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피를 밟고 올라서는 의자왕 왜 왕이 되려 하나

Shain 2011. 9. 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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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의 권력욕은 타고난 본성인지 그것도 아니면 백성을 거둬야하는 왕족의 책임이 끊임없이 힘을 겨루는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많은 왕족들은 왕권을 두고 다퉈왔습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도 수양대군은 조카를 밀어내고 왕위에 오르기 위해 음모를 꾸몄고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 등장하는 영조 임금은 자신의 이복형인 경종과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을 하곤 했습니다. 드라마 '계백'의 무왕(최종환)이 말하는 것처럼 왕의 자리란 타인의 피를 밟고 올라서는 자리가 맞긴 맞는가 봅니다.

역사 속에서도 그 사실은 증명이 됩니다. 사실인지 여부엔 좀 이견이 있지만 수나라 양제 양광은 아버지 문제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불비불명(不蜚不鳴)의 고사로 유명한 초나라 장왕의 아버지 목왕 역시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한 코모두스 황제도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죽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를 죽일 정도로 성격에 문제가 있어 폭군이란 평가를 받는 왕들입니다만 그만큼 권력에 대한 욕심은 무섭다는 뜻도 됩니다.


'계백'에 등장하는 둘째 왕자 교기(진태현)는 성품이 몹시 잔인하고 사나워 권력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그런 성정을 가진 자로 묘사됩니다. 어릴 때는 사택황후(오연수)와 할아버지 사택적덕(김병기)이 보는 앞에서 토끼를 단칼에 죽여버리기도 했고 어머니의 명을 받드는 위제단 귀운(안길강)이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찔러 죽이려 하기도 합니다. 어머니 선화황후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의자왕자(조재현)에 비해 모든 걸 갖추고 태어난 이 왕자는 권력에 대해 마치 짐승과도 같은 본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권력을 원하는 이유가 복수 때문이든 그것도 아니면 극중 흥수(김유석)가 만든 모두가 평등한, 까막재같은 곳을 만들기 위해서든 지존(至尊)이 된다는 건 타인의 희생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자왕자는 자신의 권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따지고 또 깨달아야하는 것입니다. 무왕의 뜻에 따라 사택씨들을 물리치려 했던, 또다른 권신을 꿈꾸던 연문진(임현식)이 의자를 위해 죽어간 선화황후와 무진(차인표)처럼 의자왕자를 위해 죽어갔습니다. 타인의 피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왕자 의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하나하나 죽어가는 사람들, 무엇을 위해 희생하나

아무리 창작된 캐릭터라지만 의자왕자처럼 남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삶,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입니다. 무왕의 말처럼 의자왕은 무엇 하나 자기 욕심을 마음껏 채울 수도 없고 쉽게 죽을 수도 없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고 아버지처럼 자신을 돌보던 호위무사가 가족까지 희생한채 죽고, 별로 사랑하지도 않았던 아내 연태연(한지우)의 아버지 즉 장인인 연문진과 처남인 연태견(정기성)까지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죽었으니 그들이 바라던 걸 이루기전엔 죽지도 못합니다.

정치라는게 무엇인지 누구든 쉽게 답을 내릴 수 없겠지만 의자왕의 사람들과 사택황후의 사람들은 마치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로 서로를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자세히 표현된 적은 없지만 사택황후는 부강하고 독립적인 백제를 원하는 사람으로 그를 위해서는 백성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제의 왕은 백제인의 순수혈통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라 출신 선화황후와 그 아들 의자를 죽이려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무엇을 위해 희생했는지 알았기에 용서할 수 있는 계백


의자왕자는 자라는 동안 생존 만이 삶의 모든 목적이었지만 계백(이서진)과 성충(전노민), 그리고 흥수를 만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백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백성들이 배곯치 않고 서로서로를 왕처럼 여겨 평등하게 대하는 그런 마을,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듯한 까막재를 보며 자신이 다스릴 백제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무진이 죽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아들 계백이 위험해지는 건 두고 볼 수 없고 연문진이 희생하며 살려준 아내, 연태연을 위해 왕자의 자리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일단 '사람'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삼은 것입니다.

문제는 그 어느쪽을 택하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누군가 희생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까막재의 사람들이 아무리 새 세상을 원한다고 해도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그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사훈련을 받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공부하며 의자왕자의 힘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죽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계백은 자신의 원한을 참고 사택황후의 옆에서 개 노릇을 해야하고 은고(송지효)는 입속의 혀인듯 아첨하며 총애를 받아야 합니다.


계백과 의자왕자는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그런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의자왕자가 왕위에 오르고 위기가 닥칠 때 마다 한사람씩 한사람씩 목숨을 바쳐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누구 보다 열심히 사택씨들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은고는 이미 사택황후와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길들여진 인물로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지 모르는 여인이라 이들과 같은 길을 가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위협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요.

여러분들은 의자왕자와 사택황후의 대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혹시 현대 사회의 진보와 극우파의 대립이 연상되지는 않으시는지요. 어떻게 보면 양쪽 모두 양립하여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꼭 필요한 해법이겠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한쪽 세력이 지나치게 강성하여 화합이나 균형이란 말은 이론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만약 나라를 위해 약간이라도 희생해야할 일이 생긴다면 둘 중 어느 목적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고 싶겠습니까. 분명 정답은 없겠지만 이념이나 정치계파와 상관없이 한번쯤 따져볼 일이긴 합니다. 무엇을 위해 '희생'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교기는 누구에게 칼을 들이댈 것인가

스님이 되겠다고 절로 들어간 의자왕자와 그의 아내 연태연, 연태연은 아이를 몰래 낳느냐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출가했는지 알고 싶다며 갑작스레 방문한 사택황후에게 두 사람은 출산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입니다. 백제의 또다른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아이는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은고와 계백 모두가 옆에 있으니 들키지는 않겠지만 듣기로 연태연이 의자왕과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오게 된다는데 아이와 관계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드라마 속 교기 왕자의 모델은 위에서 언급한 코모두스나 양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폭군의 성정을 갖춘 인물입니다. 매사 꼼꼼하고 신중한 어머니 사택황후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죠. 기회만 있으면 권력을 움켜쥐려 하고 만인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교기는 '권력욕'이 타당한 목적을 가지지 않을 때 어떻게 미친듯이 질주하는지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극중 계백은 그런 교기 왕자에게 접근해 어머니와 갈등하도록 만들 생각인듯 합니다.

말재주 좋은 흥수를 책사라며 교기 왕자에게 소개시켜주고 교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계백. 야심에 눈이 먼 교기는 계백과 흥수의 계략을 알아채지 못한채 어머니를 겨냥한 일을 꾸밀 것이 틀림없습니다. 보통 힘은 힘으로 망한다고 하는데 제 2인자에서 제 1인자로 도약하고 싶은 교기의 욕심 어떻게 될 지 두고볼 일입니다. 젊은 개혁세력 의자, 은고, 계백, 성충, 흥수의 꿈,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려 봅니다.


* 이 글은 드라마 '계백' 홈페이지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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