둘 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식량'까지 채워둔 채 납치한 게 틀림없습니다. 바깥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데 포위된 상태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이라니 연예계의 사랑은 정말 재미있는 거 같습니다.

독고진이 심장수술을 받고, 구애정이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는 비호감 1위 연예인으로 등극하고, 이 과정이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달콤한 키스신이라던가 뒷부분을 예상할 수 있는 조금은 진부한 전개랄 수도 있습니다. 극중 국보소녀 해체의 결정적인 비밀이었던 한미나(배슬기)의 임신이라던가 과거도 추측을 그닥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죽을 수도 있는 연인과 단둘이 보내는 짧지만 행복한 시간 역시 클리세라면 클리셰인데 희한하게 두 배우의 매력 덕분인지 그런 장면들이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미처 구애정에 손에 끼워주지도 못한 꽃반지(클로버 반지같기도 합니다)를 띵똥이 현규(양한열)에게 전해준 독고진은 감자꽃을 피우지도 못한 감자싹을 바라보다 심장수술을 받으러 갑니다. 구애정은 섹션 TV 리포터로 녹화하다 수술현장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방송 중에 뛰쳐나왔지만 기자들 때문에 수술실에 얼굴도 들이밀지 못합니다. 두근두근의 소녀가 혼자서라도 노래를 불러줄 거라 말하는 독고진과 병원 주변에서 눈물흘리며 두근두근을 부르는 구애정. 인공심장 시술 때문에 심장이 멈춘 독고는 안타깝지만 넘치는 사랑이 화면을 가득 채웠던 그런 장면입니다.

늘 바보같이 누명을 뒤집어 쓰기만 하는 구애정의 인생은 앞으로도 그닥 변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강세리가 장실장(정만식)의 음모에서 구애정을 구해주고 한미나가 제니(이희진)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에게 자신의 복잡했던 과거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며 구애정의 추문이 사실은 모두 자기것이라 털어놓았지만 타인을 팔아 먹고 살지 않으려는 구애정이 그리 변하지는 않겠죠. 국민 비호감이라 불려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인정받을 수 있다면 헛사는 것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독고진의 심장 수술이 성공해 '불운 극복, 에너지 충전, 이제 행복!'을 외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을 것입니다.



해피엔딩 아니면 있을 수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난 필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해 눈물겨운 필라인이 승리하고 천방지축 독라인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심장수술이라는 비극이 일어나고 보니 독라인의 압승입니다. 새드엔딩 반대운동을 비롯해 독고진 죽음 결사 반대 등 팬들의 반응이 급상승하고 있네요. 청혼반지까지 준비하고 국보소녀 해체의 비밀도 풀린 지금 새드 엔딩은 있을 수 없다는 그 말 이해가 갑니다. 무엇 보다 아이언맨의 열렬한 팬이 된 띵똥이를 다시 울릴 수는 없는 겁니다. 아무리 손해보고 양보하는게 많은 30대의 사랑이라지만 애정이도 다시 울려서는 안되는거구요.

각자 '최고의 사랑'이 무엇인지 결론을 얻는 주인공들

마지막회까지 단 2편의 에피소드, 그러니까 15회와 16회 방영 만을 남겨둔 지금, 홍자매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TV 밖에서 보는 연예인들의 사랑은 달라보일지 몰라도 TV 안의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해줬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일정한 나이가 되어 얽히고 매인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은 굳이 연예인의 사랑이 아니라도 발목 잡을 것들이 많기 마련이라 둘의 애틋하고 알콩달콩한 사랑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게 아닌가 싶어요. 그 모든 걸 극복한다는게 쉽기만 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철없는 서른일곱 독고진의 모든 걸 주는 사랑은 뽀로로의 고집처럼 단순하고 일방적이었습니다. 얽힌 게 많고 고민한게 많을 수록 사랑은 직설적으로 밀어부치는 게 정답이 아닐지 초반의 구애정처럼 망설이고 의심하면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놓치는 건 아닐지. 이젠 마지막회의 모습을 상상할 시간이 되고 보니(아무래도 다음주 '최고사'는 2년이나 3년 후에도 변함없이 비호감인 구애정과 몰래 데이트하는 독고진이 그려질까요. 아님 결혼한 모습이 그려질까요. 세리 필주 커플도 궁금하네요) 사랑하는 방법은 복잡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고민을 극복하고 에너지 충전하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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