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계백과 의자의 운명을 암시하는 사택황후의 사랑

Shain 2011. 8. 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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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4회 방영분 시청률이 저조해 우려를 낳던 드라마 '계백'의 시청률이 대폭 상승했다고 합니다.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매력을 선보이는 주연급 아역들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주인공들의 운명이 좋은 이야기거리가 된듯하기도 합니다. 특히 계백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외팔이 무사 무진(차인표)의 험한 운명과 사택황후(오연수)의 숨겨진 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 듯합니다. 의자(노영학) 때문에 모진 옥살이를 해야했던 계백(이현우)은 선화황후의 제를 올리러간 의자를 기다리다 아버지 무진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택씨들과 위제단은 그동안 '백제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살생부에 오른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습니다. 독개(윤다훈)를 통해 위제단에 접근했던 무진은 위제단의 지령에 따라 의자왕자를 죽일 뻔했지만 계백이 끼어드는 바람에 위기를 면하게 됩니다. 의자와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가짜 목을 가지고 위제단에 잠입하고 위제단의 사택황후를 인질로 삼은 뒤 살생부를 가지고 무왕(최종환)을 만나려 합니다. 무진과 의자는 알고 있지만 계백은 알지 못하던 과거의 복수가 다시 시작된 것이죠.


어린 의자왕자는 떠나는 무진에게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무조건 내 동생이라고 했습니다. 무진이 무왕의 의형제이자 혈육과 다름없는 존재로 충심을 다했던 것처럼 계백 역시 의자의 의형제이자 충신이 될 수 있는 인연이었지만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삶으로 인해 아내를 잃어야했던 무진은 의자와 무왕의 이야기를 계백에게 전하지 않았습니다. 무진은 무사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제단과 겨루면 아들은 평화롭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을테지요.

그러나 미친 사람, 바보 취급을 받으면서도 왕실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의자에 대해 모르는 계백에게 의자왕자는 자신을 고문당하게 한 책임감없고 덜 떨어진 왕족일 뿐이고 이제는 아버지와 양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할 원수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택황후를 인질로 삼은 무진도, 자신을 친아들처럼 길러주었던 양어머니 을녀(김혜선)도 계백은 모르는 백제의 소용돌이 때문에 죽을 운명에 처했습니다. 의자 왕자는 은고(박은빈)에게 계백이 동생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한동안 계백에게는 그가 원수로 여겨질 듯합니다.



무왕과 무진, 의자와 계백 반복되는 부자의 운명

어제 방송분으로 드러난 사택황후와 무진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는 사택황후가 무진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자 무왕에게서 의자왕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운명을 암시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금영이란 이름의 사택적덕(김병기)의 외동딸이었던 사택황후는 아버지가 찾아낸 백제왕자 부여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무진을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무진도 처음엔 적극적인 금영에게 호감을 느낀 것같지만 말을 잘못 다룬 하인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금영에게 오만정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사택황후는 무왕과 정략혼을 하기 전에도 불같은 성격의 정열적인 여성이었습니다. 자신의 지위와 재산을 모두 버려도 좋으니 호위무사 무진의 아내가 되게 해달라 조르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말에서 낙마시킨 시종을 한칼에 베어버릴 정도로 격렬하기도 합니다. 칼을 잡은 무사임에도 거친 살생을 좋아하지 않고 힘을 과시하지 않는 무진과 힘으로 상대를 다스리려는 사택황후는 상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사택금영은 그런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무왕과 무진, 사택황후의 삼각관계는 의자왕과 계백에게도 이어질 모양입니다. 후에 의자왕의 부인이 되는 은고가 계백과 의자왕의 사랑을 모두 받게 되는 여인입니다(백제 패망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은고는 상단에서 자라 대행수가 된 여인으로 사택씨들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왕실에 가까워졌고 후에 의자왕과 계백에게 큰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무진은 사택황후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았지만 어린 계백은 은고에게 첫눈에 반한 상황으로 의자왕에게 사랑을 빼앗긴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듯합니다.

의자왕과 계백의 첫만남은 그리 좋은 기억이 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의자왕을 대신해 사택황후의 탄생축하연에 참석한 계백은 왕자의 거짓말로 인해 고문당하고 죽을 뻔합니다. 은고의 도움으로 옥사에서 무사히 나왔지만 의자왕자는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친어머니 선화황후의 위패까지 태우는 의자왕자의 현실을 모르는 계백으로서는 '원수를 갚겠다'고 이를 갈 만큼 원망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의자왕을 만나 다시 자신의 임무를 시작한 무진은 사택황후와의 인질극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개가 무진의 집을 알게 되었으니 양어머니 을녀와 문근(이민호)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입니다. 거기다 무진 때문에 계백은 노예로 신라에 팔려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의자왕자는 계백이 충성을 바칠 대상이기 보다 아직까지 원수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아무리 의자가 계백을 동생이라 부른다 쳐도 계백이 쉽사리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겠지요.

부모도 빼앗기고 사랑도 빼앗기고. 계백에게 의자왕자는 모든 걸 앗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충신으로 돌아서게 할 의자왕의 지략은 무엇일까요. 극중에서 의자의 아버지 무왕은 정치적인 결단으로 사택씨 가문의 사택황후를 부인으로 들였습니다. 다른 귀족가문의 여성들과도 정략적인 혼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자 역시 왕이 된 이후에도 여러 부인을 두며 권력을 조율해나가겠지요. 자신을 원수로 여길 의동생 계백의 마음, 어떤식으로 사로잡을 지 궁금합니다.



한발 앞으로 다가온 무진의 죽음

처음부터 특별출연 형식이었기 때문에 오래동안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여기진 않았지만 와팔이 무사 무진의 출연은 얼마남지 않은 거 같더군요. 황후를 인질로 삼았으니 사택씨와 위제단을 건드리고도 무사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들 계백 만은 모든 운명에서 비켜가게 하고 싶었을텐데 왕에 대한 충성심, 이 뜨거운 가슴을 가진 아버지는 아들의 운명까지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업을 아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사라져가겠지요.


위에도 적었듯 계백은 한동안 의자왕자를 원수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두 사람에게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사택씨와 위제단을 응징하고 부모들의 원수를 갚는 것이겠지요. 은고와의 공통 목적도 마찬가지로 사택씨들을 처벌하는 것일 겁니다. 무진이 죽고 나면 계백은 신라에 노예로 팔려가게 됩니다. 그런 그가 나머지 두 사람을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게 될 지 아버지 무진은 절대로 볼 수 없겠지만 그의 고난이 곧 장수 계백의 숙명이 될 것입니다.

의자왕은 분명 패망군주지만 어리석거나 모자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계백 역시 신라의 장수들 조차 칭찬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은 어떻게 백제를 지켰을까요. 신라에게 패망하여 역사 속에서 사라진 나라 백제. 그 시대를 조명하는 이야기가 결코 행복하게 끝을 맺을 수는 없겠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극단적 국수주의자들과 나라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대립. 또 진정한 애국의 의미와 부국강병의 길이 무엇인지 또 사람이 사람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그런 드라마이길 바랍니다.

* 이 글은 드라마 '계백' 홈페이지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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