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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읽어 보면 한 사람의 서체는 일종의 지문과 같은 것이라 그 사람 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 법이라 합니다. 일부러 흉내내 글씨를 위조하지 않는 한 같은 사람이라면 같은 필체를 쓰기 마련입니다. 이훤(김수현)에게는 월(한가인)과 허연우가 같은 사람이라는 결정적인 심증같은 셈입니다. 검은 기운도 막을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 연우를 살리기 위해 장녹영(전미선)이 멈춘 수레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연우를 닮은 월에 흔들리는 이훤 앞에 때마침 연우의 오빠 허염(송재희)이 연우의 편지를 가져온 것은 운명입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야 기억상실로 자신의 과거와 빙의된 영혼의 과거도 구분하지 못하는 연우의 둔함(이라고 쓰고 맹하다고 읽는다)이 답답하고 불과 오년전에 만났던 세자빈이 어른이 되었다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훤이 갑갑하긴 하지만 '나는 신기가 있다'라고 믿는 월과 '연우가 죽었다'고 철썩같이 믿는 이훤의 마음이 눈 앞에 있는 운명적 연인을 못 알아보게 막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우와 닮은 월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이훤의 태도가 그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끊임없는 화제를 몰고온 아역들, 양명 역의 이민호, 이훤 역의 여진구, 연우 역의 김유정은 아직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성인역으로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들으며 초반에 고생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특히 한가인은 연기력 논란까지 겹쳐 그 어떤 작품 보다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로는 문제가 없었던 허염역의 송재희는 왜 갑자기 노안이 되었냐며 불평을 들었고 제운 송재림은 밋밋한 표정을 지적받았습니다.
이훤 역의 김수현도 첫 등장에서는 강인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원작의 이훤 보다 지나치게 신경질적이고 불안한 것 아니냐는 평가을 받았으니 아역들 덕분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입니다. 그러나 성인 출연도 4회가 지나니 이제는 말괄량이 민화공주(남보라)까지 눈에 익어 차츰 전체 캐릭터가 제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수현은 이제 완전히 '이훤'에 빙의되어 '김수현'과 '이훤'을 합친, '김수훤'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김수현은 이미 누나팬들을 사로잡은 진구훤(여진구+이훤)의 인기는 진작에 뛰어넘은 듯합니다.
연우를 잊지 못한 허염은 야심한 시각에 별당을 서성입니다. 죽은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그에게 별당을 오가는 것은 일상같은 것인가 봅니다. 그곳에는 담을 넘어 허염을 찾아온 양명군(정일우)과 남몰래 이훤의 어명을 전하러온 제운이 나타납니다. 허염을 만나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양명군, 그는 죽은 연우에게 진심을 보였다면 연우가 자신의 곁에 있지 않겠냐며 후회합니다. 여동생의 부군이 될 뻔한 이훤이 자신을 찾고 절친한 양명군이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자 허염은 더욱 연우가 보고싶어집니다.
민화공주의 요란한 성격에도 허염은 종종 연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런 허염과 정경부인 신씨(양미경)의 허전한 마음을 알기에 민화공주는 더욱 애교를 부리며 연우의 공백을 메꾸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동생의 방을 찾아 함께 놀던 바둑알을 만지게 된 허염은 참았던 눈물을 쏟고야 맙니다. 남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내고 민화공주에게 부드럽게 웃어주던 '마성의 선비'에게도 연우의 공백은 너무나 괴로웠던 것입니다. 그는 연우가 바둑판 아래 남겨놓은 마지막 편지를 발견합니다.
양명군은 남들 앞에서 쉬이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버지 성조(안내상)의 경계 때문에 늘 자신을 감추고 전국을 떠돌아야했던 양명군은 연우가 이훤을 좋아하는 걸 알자 남모르게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혼례도 치르지 못하고 죽었다는 소식은 '왜 지켜주지 못했냐'며 이훤 앞에서 숨겨온 감정을 드러내게 할 만큼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습니다. 할머니이자 대왕대비인 윤씨(김영애)에게 험한 말을 듣고 월을 만나 마음이 흔들리던 양명은 정업원에 들어간 희빈 박씨(김예령) 앞에서는 원하는 여인을 얻을 수 없던 자신의 슬픔을 보이고야 맙니다.
