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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엔 곡을 만들기만 하면 히트하는 유명 작곡가들도 많았지만 외국곡을 번안해 한국어 가사만 붙여 발매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극중 보리수 다방에서 흘러 나왔던 은희(라나에로스포)의 '쌍뚜아마미(Sans Toi Mamie)'도 대표적인 번안곡입니다. Connie Francis 원곡인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잌'과 '하얀손수건', 김추자의 '눈이 내리네' 등 목록도 나열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외국곡들이 한국어로 번안되었습니다. 유명 작곡자들이 외국곡에 직접 가사를 붙이는 경우도 있었죠.

극중 유채영(손담비)은 오랜 노력 끝에 방춘수 작곡가의 곡을 받기로 했지만 노상택(안길강)은 그 곡을 이정혜(남상미)에게 줘 버립니다. 70년대엔 유명 작곡가의 곡들 받는다는 자체로 히트는 따논 당상이었기에 유명, 무명 가수 가릴 것없이 작곡가들에게 줄을 서곤 했습니다. 특히 극중 방춘수와 이름이 비슷한 (위대한 탄생 방시혁+박춘석인가요) 박춘석의 경우 무려 2700여곡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진의 '가슴 아프게'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등 시대를 초월한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이외에도 길옥균, 박시춘같은 작곡자들이 유명했지요.

강기태를 도우려다 노상택에게 뺨을 맞고 노래까지 뺏긴 유채영

예상을 뛰어넘는 히트 가수들이 등장하는 만큼 연예산업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당시 쌀 한가마니 가격이 오천원 정도였다고 하는데 유명가수가 하룻밤 무대에 출연하고 받는 비용은 20만원이 넘었다고 하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부지런히 공연을 뛰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성장한 '돈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한몫 잡아보려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달라붙는 건 당연했겠지요.

지난번에 깡패 '임화수'를 거론하며 그 사람이 연예계 성상납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인데다 연예인을 폭행했던 사람이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80년대 후반까지도 조폭들이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폭행을 시도한 일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일부 연예계 종사자들이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들을 물건 취급하며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고 하지만 그때의 강압적인 문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고 하지요. 쇼단 단장에게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채영이 뺨을 맞는 장면 정도는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단 뜻입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히트곡이 이유도 없이 금지

엄청난 돈과 명예가 주어졌기에 망정이지 연예인들에게 그런 낙이라도 없으면 살기 힘든 시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시대의 어두움을 상징하는 장철환(전광렬)같은 권력자들은 술자리에 불러 딴따라 취급을 하고 아직 공연문화가 성숙하기 전이라 취객들이 테러를 하기도 하고 쇼단 단장이나 레코드사 사장은 말로만 '의리'를 내세우며 이익을 빼돌리는 등 연예계 주변 상황은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최성원(이세창)처럼 아무 생각없는 한량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시대였겠죠.

유명 작곡가들이 마치 히트곡 제조기처럼 많은 노래들을 내놓는 반면 정부에서는 인기 가요들을 금지곡 처분합니다. 전기가 공급되고, 폭발적인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TV 보급율이 높아지고 새로 유입된 외국 문물 때문에 사회는 좀더 화려한 문화수준을 요구했지만 72년 유신 이후 경직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연예계 전반의 분위기를 억압하기 시작합니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송창식의 '왜 불러',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이장희의 '그건 너'같은 곡들이 금지당했습니다.

이정혜에게 추근거리면서 금지곡을 만들겠다는 장철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가 금지당한 이유는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상한 이유였고 배호의 '0시의 이별'같은 곡은 0시면 통행금지 시간이라 통금법 위반이라 금지, 기타 곡들은 퇴폐적이라거나 허무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등의 어색한 이유가 금지 사유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딱히 금지곡이 된 사유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유신정권이 유난히 대학생들의 시위와 반항을 두려워했기에 그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골라 막은 건 아닐까 짐작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금지되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노래들을 더 기억하고 사랑하게 되었음은 물론이구요.

영원히 환하게 빛날 것만 같은 권력에 취해 연예 산업 전반을 장악하려 하는 장철환은 문공부 직원을 압박해 얻은 외화 쿼터제를 시작으로 돈을 긁어 모으고 연예계에 힘을 과시하려 합니다. 그가 '그분'을 위해 바치는 시바스리갈이 깔린 궁정동 연회도 그 일환일테구요. 그러나 그의 권력을 위해 좌우되는 연예계 권력을 따라 많은 연예인들이 울고 웃고 흥망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의 권력에 기생하는 미세스윤(엄수정), 피에르 유(김광규)같은 사람들의 영광도 젊은 연예인 지망생들의 눈물을 희생해 얻어진 것들이니 말입니다.

하루아침에 바뀌곤 하는 그들의 운명.

집안에서 딴따라란 이유로 쫓겨나 성공한 가수 유채영, 그녀는 자신이 노력해 얻은 노래를 이정혜에게 빼앗기고 절망합니다. 그녀가 노상택에게 뺨을 맞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정혜를 좋아하는 강기태(안재욱)에게 도움을 주다 생긴 일입니다. 최고 인기 여가수에서 하루 아침에 그림자가 될 지도 모를 그녀의 신세가 마치 최고 히트곡에서 하루 아침에 금지곡이 된 그 시대의 노래인 것만 같습니다. 최근 실제로 뺨을 맞으며 촬영했다는 손담비는 초반 등장했던 디스코풍의 분위기를 복고풍으로 수정해 다시 한번 배우로 거듭난 것 같더군요.

기태의 성공에도 노상택과 계약하겠다는 손미진. 도대체 왜?

이번주 '빛과 그림자'는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조명국(이종원)의 배신을 알게된 강기태가 빛나리 쇼단으로 공연 한번해볼까 했지만 노상택의 압력으로 공연할 무대 조차 얻지 못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노상택과 갈등 중인 빅토리아 나이트의 골든 타임을 얻었고 최성원같은 영화배우들을 끌어들여 히트했지만 연예게 거물 손미진(이휘향)은 마지막에 노상택과 계약하겠다는 돌발 발언을 하고 말지요. 손미진은 과연 뭣 때문에 노상택의 제안을 선뜻 수락한 것일까 정말 강기태를 쫓아내려고 그러는 걸까.

 중정 김부장(김병기)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그녀가 정말 강기태를 배신할까. 위기일발 강기태의 분발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빛과 그림자' 수도권 시청률은 17.1%로 1위라고 하더군요. 몇몇 팬들 중에는 이 드라마가 인기 보다 대접을 못 받는다며 '초한지' 보다 '빛과 그림자'에 붙은 광고가 더 적다는 말도 하는데 소리소문없이 1위를 향해 달려가는 '빛과 그림자'. 역시 안재욱의 저력은 대단하고, 입소문이 무섭긴 참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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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빠박이
    2012.01.11 12:21

    이 드라마 리뷰보면 은근 재미있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