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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서 팔만대장경을 볼 때 마다 고려 시대의 역사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경이로움에 종종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합니다. 그런데 해인사에는 이 '대장경' 외에도 일명 '쌍둥이 불상'이라 불리는 유물이 있습니다. 2005년 해인사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있는 두 개의 목조비로자나불이 각종 문양이나 크기가 쌍둥이라 해도 될 정도로 똑같단 사실이 밝혀지며 두 불상은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이며 진성여왕과 각간 위홍의 사랑을 기원한 불상이란 의견이 나왔습니다. 해인사 원당암에 전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근거한 추론입니다.
두 개의 불상에 얽힌 사랑. 최송이, 김준, 김약선의 삼각관계?
그러나 진성여왕과 각간 위홍의 사랑은 당시 신라 정치 상황으로 보았을 때 다소 정치적 결합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불상 안에서 발견된 제작연대가 적힌인 명문(銘文), 즉 중화 3년(883년)은 진성여왕 때(887년 등극)가 아닌 헌강왕 시기입니다. 거기다 신라시대 복장 유물도 없고 글귀가 적힌 목서도 천년전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하다는 점 등 두 불상의 조성 시기는 여전히 논란거리일 뿐입니다. 고려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은 분명한데 신라시대 유물이라고 하기엔 결정적인 단서가 없습니다. 그 시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순간인 것입니다.
김경손, 최항에게 비극적 죽음을 당하다
후세에 사는 사람들이 사서에 적힌 내용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유학자의 관점에서 신라 시대 여왕을 폄하했더라도 조선 시대의 관점에서 고려 영웅들의 업적을 깎아내렸더라도 사서에 적힌 내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사서를 바탕으로 이런 저런 시대적 배경과 시청자들의 수준을 고려해 깜쪽같이 드라마로 엮는 것이 온전히 작가의 역량입니다. 최씨 무신정권의 최장기 집권자 최우(정보석)와 그 후계자들의 권력싸움은 '무신'들의 갈등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사위 김약선, 딸 송이, 창기의 아들 만전(백도빈), 만종(김혁), 노예 김준(김주혁)이 힘을 놓고 겨루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기술한 적이 있지만 최우의 딸 최씨의 외가 즉 정숙첨(극중 정욱)의 집안은 세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정숙첨도 고위직이지만 최우의 처남 정안(이경영)도 관직에 있습니다. 만전, 만전 형제를 제쳐두고 사위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했다는 건 그만큼 사위의 집안도 막강하고 최씨의 외가도 튼튼했다는 뜻이 됩니다. 김약선의 사람됨됨이는 그리 긍정적으로 적힌 것이 없으나 김경손 장군(극중 김철기)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글이 많습니다.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성문을 열지 않았던 그는 박서(문태원) 장군과 함께 고려의 영웅이 됩니다.
적국의 살리타이까지 감동시킨 김경손의 결사항쟁 그러나.
물론 사서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최춘명을 살린 것은 몽고의 한 관리이고 살리타이와 그런 술자리를 가진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최춘명과 김경손이 몽고의 원수에게 그만한 대접을 받을 이유가 충분한 장수들입니다. '고려 입장에서는 충신'이라는 그들의 말은 전혀 틀림이 없습니다.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청한 대집성과 그를 허락한 최우의 인간성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몽전쟁 동안 무신정권은 몽고 침략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보단 권력다툼을 한 것이 아닐까요. 백성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의 위정자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집권자 최우와 대집성은 영웅을 품을 그릇이었나.
김약선과 최우의 딸 최씨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초반에는 최항 형제를 밀어내는데 성공해도 최씨와 김약선이 갈등하고 김약선이 죽어버리자 최항에게는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옵니다. 김약선은 최우에게 미움을 받아 죽었어도 김약선과 최씨 사이에 태어난 딸, 즉 최우의 외손녀는 고려 고종의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최우의 외손녀는 충렬왕을 낳고 죽고 정순왕후로 추존됩니다. 최우의 외손자 김미는 죽은 김약선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있었고 왕의 외삼촌이 될 인물이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우는 최항을 위해 김미를 멀리 내치고 귀양보내길 반복합니다.
최우에게 쫓겨난 두 아들 만전, 만종. 만전은 김경손 장군을 죽인다.
후세 사람들의 눈으로는 최우의 아들 만전형제가 누명을 쓰고 쫓겨난 것인지 아니면 김미가 계속해서 거짓으로 고난을 겪는 것인지 정확한 판단을 할 길이 없으나 확실한 건 무신정권은 권력을 두고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이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귀주성 전투의 김경손이 최항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최항은 자신의 반대파들을 하나둘 숙청하며 극중 최우의 동서이자 대집성의 사위인 주숙(정선일)도 외삼촌뻘이 되는 정안도 죽여버립니다. 그 과정에서 대씨부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오승적이 죽었는데 김경손 역시 귀양을 갔다가 오승적의 인척이란 이유로 송길유(극중 정호빈)에게 죽습니다.
권력싸움에 휘말린 김약선의 딸과 아들. 김경손 마저 죽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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