모든 걸 참으라 하고 늘 주상전하를 위해 조심하라는 말, 친어머니 조차 배다른 동생을 걱정한다는 그 현실이 자신의 여인 조차 얻을 수 없었던 과거에 겹쳐 눈물이 날 뿐입니다. 양명은 연우를 꼭 닮은 허염을 찾아가 그리운 마음을 달랩니다. 참는 것에 익숙한 그는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 그 앞에서 흐르지 않는 눈물을 흘립니다. 잔실(배누리)의 도움으로 월을 만나게 된 그가 월과 연우의 관계를 눈치채게 될까요. 이번에도 양명이 훤에게 밀려 다시 속으로 눈물을 삼키게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우를 위해 눈물을 쏟은 남자는 이훤입니다. 볼수록 연우를 떠오르게 하는 월을 멀리 쫓아내려 노력도 하고 '사람이 아닌 부적'이란 말로 괴롭혀도 보았지만 내심 월이 꼭 연우인 것 같습니다. 이훤을 누구 보다 잘 아는 내시 형선(정은표)은 훤의 마음을 알고 무녀는 안된다며 경계하기도 합니다. 눈치빠른 중전 보경(김민서)은 이미 액받이 무녀 월에 날카롭게 촉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산책을 빙자해 월을 끌고 데이트하러 가는 훤은 연우의 기억을 알고 있는 월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이훤은 연우를 닮아 반가운 매제 허염을 만납니다. 그에게서 연우가 마지막으로 써내려갔다는 사자전서(死者傳書)를 받고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위해 편지를 남긴 연우의 마음 때문에 웁니다. '만세에 길이 빛나는 성군이 되라'는 말에는 하염없이 옥루가 흘러 형선 마저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북받치는 슬픔, 터질 것같은 그리움, 미칠 것같은 고통에 기어코 예전 연우와 주고 받던 편지를 꺼내는 이훤. 연우의 글씨를 한자한자 어루만지던 훤의 눈물, 그 어떤 남자의 눈물 보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슴아픈 눈물이었습니다.
한양으로 돌아와 다시 운명의 시계를 움직인 건 월이지만 그녀를 저세상에서 현실로 끌어낸 것은 결국 세 남자의 그리움, 그들의 눈물이었습니다. 양명의 사랑이 허염을 움직이고 허염의 눈물이 편지를 찾고 결국은 그 편지가 훤과 연우의 진정한 재회를 가능하게 해줄 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 중 누가 제일 먼저 연우와 월이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될까요. 허염에게 남겨진 연우의 필체를 보고 운(연우의 얼굴을 모릅니다) 역시 월을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으니 생각 보다 금방 정체가 드러날 지 모릅니다.
'해를 품은 달(해품달)'의 수도권 시청률은 이미 40%를 넘었다고 합니다. 전국 시청률도 38.9%로 최근 방영된 그 어떤 드라마의 기록 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상반기이고 2월에 불과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김수현의 연기는 단연 2012년 최고라 해도 될 것같습니다. 무심코 TV를 켜두었다 김수현의 눈물 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하고 말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김수훤'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훤 그 자체로 거듭난 김수현, 그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한 진짜 '해'이고 연기자 중의 진짜 연기자란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야 기억상실로 자신의 과거와 빙의된 영혼의 과거도 구분하지 못하는 연우의 둔함(이라고 쓰고 맹하다고 읽는다)이 답답하고 불과 오년전에 만났던 세자빈이 어른이 되었다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훤이 갑갑하긴 하지만 '나는 신기가 있다'라고 믿는 월과 '연우가 죽었다'고 철썩같이 믿는 이훤의 마음이 눈 앞에 있는 운명적 연인을 못 알아보게 막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우와 닮은 월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이훤의 태도가 그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다시 시작된 네 사람의 운명. 이훤은 자꾸만 월에게 끌린다.
