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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 무섭고 능청맞은 무사로 변신한 최민수

Shain 2011. 7.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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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개봉한 '청풍명월'은 인조반정 시기의 무사들 이야길 다룬 영화였습니다. 배우 조재현과 최민수가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출연했고 두 사람이 역사의 격변 속에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게 되는 대립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화제가 되었던 기사 중 하나가 기억납니다. 최민수가 연기를 위해 날이 잘 든 진검을 준비했고 덕분에 최민수와 칼을 겨뤄야하는 조재현은 연기를 위해 사용하던 소품용 칼이 자꾸 부러져 애를 먹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기자 최민수의 이런 '엽기적인' 자세는 종종 화제에 오르곤 합니다. 진정한 무사를 연기하기 위해 진검을 들고 배우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건 좋은데 소품용 칼을 부러뜨린다던가 상대방을 위험에 빠트리는 부분은 비난받기 딱 알맞은 행동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독특함이 늘 최민수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겠죠. 이번 드라마 '무사 백동수'를 찍으며 나이차이가 한달이 나는 배우 전광렬에게 형님이라고 했던 에피소드도 화제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청풍명월'의 한장면(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청풍명월'에서 최민수를 상대하던 배우 조재현은 이제 7월 말부터 방영될 MBC 드라마 '계백'의 의자왕 역할로 TV에 복귀합니다. 첫회부터 칼을 잡고 대결하는 장면을 연출한,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김광택 역을 맡은 배우 전광렬도 연기로는 최고라는 평을 듣는 배우 중 한명입니다. 개성있는 최민수의 성격을 상대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배우는 조재현이나  전광렬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만큼 최민수는 상대를 잘 만나면 최고의 빛을 발하지만 홀로 설 땐 지나치게 눈에 띄어 극의 긴장감을 흐트릴 수 있는 배우죠.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입이 짧은 편입니다. 멜로는 너무 달달해서 별로고 무협은 너무 잔인해서 별로고 액션은 허무맹랑해서 별로라 너무 과장되게 표현된 콘텐츠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멜로물의 분위기나, 무협의 코드, 액션의 장점을 잘 살린 드라마들은 좋아하죠. 본격 무협 장르 보단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편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사극이나 SF류는 참 좋아하는데 비해 무협, 액션물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점수를 짜게 주는 편입니다.

'무사 백동수' 역시 아버지를 죽이는 살성이라던가 스승의 한팔을 대신해 태어난 비극적인 아이의 운명같은게 그닥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속 무인이라는 부류가 아무리 역동적인 운명의 변화와 감정이 중요한 인물들이라지만 뒤주간에서 굶어죽어야했던 사도세자와 얽힌 비극적인 운명의 무사들이라니 '정통 사극' 운운하는 제가 제일 싫어할만한 컨셉이기도 합니다(물론 노론과 사도세자, 정조의 갈등을 현대인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춰 편집한 면은 훌륭하게 생각합니다).

최민수가 맡은 천주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검선 김광택

드라마는 시작부터 아이를 끓는 물 속에 집어넣으려는 잔인한 장면 때문에 구설에 올랐습니다. 팽형에 대한 역사적 진실에도 맞지 않고 화제성을 위해 아이에게 잔인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승부와 액션을 강조하는 무협 드라마답게 어떤 장면을 찍어도 과장된 설정이 등장할 수 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사극'의 특성상 제약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미성년자가 칼을 들고 사람을 살해한다는 묘사도 영 마뜩치 않기는 마찬가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시선이 가는 이유는 배우들 때문입니다. 자신의 라이벌인 김광택을 죽이라는 포도대장의 명에도 돌아서는 흑사초롱의 천주 최민수의 '더럽게' 매력적인 악역도 악역이지만 볼 때 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배우 전광렬도 드라마를 수준급 이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흑사모 역할로 최고인 박준규의 활약도 지켜볼만 하고 아주 오랜만에 TV에 등장한 오만석의 사도세자도 새로운 해석입니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등으로 '광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던 사도세자를 어떻게 표현할 지 두고볼 일입니다.

요즘은 어쩐지 이런 야인 분위기가 더 어울리는 배우 최민수

또 '욕망의 불꽃'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성인 연기를 해 논란일 빚었던 배우 유승호의 성장도 지켜볼 일입니다. 그 드라마에서 서우를 상대하던 유승호는 격렬한 세상에 맞설 힘이 없는 어린 청년의 순수함을 아주 잘 표현했지만 속깊은 연기를 하기엔 조금 무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미성년자인 유승호가 사람을 살해하는 비극의 살성(殺成) 역할을 맡았다는 부분이 우려스럽지만 어떻게 표현할 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하여튼 술한잔 걸치고 '광택이 왔는가'하며 능청맞게 내뱉는 최민수의 변신은 이것참 뭐라고 해야할 지 처음 데뷰할 때 보다 훨씬 털털해진 게 반갑기까지 합니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역할같은 코믹한 역할을 할 때도 '꼬치미'라는 사극에 출연해 더벅머리로 연기할 때도 안성맞춤이다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았는데 폼잡고 무게 잡지 않아도 이제는 저절로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연기자가 된 듯합니다. 스타는 탄생해도 진정한 한명의 연기자가 탄생하기 힘든 시기에 전광렬, 최민수 같은 분들은 반갑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죠.

김광택과 달리 늘 흐트러진 모습일 보여주는 천주

최민수가 맡은 흑사초롱의 천주는 주인공 백동수와 사도세자, 장용위 측의 적이면서 무인으로서의 의리는 갖춘 인물입니다. 팔잃은 김광택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괜찮다 싶으면서도 살성을 타고난 여운이 아비를 죽이는 모습을 쳐다볼 땐 냉정하고 잔인한 살수일 뿐입니다. 어린아이를 거둬 살인마로 키우고 홍대주(이원종)의 협력자로 일할 땐 그 어느 등장인물 보다 잔인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겠죠. 술에 취한 듯 아닌 듯 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캐릭터 설정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첫등장한 모습이 마치 캐러비안의 해적같다 싶었는데 술에 취한 듯 멍한 눈길로 '시간 좀 내라'며 '우리 광택이 칼맛 한번 보까'라고 내뱉는 모습,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말에 엉거주춤하게 주저 앉아 여운을 내려다 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구요. 하필 적일 수 밖에 없는 검선과 천주의 운명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 정말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투성이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면 최민수나 유승호, 전광렬의 모습을 보기 힘들텐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도 참 걱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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