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무신(武神)

무신(武神), 김경손 장군을 죽인 만전 최항의 위험한 야심

Shain 2012. 6. 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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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신(武神)'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고려사에 전하는 실제 역사속 인물들입니다. 역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조연들 즉 최우(정보석)의 집에서 일하는 찬모 간난(조은숙)이나 노예 난장(고수희) 그리고 김준(김주혁)의 수하들 같은 인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려사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입니다. 김준의 누이같은 존재로 평생의 한으로 남은 월아(홍아름) 조차 안심(安心)이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안심(安心)은 본래 최우의 첩으로 최우의 측근 김준을 귀양살이하게 만든 원인이 됩니다. 김준의 부인은 다른 이름인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불행한 사랑을 하게 될 것같더군요.

더불어 살리타이(이동신)의 목을 벤 김윤후(박해수)의 동료로 등장하는 홍지(박동빈) 스님 역시 1254년 몽고의 6차 침입 때 쳐들어온 자랄타이(車羅大, 차라대)를 물리친 실존인물입니다. 팔만대장경 조판 사업을 진행하는 수기스님(오영수)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수차례 갈등하며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던 최우의 후계자들, 그 최씨 무신정권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느냐와 상관없이 고려의 백성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고려를 지켰습니다. 불교를 바탕으로 백성들을 이끌어 무력항쟁을 도모하는가 하면 대장경사업을 위해 혼신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안심의 등장으로 송이는 불안해하고. 최우는 송이에게 충격받아 더욱 쇠약해진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한번 기술했듯 저는 여몽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최씨 무신정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전투를 치른 백성들이라 생각합니다. 2차 여몽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마무리시킨 장수는 최우의 수하들이 아니라 일개 승려였던 김윤후였습니다. 작가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위해 역사 속 장면 장면 마다 김준을 개입시키곤 하지만 대집성(노영국)을 비롯한 여러 고위층들의 행보를 볼 때 권력자들은 자신들에 신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무인정신은 승려 김윤후가 말하는 호국정신과 어쩐지 많이 다른 것같습니다.

어쨌든 역사는 다시 한번 흘러갑니다. 드라마 속 김준은 가상인물인 월아와 함게 최우의 자식들을 뒤흔들어놓은 존재입니다. 최우의 서출 자식인 만전(백도빈)과 만종(김혁) 형제는 승려가 되어 쫓겨났고 송이는 김약선(이주현)과 혼인했지만 여전히 김준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고려의 운명을 짊어진 최우는 강건한 무장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약하고 병들어가는 노인에 불과합니다.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사소한 개미구멍'이라는 최우의 대사처럼 송이(김규리)의 이혼 선언에 충격받는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볼 일입니다. 결국 김준이 다시 한번 최씨들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 같습니다.



천대받는 서출 망나니에서 최우의 후계자로

막강한 권력자 옆에는 늘 파리떼가 꼬이기 마련입니다. '무신'의 전반부에 등장했던 최충헌(주현) 곁에 김덕명(안병경)과 최준문(윤철형)같은 간신들이 붙어있었듯 늙은 최우의 옆에도 그의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김약선과 최우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최우의 후계자가 되기위한 야망을 불태울 사람들도 늘어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딸 대씨(김유미)를 최우의 아내로 밀어넣은 대집성은 첫사위에게 얻은 손주 오승적이 최우에게 귀여움을 받고 상장군 지위까지 얻자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립니다.

드라마 초반부터 이장용(이석준)을 비롯한 일부 신하들은 최씨 정권을 밀어내고 고종이 권력을 잡아야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궁궐 안에 틀어박힌 고종은 나라 걱정에 속을 태우면서도 최우를 견제할 수 없습니다. 송이와 김준, 김약선의 관계를 엮은 것처럼 이는 작가적 상상력에 의한 연출이지만 극중에서는 김약선과 최우의 관계를 더욱 뒤틀리게 할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내의 여종(극중에서는 연심(유나영)이 될 거 같네요)과 사통했다는 모함까지 듣게 되면 최우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씨부인을 등에 엎고 권력을 꿈꿔 보는 대집성과 오승적.