이훤 역의 김수현도 첫 등장에서는 강인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원작의 이훤 보다 지나치게 신경질적이고 불안한 것 아니냐는 평가을 받았으니 아역들 덕분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입니다. 그러나 성인 출연도 4회가 지나니 이제는 말괄량이 민화공주(남보라)까지 눈에 익어 차츰 전체 캐릭터가 제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수현은 이제 완전히 '이훤'에 빙의되어 '김수현'과 '이훤'을 합친, '김수훤'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김수현은 이미 누나팬들을 사로잡은 진구훤(여진구+이훤)의 인기는 진작에 뛰어넘은 듯합니다.
연우의 사자전서를 읽는 이훤, 가슴아픈 눈물
연우를 잊지 못한 허염은 야심한 시각에 별당을 서성입니다. 죽은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그에게 별당을 오가는 것은 일상같은 것인가 봅니다. 그곳에는 담을 넘어 허염을 찾아온 양명군(정일우)과 남몰래 이훤의 어명을 전하러온 제운이 나타납니다. 허염을 만나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양명군, 그는 죽은 연우에게 진심을 보였다면 연우가 자신의 곁에 있지 않겠냐며 후회합니다. 여동생의 부군이 될 뻔한 이훤이 자신을 찾고 절친한 양명군이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자 허염은 더욱 연우가 보고싶어집니다.
민화공주의 요란한 성격에도 허염은 종종 연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런 허염과 정경부인 신씨(양미경)의 허전한 마음을 알기에 민화공주는 더욱 애교를 부리며 연우의 공백을 메꾸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동생의 방을 찾아 함께 놀던 바둑알을 만지게 된 허염은 참았던 눈물을 쏟고야 맙니다. 남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내고 민화공주에게 부드럽게 웃어주던 '마성의 선비'에게도 연우의 공백은 너무나 괴로웠던 것입니다. 그는 연우가 바둑판 아래 남겨놓은 마지막 편지를 발견합니다.
마성의 선비 허염이 연우의 바둑알을 만지며 눈물을 흘린다.
모든 걸 참으라 하고 늘 주상전하를 위해 조심하라는 말, 친어머니 조차 배다른 동생을 걱정한다는 그 현실이 자신의 여인 조차 얻을 수 없었던 과거에 겹쳐 눈물이 날 뿐입니다. 양명은 연우를 꼭 닮은 허염을 찾아가 그리운 마음을 달랩니다. 참는 것에 익숙한 그는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 그 앞에서 흐르지 않는 눈물을 흘립니다. 잔실(배누리)의 도움으로 월을 만나게 된 그가 월과 연우의 관계를 눈치채게 될까요. 이번에도 양명이 훤에게 밀려 다시 속으로 눈물을 삼키게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늘 흐르고 있지만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양명의 눈물.
이훤은 연우를 닮아 반가운 매제 허염을 만납니다. 그에게서 연우가 마지막으로 써내려갔다는 사자전서(死者傳書)를 받고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위해 편지를 남긴 연우의 마음 때문에 웁니다. '만세에 길이 빛나는 성군이 되라'는 말에는 하염없이 옥루가 흘러 형선 마저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북받치는 슬픔, 터질 것같은 그리움, 미칠 것같은 고통에 기어코 예전 연우와 주고 받던 편지를 꺼내는 이훤. 연우의 글씨를 한자한자 어루만지던 훤의 눈물, 그 어떤 남자의 눈물 보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슴아픈 눈물이었습니다.
보는 사람 마저 안타깝게 한 이훤의 눈물.
'해를 품은 달(해품달)'의 수도권 시청률은 이미 40%를 넘었다고 합니다. 전국 시청률도 38.9%로 최근 방영된 그 어떤 드라마의 기록 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상반기이고 2월에 불과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김수현의 연기는 단연 2012년 최고라 해도 될 것같습니다. 무심코 TV를 켜두었다 김수현의 눈물 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하고 말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김수훤'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훤 그 자체로 거듭난 김수현, 그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한 진짜 '해'이고 연기자 중의 진짜 연기자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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