드라마 초반부에 최충헌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최향(정성모)과 권신들이 최우와 대립했듯 최우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도 모종의 갈등이 있었을 거란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귀주성의 영웅으로 고려인들의 사랑을 받던 김경손(김철기)의 형인데다 좋은 집안의 자손인 김약선은 이례적으로 사위임에도 최우의 후계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들였을 정도로 고종의 총애를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사위가 후계자가 되었다는 건 달리 생각해보면 그만큼 흔들리는 지위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 글(귀주성의 영웅 김경손 김약선의 권력 싸움에 휘말리다)에서 적었듯 김약선이 죽고 그의 아들 김미와 최우의 서자 만전은 권력을 두고 대립한 것 같습니다. 만전과 만종을 출가시켜 각각 경상도와 전라도로 쫓아냈던 최우는 만전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정하고 난 뒤엔 손자 김미를 경계합니다. 태자의 외삼촌인 김미에게 결정적인 결함이 있거나 김미를 지지했던 그 세력을 그만큼 싫어했다는 뜻인데 극중에서 망나니 중에서도 개망나니였던 만전이 손자 보다 낫다고 판단한 건 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망나니 만종, 만전 형제를 꾸짖고 벌주는 김경손. 불행한 미럐를 예고한다.

최우가 한다리 건넌 손자 보다 친아들이 낫다 판단했는지 만전에게 남다른 자질을 발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니면 늙은 최우의 노망같은 것일지도 모르죠. 고려 무신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고려사가 초기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최항 형제를 악당으로 묘사한 것인지 그 부분도 확실치 않습니다. 어쩌면 진짜 아버지의 권세를 믿고 망나니처럼 살았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불리한 싸움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만전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최향과 최우의 권력싸움이 흥미있었던 것처럼 또다른 극적인 재미를 기대해볼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최우가 대씨부인에게 휘둘리고 김준 보다 모자라 보이는 사위를 미워하고 사위가 억울하게 죽자 망나니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운다는 시나리오 같습니다. 김약선을 질투하던 만전이 권력을 탐내게 될 것입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면서도 김준을 잊지 못하는 송이와 월아 때문에 쫓겨났던 만전, 만종 남매가 다시 김준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것입니다. 역사 속 기술대로 김준이 최씨 무신정권을 무너트리는 종결자가 맞긴 맞나 봅니다. 개미구멍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듯 정신적 충격 때문에 최우의 강인함도 무너져갑니다.

끝까지 살아남아 권력을 쥐는 만전. 그의 위험한 눈빛.

김경손에게 만전 형제의 악행을 고변하는 안찰사 박훤은 실존인물로 두 형제의 실상을 낱낱이 고하다 최우에게 처벌받는 사람입니다. 박훤에게 원한이 많았던 만전은 이름을 최항으로 고친 후 권력을 쥐자 그를 암살합니다. 김미의 숙부이자 국민적 신망이 두터웠던 김경손도 그 과정에서 죽고 민희, 송국첨, 정안, 주숙, 오승적같은 인물이 모두 최항에게 제거당합니다. 자신의 악행을 저지시켰다는 이유로 김경손을 독한 눈빛으로 쏘아보던 최항이 심상치 않았던 건 그 때문인 것입니다. 마치 연산군이 폐비 윤씨의 원한을 갚듯 싸그리 몰아내고 맙니다.

지난주에 묘사된 슬프다 못해 처절했던 부인사 대장경의 소실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대장경을 지키다 산화한 진표(김정학) 스님과 백성들은 몽고군을 직접 맞아야했던 백성들의 현실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 동안 최우의 아들 최항은 개인적인 복수나 꿈꾸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긴 하지요. 가장 올바른 인물인듯 묘사되는 김준 조차 실제로는 최항의 협력자였으니 말입니다. 천대받는 서출에서 승려였던 만전.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어렵게 최씨 정권의 정점으로 부상한 그이지만 김경손을 죽였다는 사실 하나로도 최씨 무신 정권의 최대 오점이 된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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